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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외모지상주의 (Lookism) :: 정말 예쁘면 다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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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속 연예인들과 아이돌들은 하나같이 조막만한 얼굴과 마르고 기다란 다리에 완벽한 몸매를 자랑한다. 뉴스, 시사 방송, 하물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방송에서 역시 등장하는 여성들은 대다수가 예쁘다. 이러한 사람들에 항시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어느 순간부터 사회가 정해놓은 ‘예쁜 여자’의 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청소년때부터, 어쩌면 그보다도 더 어렸을 때부터 살이 찌지 않기 위해 음식을 줄이며 피부가 어두워지지 않기 위해 선크림을 발라왔다. 대입을 앞두고 있는 신입생들은 예뻐지기 위해 다이어트에 돌입하며 취업준비생들은 더 나은 취직 조건을 위해 성형외과로 향한다. 결혼 정보 업체에서조차 1등급의 여성이 어느정도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외모여야 하는지 정해져 있는 세상에서 ‘예쁘지 않은 것’은 결국 자신을 많은 차별의 상황에 노출시키는 것과 같다. 이러한 사회에서 우리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지만 결국 그 안에 정해진 기준에 들어맞기 위해 개성을 죽이고 순응하며 살아간다.

 

외모지상주의는 한국 사회 곳곳에서 공공연한 위력을 발휘하기에 우리 모두는 하루하루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자 가해자로 살아간다. 아름다움을 좇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 여겨질 수 있지만 외적인 미를 지나치게 중시하여 그 외의 요소는 괄시하는 사회풍조인 외모지상주의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명제 뒤에 숨어 명백한 차별의 영역으로 분류되어 있지는 않고 있다.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화두되고 있는 외모지상주의, 왜 유독 한국에서 극심한 것일까?

 

이러한 외모지상주의 풍조가 한국에 안착하게 된 이유에는 복합적인 사회적, 역사적 요인들이 있다. 문화사대주의, 일등주의, 그리고 집단주의는 최근 60여년간 한국이 급속도로 경제적, 문화적 성장을 이룩하며 나타난 사회적 현상으로 외모지상주의가 한국 사회에 자리잡게 된 근본적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문화사대주의-

 

문화 사대주의란 자문화를 비하하고 다른 사회의 문화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태도를 지칭하며, 현대 여성들이 지향하는 큰 눈에 오똑한 코를 가진 서구적 미인상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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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인간의 몸 자체에 대한 아름다움을 중시했던 건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으나 서구문물의 도입과 동시에 외모를 중시하는 풍조가 좀 더 구체화되었다. 오늘날 만큼 불균형하게 미모의 추구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전통사회에 비해 근대적인 인간관이 확산되면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서양으로 합하게 되었고 서양의 것을 최고로 여기게 되었다.

 

광복 후, 서양과의 활발한 교류가 시작된 즈음, 한국은 자연스럽게 서양의 배우들과 스타들을 접하게 되었다. 동양인이 자연적으로 갖기 힘든 풍만한 가슴과 넓은 골반, 그리고 쭉 뻗은 다리에 한국 여성들은 오드리 햅번과 같은 서양의 연예인들을 선망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점차 노란 피부보다는 흰 피부를 동경하게 되었고, 얄쌍한 눈매 대신 쌍커풀 있는 커다란 눈망울을 선호하게 되었다. 이렇게 새로운 미의 기준이 유행하고, 이러한 기준들이 매체에서 아이돌과 연예인을 통해 자연스레 보도되며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이는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움의 기준은 동양인이 자연적으로는 갖기 힘든 미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초래한다. 무리하게 서양의 미를 좇는 여성들이 증가함에 따라 서구형 외모를 갖기 위한 성형수술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 최근 몇년간 인구 1천명 당 13.5건의 성형수술 건수로 OECD 국가 중 성형 강국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 중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로 인해 재수술 혹은 부작용에 시달리는 사례가 33%에 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많은 여성들은 점차 동양적인 모습을 탈피한 채 인공적인 미를 장착한 채 살아가고 있다. 잘못된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 피해자들이 속출할 뿐 아니라 이런 피해자들에게는 주변인들의 질타가 잇따른다. 일종의 질환으로 분류되는 성형 중독으로 인해 ‘성형괴물’이 되어버린 여성들에게도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선과 손가락질은 끊이질 않는다.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결심한 성형은 결국 다시 자신의 외모적 컴플렉스가 되어버린 것이다. 성형을 하지 않아 평범하거나 못생긴 얼굴을 가진 여성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회의 차별, 과도한 성형을 한 여성들에게는 혐오스럽다는 사회적 시선, 그리고 만족스런 성형을 통해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에게는 ‘자연미인'이 아닌 ‘성형미인'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뒤따른다.

 

-일등주의-

 

두번째 사회적 요인으로는 일등주의를 꼽을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는 성적대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것처럼 많은 것에 순위를 매겨 평가하는데 그 순위에 따라 최고만을 우대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괄시하는 사상을 일등주의라 일컫는다.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은 비교적 짧은 시간 내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재화가 곧 경쟁력을 뜻하던 자본 사회에서는 물질만능주의 사상이 사람들의 이념에 자리잡기 시작했고,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성과주의와 성공을 향한 지나친 집착은 오늘날의 과도한 경쟁사회를 이룩했다. 이러한 경쟁주의는 미적인 면에서의 경쟁까지 부추겨 사람들로 하여금 보다 더 나은 미를 추구하도록 하여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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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외모지상주의 속 일등주의는 한국의 미인 대회인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후보자들을 키, 몸무게, 허리사이즈, 가슴사이즈 그리고 골반사이즈로 수치화시켜 비교하고 그 중 1위를 가려내는 이 대회는 여성성을 상품화 하는 동시에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한다. 미스코리아의 본 취지는 외모 뿐만 아니라 지와 덕을 갖춘 대한민국의 이상향인 여성을 선발하는 것이었지만 많은 비리 논란에 휩싸이며 그 대회 자체가 변질되었다. 한동안은 전 국민이 뜨거운 관심을 보이던 대회였기에 외모에 따라 진, 선, 미로 후보자들을 수상하는 것은 한국의 외모 순위매기기의 시초가 되었다. 여성을 외모로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을 정당화 시키고 아름다운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168cm에 48kg으로 규격화 시켜버린 미인대회 미스코리아는 이렇듯 외모지상주의 속 일등주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예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집단주의-

 

외모지상주의가 한국에서 팽배하게 된 세번째 요인으로 한국인들의 집단주의적 성격을 꼽을 수 있다. 집단주의란 개인보다 집단의 생각을 더 중시함으로써 남들과 다른 것을 틀리다고 판단하는 사상을 일컫는다. 이는 규격화된 미의 기준과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는 한국 사회와 연관성이 깊으며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 하는 한국인들의 특성에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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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비에서 보도됐다 하면, 유명 연예인이 해당 옷을 입었다 하면, 혹은 한 포털 사이트에서 소개가 됐다하면 너도나도 똑같은 스타일을 좇는 한국인들. 이는 옷차림 뿐만 아니라 화장법, 머리스타일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하물며 스타일에 있어서도 남들과 달라지는 것을 두려워하며 조금이라도 튀거나 유행에 뒤쳐진다 하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부지기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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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집단주의적 특성은 미의 기준에 있어서도 찾아볼 수 있다. 요즘 흔히 말하는 ‘강남 언니들’은 강남역을 거닐다 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뾰족한 턱, 볼록한 이마, 그리고 쌍커풀이 진한 눈을 가진 여성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는 곧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예뻐지고자 남들이 흔히 하는 성형을 한 결과이다. ‘의란성 쌍둥이’ 역시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신조어로 ‘성형외과 의사가 만들어낸 쌍둥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획일화된 미의 기준을 고발하고 있다.

 

앞서 살펴 보았듯이 외모지상주의는 대한민국의 발전과 문화사대주의, 일등주의, 그리고 집단주의와 같이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고질병이 되어 버렸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추구하는 존재이지만 현대 사회에 보이는 불균형적이고 비정상적인 미를 향한 집착은 외모차별 및 사회갈등을 조장한다. 하지만 문제 인식과 원인 파악은 문제 해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 문화사대주의, 일등주의, 그리고 집단주의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의 외모지상주의의 현주소를 짚어보았으니 남은 것은 우리의 인식변화이다.

 

외모지상주의를 근절시키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미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에 이 사회에서 외모지상주의를 완벽히 뿌리 뽑는 것은 다소 비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대신 외모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나부터 외모를 떠나서 성격이나 가치관 같은 내면적 영역에서 나만의 매력을 가꿀 줄 알아야 한다. 나 자신이 겉모습에서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매력이 넘치는 사람이라면 타인을 바라 보았을 때에도 그러한 시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이러한 개인적 차원에서의 노력에 더불어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 언론은 그들의 컨텐츠가 얼마나 대중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지 인식해야 하며 대충매체에서 그려지는 여성의 모습과 가공되는 이미지 모두 더욱 더 신중하게 보도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다름이 틀림으로 인식되는 한국 사회에서는 하루 빨리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사람 자체에서의 아름다움을 찾는 것이 권장되어야 한다. 외모지상주의의 문제점은 단지 겉모습을 따져서가 아니라 개인의 가치와 많은 매력이 외모라는 단 한가지 요소에 쉽게 가려져버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혁이 사회 전반적으로 자리 잡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건강한 사회의 모습에 가까워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바이다.



사진 출처:

[cover]:

http://t1.daumcdn.net/brunch/service/user/7Qn/image/Ybq-6RRUbgI9QRemwEAKaBy9fbo.jpg

[1]: https://fashionandstylepolice.com/2015/08/07/female-body-shapes-the-ballerina-shaped-woman/

[2]: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yoonho5671&logNo=220062309100&beginTime=0&jumpingVid=&from=section&redirect=Log&widgetTypeCall=true

[4]: http://myfinancial.tistory.com/entry/%EA%B0%99%EC%9D%80-%EC%98%B7-%EC%9E%85%EB%8A%94-%EC%82%AC%EB%9E%8C-%EA%B0%99%EC%9D%80-%EC%98%B7-%EB%8B%A4%EB%A5%B8-%EB%8A%90%EB%82%8C

[5]: http://www.timeforum.co.kr/FreeBoard/4149215

 

내용 참조: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8&aid=0002492335

http://legacy.h21.hani.co.kr/section-021128000/2006/02/021128000200602080596046.html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89W7&articleno=13637841&categoryId=713045&regdt=20070102080649

http://blog.hani.co.kr/kdshb/49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