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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과학 :: Science & Tech

페이스북은 우리에게 약인가 독인가? –나는 사람 냄새가 그립다

19세기 말 안토니오 무치가 전화기를 처음 발명했을 때 사람들은 이 신통방통한 물건이 인간관계를 보다 더 돈독하고 활발하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와는 달리,전화기의 발명이 우리 인간에게 편리함을 선물하긴 했지만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오진 못했다. 우리는 현재 정신없이 발전하는 뉴미디어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잠시만 관심의 끈을 놓으면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급변하는 이 세상. 그 중 대표미디아로 Social Network System (이하 SNS)을 들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 시스템이란 온라인 상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서비스로, 트위터·싸이월드·페이스북등이 대표적이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인맥을 쌓거나 강화 할 수있다. 인터넷 상에서의 사회활동은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공통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해 활동하는게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본인의 특성을 잘 살려 자유롭게 서로를 표현 할 수 있는 개인 SNS가 대세다.나만의 프로필에는 짧막한 문구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고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아 왔는지, 어느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그리고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알려준다지금 인류는 전 세대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그야 말로 빛의 속도로 의사소통을 하고있다. 페이스북의 News Feed (모아보기) 라는 프로그램은 내가 굳이 노력해서 정보를 찾아 내지 않아도 내 친구들이 오늘 무엇을 먹었는지 무엇을 하는지 자동으로 나에게 업데이트해준다.내가 어떤 사람과 친구를 맺었으면 좋은지 알아서 추천도 해주고 그 사람이 나와 공통된 친구가 누가 있는지 까지도 알려준다이제 정보는 찾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알아서 찾아오는 개념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렇게 무한정 편리해 보이기만 하는 SNS의 문제는 과연 없는 것일까? 

사진 출처: http://elaisblog.blogspot.com/2010/06/facebook-addict.html


SNS의 대표급인 페이스북에서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내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철저히 감출 수 있고 학력이나 경력 또한 원하는 대로 조작이 가능하다. 페이스북에 회원 가입을 할 때 내가 누군지에 대해 묻지 않는다.그냥 본인이 원하는 "" 가 되면 된다.이름 또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우리는 그런 가상 세계에서 친구 수 늘리기에열을 올리고 그 친구들과 나의 생각과 상황을 나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쓴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일상을 온라인과 공유하는 현상은 거대한 시장경제 체제에서 소외되는 과정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좌절감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공감하는 것을 통해 해소하려는 의도" 라고 해석하며 온라인상의 인간관계가 현실 속의 인간 관계 발전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온라인상에서는 마우스 클릭 하나로 쉽게 "친구" 가되고 그들이 맘에 안드는행동을 했을 때는 “restrict” (제한)을 하거나 “unfriend” (친구 끊기)를 하여 나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면 된다.온라인상의 인간관계는 그만큼 즉흥적이고 가볍다. 페이스북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라면몇 년 안에 몇 백 명의 친구를 등록하는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수백명의 온라인 친구 중에내가 쓴 글을 오랜 친구처럼 진정으로 공감하고 읽어주는 사람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컴퓨터로 작성한 글에는 사람의 감정을 온전히 담아내는데 한계가 있다. 지난 여름 한 케이블 티비 아나운서가 남자친구와의 이별후 온라인상으로 자살을 예고한 적이 있다. 그 글을 읽고 누군가는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였을지는 몰라도 또다른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순히 치기어린 푸념으로 받아들였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녀는 그날 오후 본인의 오피스텔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했다.  SNS는 이처럼 포스팅의 수와 친구의 수처럼 양적 측면에선 풍요로워 질 수는 있지만 진정한 인간관계의 질적 측면에서는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이런 일화가 하나 생각난다. 한 장거리 커플은 수 년 간의 연애 기간 동안 수천통의 편지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사랑을 키워 나갔다. 별다른 변수가 없었다면 이 커플의 미래는 핑크빛 사랑이 넘쳐나는 결혼 생활이었을 텐데.. 이 장거리 커플의 결말은여자는 하루도 빠짐없이 사랑하는 남자의 편지를 배달 해줬던 우체부와 사랑에 빠져 결혼에 골인 한다. 이 일화는 사람이 얼굴 맞대로 대화하며 생활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일깨워 준다. 흔히들 '사람 냄새가 그립다' 라는 말을 한다.그 말이 절실하게 피부에 와 닿는 날들이 점점 많아 지고 있다. 책상에 컴퓨터 한대만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수많은 사람들과 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살 부디기는 만남이 없어도 인간관계가 원활이 유지 될 것이라 느낄 것이다.물론 SNS의 발전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많은 혜택을 가져다 주었다.국경없는 온라인상에서 "아 세상 참 좋아졌다" 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며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그리고 멀리 떨어있는 친구들과 신속하고 편리하게 관계를 맺고 있지만,나는 SNS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건 다양하고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긍정적인 면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SNS는 인간관계를 넓게 할 수 있는 편리함, 신속성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서 교류하는 모두가 당신의 진정한 친구는 될 수 없으며, 서로의 흉금을 열어 놓고 진정한 교감을 나누는 만남을 대체할 수는 더더욱 없다고 말하고 싶다. 친구들아!눈 부시게 화창한 가을날, 잠시 자판에서 손을 떼고 얼굴을 맞대고 가슴 속에 깊이 담아두었던 얘기를 밤새워 마음껏 나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