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SPA 브랜드를 아느냐

Posted by 잠 만보
2014. 11. 6. 02:22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이 나이 또래들이 많이 그렇듯, 필자도 쇼핑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고 싶은 것들은 많은 데 비해 학생 신분으로 용돈은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밥만 먹어도 급격히 줄어드는 통장 잔고를 보면 지금 내가 옷 살 돈이 어디 있나 싶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자주 바뀌거나 잠시 반짝하고 사라지는 유행성 옷가지들에 큰 돈을 쓰기에는 항상 망설여지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들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이런 우리의 마음을 안 걸까, 최근 유독 활개를 치는 SPA 브랜드들이 우리의 욕구를 채워주고 있다.



SPA브랜드라는 용어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UNIQLO, ZARA, H&M, FOREVER21, GAP 등의 이름은 다들 익히 들어 익숙할 것이다. 이들이 바로 SPA 브랜드의 대표적인 예이다. SPA 브랜드란 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Brand 의 약자로 자사의 의류 기획부터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제조사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전문 소매점을 뜻한다. 대량 생산과 축소된 유통 과정으로 효율성을 추구하여 가격은 낮추고, 다양한 디자인의 상품을 자주 빠르게 제작하여 빠르게 출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패스트 푸드처럼 패스트 패션 (fast fashion) 이라는 이름도 붙게 되었다. 

 이 중에 필자가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H&M이다. H&M 은 다른 SPA브랜드와 다른 면에서는 거의 비슷하지만, 큰 차별성을 띄는 마케팅 전략을 특히 적극 활용하고 있다. H&M은 거의 매 해 랑방, 베르사체, 메종 마틴 마르지엘라, 스텔라 멕카트니, 이자벨 마랑 등 거물급 스타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차별화된 컬렉션을 선보인다. 소비자들에게는 평소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디자이너의 제품을 부담 없이 소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엄청난 인기를 사고 있다. 실제로 매년 H&M이 이러한 디자이너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의 판매를 시작하는 날에는 모든 매장 앞에 엄청난 인파가 줄을 선다. 한 시간도 되지 않아 전 사이즈가 매진되고, 이 기회를 놓치고 나중에 어떻게든 구해보려는 사람들은 원래 가격의 몇 배를 주고서 거래하기도 한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 싶다. 이렇게 소비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의 제품을 합리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제공하는 SPA 브랜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 보인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건 있을 수가 없나 보다. 패스트 패션이 보여주지 않은 일그러진 면들이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다. 그 극단적인 예로 방글라데시 의류 공장 화재 붕괴 사고가 있다.

지난 2012 11, 방글라데시의 한 의류 공장이 붕괴해 무려 1,129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하루에 300원도 채 되지 않는 최저 임금을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어린 소녀들은 건물이 붕괴 되던 순간까지도 미싱질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서두르던 이유는 바로 하청을 맡긴 업체인 H&M과 같은 패스트패션 기업의 주문량을 채우기 위해 엄청난 압박 아래 공장을 가동해서였다. 저가형 SPA브랜드의 가격에 맞추려면 어린 여자아이들이 대부분인 노동자들은 안전 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언제 각종 안전사고가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공장에서 제대로 된 임금도 받지 못하며 하루 12시간이 넘게 일해야 한다. 사고 후 노동자들과 그 가족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 마저 계속 미뤄졌다. 주변의 시선과 브랜드 이미지를 의식해 안전 협의 조약을 맺어 사회적 책임을 지는 척 했지만 올해 방글라데시 공장 1000여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8만 건이 넘는 안전 위험요소를 발견했다고 한다. 그렇게 큰 참사를 겪고도 실질적으로 달라진 점이 없는 것이다.

 

생사 확인 조차 되지 않는 상황에서 의류공장 노동자의 가족이 애타는 마음으로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사고의 심각성은 인정하지만 특별히 패스트패션과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이들도 있다. 하지만 의류 산업은 특별한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장 단순한 노동 중의 하나이다. 따라서 저가형 SPA 브랜드들의 입맛에 맞도록 옷 값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인건비를 더욱 낮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안전이 희생되고 있는 것이다.  

 

 뉴스에서 흔히 보이는 이런 사고들은 너무도 쉽게 단순히 운이 나빴다고 치부되고 잊혀진다. 당장 눈 앞에 보이는 SPA 브랜드의 편리성과 장점들은 더욱 더 쉽게 그 불편한 진실을 잊게 만든다현대 사회에서 의류 산업이 패스트 패션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이러한 경향이 분명히 막을 수 없는 추세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휘황찬란한 광고들과 이미지 마케팅으로 포장해가며 노동자들의 안전을 담보로 몸집을 키워하는 기업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날카로운 지적과 깨어 있는 의식 뿐이다. 필자 역시 H&M 을 좋아하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 당장 SPA 브랜드 제품에 반대하여 불매 운동을 펼치자는 비현실적인 말은 하지 못하겠다. 그러나 그 이면에 관심을 가지고 문제 의식을 느끼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DITORIAL > 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굴 위한 빼빼로 데이인가  (6) 2014.11.10
People's Park  (0) 2014.11.09
너희가 SPA 브랜드를 아느냐  (3) 2014.11.06
<비긴 어게인> - 길 잃은 별들과 음악  (1) 2014.10.27
Race and Attractiveness  (0) 2014.10.26
Maps that lead to YOU  (0) 2014.10.05
이 댓글을 비밀 댓글로
    • 2014.11.06 19:54
    같은 학생으로써 패스트패션을 자주 찾게 된다는 말에 너무 공감해요! 개인적으로 저도 H&M 옷들을 즐겨입는데, 이런 비하인드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솔직히 하나도 몰랐네요. 좋은 정보 감사하고, 이런 기업들의 횡포들을 막을 수 있는 대책안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1. 글 잘 읽고 갑니다! 제목이 특히 맘에 드네요
    • ㅁㄴㅇ
    • 2014.11.07 10:54
    돈벌고 나선 오히려 SPA만 입는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