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스마트폰에서 울리는 익숙한 벨소리에 잠에서 깨어난다. 씻고 가볍게 준비물을 챙기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로 가는 길은 구글 맵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이 친절히 안내해준다. 학교에 도착해 캘린더에 저장된 오늘의 일정을 확인한다. 오늘은 다행히도 오후에 공강이 길게 있는 날이다. 오랜만에 친구와 점심을 먹기 위해 친구에게 점심을 먹자고 카톡을 보낸다. 친구도 오늘 점심 괜찮다고 바로 카톡으로 답장을 보내왔다. 오전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점심을 먹자고 카톡으로 약속 시각을 잡는다. 오전 수업이 시작되고, 수업 중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으면 바로 구글을 통해서 내용을 검색해 본다. 드디어 오전 수업이 끝나고, 친구를 만나 학교 근교에 식당으로 점심을 먹으러 간다. 점심 메뉴를 고르기 위해 친구와 옐프와 인스타그램 등의 각종 앱들을 이용하여 그 식당에서 제일 맛있고 유명한 메뉴를 선정한다. 음식을 기다리며 네이버를 통해 뉴스 기사를 확인하다가 유명 연예인의 열애설 기사를 발견한다. 친구와 함께 연예인의 열애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음식이 나온다. 식사하기 전 음식의 사진을 찍고 SNS에 음식 사진을 올린다. 점심을 먹고 친구와 헤어지고 근처 카페에 간다. 커피를 한 잔 시키고 종업원에게 와이파이 비밀번호를 물어본다. 카페 한 편에 자리를 잡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멜론을 이용해서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서 재생한다. 노래를 들으며 밀린 과제를 공강 시간 동안 끝낸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침대 위에 누워 페이스북에 들어간다. 주변 사람들의 근황은 물론 팔로우해놓은 관심사들에 대한 사진과 영상들을 확인한다. 마음에 드는 강아지 영상은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에 친한 친구의 이름을 태그해 놓는다. 마지막으로 자기 전에 이메일과 학교 웹페이지에 들어가 다음 과제 일정을 확인한다. 다행히 모레까지는 해야 할 일이 없어서 오랜만에 일찍 잠자리에 들기로 한다. 불을 끄고 스마트폰으로 알람을 맞춘 후 바빠서 미쳐보지 못했던 지난주 무한도전을 보다가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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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마다 어느 정도의 편차가 존재하겠지만, 위의 예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평범한 일상일 것이다. 스마트폰은 우리의 일상생활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정도로 중요한 물건이 되어버렸다. 스마트폰을 통하여 필요한 정보들을 쉽게 검색하여 얻을 수가 있으며 남기고 싶은 순간들을 바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통하여 남길 수 있다. 누군가와 연락을 할 때 전화뿐만 아니라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등과 같은 SNS를 통해서도 쉽게 다른 사람들과 연락을 할 수 있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세상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고 세상에 있는 누군가와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물론 이러한 발전으로 우리는 세상을 한층 더 편리하게 살 수 있고 전 세계 어디에 있는 누군가와도 쉽게 연락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마트폰의 발전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부작용들 역시 여럿 존재한다. 어떤 이들은 사회와 단절하고 온라인 세상에 의지하며 방구석에 살아가기도 하고,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는 데에 지장을 받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10대들이 스마트폰에 중독되면서 학업에 지장을 받는 경우가 해를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이다.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우리 삶이 한층 더 '스마트'해졌지만, 우리 삶에 있었던 무언가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밀려 나가 사라지고 있다. 과연 스마트폰의 발전으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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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없었던 시대로 한번 거슬러 올라가 보자.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누군가와 연락을 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집에 직접 전화를 걸어야만 했다. 몇 해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응답하라" 시리즈를 본 사람들이라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약속을 잡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집에 전화를 걸어 당사자의 가족과 먼저 인사를 나눈 후 당사자와 이야기하여 약속 시각과 약속장소를 미리 정해야 했다. 행여나 약속에 늦게 되면 당사자는 약속장소에서 정처 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또한,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기 위한 당시에 가장 확실했던 방법은 밤새 공들여 쓴 손편지를 직접 혹은 다른 이를 통해서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누군가와 연락을 할 수 있었던 수단은 집 전화와 편지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90년대 초 중반에 삐삐라는 새로운 통신 장비가 등장한다. 삐삐는 누군가에게 연락이 필요하면 연락처를 남길 수 있는 통신 장비로, 전화번호를 보내면 당사자는 공중전화나 집 전화를 이용하여 필요할 때 연락을 할 수 있고 상대가 남긴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번호만 상대방한테 보낼 수 있었던 것이 삐삐의 한계였지만 번호를 이용한 독특한 메시지들도 등장하였다. 대표적으로 8282 (빨리빨리), 1004 (천사), 1126611 (사랑해), 17171771 (I LUV U), 1010235 (열렬히 사모) 등의 메시지를 통해 상대방에게 마음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비록 글은 아니었지만 몇 자리의 숫자에 설레며 상대가 남겨놓은 메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 주변의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고는 하였다. 또한, 삐삐의 인사말에 음악을 넣기 위해 전화기를 대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번거로운 일일 뿐이지만 당시에는 설렘을 가지고 삐삐의 인사말을 설정하고 독창적인 숫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삐삐를 사용하던 시대도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휴대폰의 등장으로 삐삐는 소리 없이 점차 우리 생활 속에서 사라지게 된다. 휴대폰이 등장하며 상호 간의 연락이 매우 편리해지게 됐기 때문이다. 전화뿐만 아니라 문자 메시지를 통해서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사람에게 손쉽게 연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요금에 따라 한 달 동안 보낼 수 있는 메시지의 수에 제한이 있었고, 문자 한 통당 160자의 글자 수의 제한이 있었다.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을 작은 휴대폰 액정을 가득 채울 수 있을 정도인 160자 안으로 보내기 위해 고민을 해야 했다. 또한, 한 달 동안 정해져 있는 문자 메시지의 양 때문에, 한 달이 지나기 전에 메시지를 다 소진해 버리면 친구나 가족에게 "알"을 달라고 부탁하며 메시지를 충전했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에는 상대방과 쉬이 소통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으며, 특히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고민과 준비가 필요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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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1] http://www.kbench.com/?q=node/142319
[2] https://t1.daumcdn.net/cfile/blog/115EF5484EAC773A11
[3] http://www.comworld.co.kr/news/photo/201509/48861_28176_245.JPG
[4]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2408313C579097300F
[5] http://archivenew.vop.co.kr/images/8fc5d1792af708d7e3260be624f752cc/2013-02/marked/02094859_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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