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으로 알아보는 포스트모더니즘

Posted by 수줍은18금
2011. 4. 13. 18:32 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포스트모더니즘, 분명 들어 본 적 있는 익숙한 단어 같지만, 막상 설명하려니 정확히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면, 당신은 아마도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해 매우 잘 알고 있는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 것.  그것이 바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본질이다.

Post-modernism라는 단어 자체가 암시하듯 그것은 후기-모더니즘이다. 즉 1920년대를 풍미하던 모더니즘 다음으로 일어난 전반적인 movement라고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하지만 사실 POST라는 접두사는 단순히 후기라는 뜻보다는 초월한다는 의미의 ‘탈’로서 해석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탈모더니즘이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무엇이든 물어보라던 네이버는 포스트모더니즘을 이렇게 정의한다.

“1960년대에 일어난 문화운동이면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영역과 관련되는 한 시대의 이념”

이 광범위한 의미를 건축이라는 시각으로 다시 보자면 포스트모더니즘이란 1900년대 후반 모더니즘건축으로 인한 사회 이슈들에 대응해서 생긴 새로운 이념이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건축은 기존의 모더니즘을 모조리 부정하고 온전히 새롭게 시작했다기보다는, 또 하나의 연장선으로서 모더니즘의 한계에 다양하게 접근했다. 예를들어 모더니즘의 어느 부분은 받아들이고 개선되는가 하면, 한편으로는 신랄하게 도전되고 저항되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조금은 혼란스럽고 이중적일 수 밖에 없는 양상은 모던 상태에 대한 다양한 견지들을 서술하기 위해 필수적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만약 누군가가 포스트모더니즘 특성을 단 한가지로 압축하라면, 그건 다원성이다.

그렇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이 기반으로 한 모더니즘이란 무엇일까?

Seagram Building

18-19세기 프랑스 혁명과 산업혁명은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건축에서는 신재료의 개발과 산업혁명이라는 계기가 대량생산을 할 수있는 툴을 선사하자, 고전적인 전통에서 벗어난 합리적인 시대상을 건축에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로 인해 기술의 발전을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합리주의/이성주의가 붐을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명료하고 실용적인 형태의 건축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건축으로는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천루를 꼽을 수 있다. 인테리어 공간은 프로그램/동선 등에 맞게 배치해서 효율성을 높이고,외관 역시 더 많은 이윤을 내기 위하여 높게 높게 짓기 시작했다. (높아지는 건물을 받치기 위해서 생겨난 것이, 바로 커튼월이다) 그것에 사용되어지는 부품들 조차 “standardization”되어 일괄적으로 대량생산됨으로서, 건물은 그 어떤 때보다도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어졌다.

Mies Van der Rohe

위의 건물, 시그램 빌딩의 건축가이자 모던건축의 대표인, 미에스반데로에 Mies Van de Rohe는 적은 것이 더 많다 "Less is more" 라고 주장하며, 기능과 구조로서의 추상적인 건축을 도모했다. 실제로 많은 모던 건축가들은 그의 주장처럼 고전적인 건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위적인 장식들이나 불필요한 요소들은 과감히 없애버리고, 재료의 본질적인 우아함과 기술성을 바탕으로 한 기능주의(Functionalism)에 입각해서 최대한 심플한 형태의 디자인을 했다.

또한 모던건축은 “거장의시대”라고 불리우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소수의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들이 전반적인 디자인을 모두 총괄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적인 문제들을 이성적인 분석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믿었다.그래서 여러 연구를 통해서 절대적인 완벽한 해결책을 찾고자 했다.
 

Le Corbusier

이 중에서도 가장 영향력있던 건축가, 르꼬르뷔제 Le Corbusier는 건축 더 크게는 도시에 이르기까지 기능성을 강조한 유토피아를 꿈꿨다. “집은 거주를 위한 기계”라는 말을 하며, 만약 집이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자동차처럼 대량으로 생산된다면, 세계 전쟁 이후 겪던 경제난국과 주택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이론들을 가상하는 과정에서 사람은 개개인이 아닌 하나의 데이타처럼 추상화되고, 기능만능, 비인간화등의 문제가 초래되었다.

그의 건축적 사상이 잘 표현된 대표적인 건축물로는 1958년 미국 건축가 협회상을 받은 일본인 건축가 Minoru Yamasaki의 Pruit Igoe 집합주택 프로젝트가 있다. 그의 야심찬 바램과는 달리, 사람들은 그의 유토피아에서 살기를 거부했다. 대량생산된 부품으로 짧은 기간안에 낮은 가격으로 건축을 완성했지만, 시간이 흐르자 수리나 개조가 불가피한 상태가 된 것 뿐만아니라, 사실 그 곳에서 사는 일은 그다지 유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더 이상 그 곳에서 살지 않게 되자 그 주거단지 자체가 슬럼으로 변해버려, 지어진지 불과 16년만에 철거되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가 실패함으로서 사실적으로 모더니즘도 끝을 맞이했다.

Pruitt Igoe


앞서 말했듯이 이처럼 모던건축이 실패하자, 많은 건축가들은 그것에 대한 비판과 분석, 그리고 앞으로의 건축이 추구하여햐 할 방향을 각자 다르게 모색, 제시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그들은 모더니즘이 추구하던 절대적인 위력이나 이념을 부정하고, 합리적 기능주의에 대해 의문점을 제시했다.  잠재적으로 제한없는 어떤 것으로서의건축적 텍스트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국제주의 양식으로 획일화 되어 버린 모던건축에 숨어 있는 가능성을 찾아내어 새로운 형태를 구성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건축가 로버트 벤츄리는 포스트모더니즘이 새롭게 추구해야 할 "복잡하고 대립적인 건축"에 대해 서술했다.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그는 미스의 말 “Less is more”에 도전하며, 적은 것은 지루하다 "Less is bore" 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그동안 배재되었던 역사적인 장식들이 다시 사용되었고, 지역성 특징 역시 강조 되었다. 더이상 건축가들은 효율성을 기준 삼아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  Form은 온전히 form을 위하여 디자인되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특징은 모더니즘 건축이 기능에 초점을 두었다면, 포스트모던건축에서는 예술이 기술보다 더 큰 역할을 했다. 결과적으로 합리적이고 단순했던 모던건축과는 달리 “복합성, 대립성, 상징성, 장식성, 대중성” 등을 내포하고 있는 건축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빌바오의 구겐하임 박물관을 예로 보자.

Guggenheim, Bilbao


마치 살아 헤엄치는 물고기를 연상하게끔 하는 이 역동적인 외관은 이전 일률적이었던 모더니즘 건축 외관의 그 어떤 것과도 비슷하지 않다.  이 건물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는 그 당시 보편적으로 생각하던 건축 형태과 판이하게 다른 "해체주의" 를 선동한 포스트모더니즘 건축가 중 한 명이다.  해체주의의 특징은 관행적인 건축 형태를 해체 또는 파괴하고 과감하고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프랭크게리는 여전히 건축을 순수예술로 간주하며 건물과 조각의 경계가 모호한 건축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해체주의는 단순히 건축의 형태만을 해체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건축의 가장 기본적이고 근원적인 개념들 역시 해체하며 새로운 건축의 패러다임을 추구했다. 

아래 건물을 보자

House VI

Peter Eisenman의  House VI는 언뜻 보면 심플한 외관이 모더니즘의 건물과 비슷하다.  하지만 벽, 바닥 등의 기본적인 용도나 보통 "집"이란 것에 대한 전통적인 가정들이 해체됬다는 점이 포스트모더니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령 가장 안락해야 하는 침실의 바닥은 무서우리만큼 깊게 파져있고, 고정되어 있어야 할 벽은 움직인다. 기둥들은 더이상 집을 세우기 위한 구조적인 시스템이 아닌 그가 만든 grid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또 다른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은 모던 건축물들처럼 전문성을 강조하고 건대한 건축이 아닌, 대중들과 친밀하면서도 포괄적인 건축이었다는 점이다. 칠레 Ritoque에위치한 Open City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Open City of Ritoque


이 프로젝트는 대중과의 의사소통을 높히기 위해, 거주자들에게 디자인 참여 기회를 주고, 건물이 모두 지어진 후에도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게 공간을 재구성 할 수 있도록 지어졌다. 가끔 포스트모더니즘을 대중문화와 같다고 느끼는 것은 이처럼 개인의 목소리와 소통하는 것을 중요시 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그것 역시도 끊임없이 변형되었다. 건축가들은 세상이 너무나 혼란스러울 때에는 질서 order 를 제공하고, 반대로 세상이 너무 일률적으로 변할 때는 파격 disorder을 선사하며, 질서와 혼란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았다.

건축가 렘쿨하스 Rem Koolhaas는 건축의 본질을 통해 시대의 본질을 표현한다고 했다. 실질적으로 우리가 20세기의 건축의 흐름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건축가들은 사회의 문제점에 큰 관심있는 예술가이자 철학자들이다.  그들의 건축물은 - 전체적인 외관에서 부터 아주 작은 볼트 하나까지도- 하나의 언어가 되어 건축가의 이데올로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시대를 초월하는 건축가들의 메세지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니깐.


사진출처:

Seagram Building http://digitalimaging.wikispaces.com/Ezra+Stoller

Mies Van der Rohe http://www.iit.edu/arch/about/history/mies.shtml

Le Corbusier http://42ndblackwatch1881.wordpress.com/2009/04/25/le-corbusier-the-father-of-international-style-design/

Pruitt Igoe http://www.maleesamade.com/blog/the-pruitt-igoe-myth/

Complexity and contradiction in Architecture http://www.whitcoulls.co.nz/book/complexity-and-contradiction/1669052/

Guggenheim, Bilbao http://thebesttraveldestinations.com/guggenheim-museum-bilbao-spain/

House VI http://history-of-architecture-frank.wiki.uml.edu/Exam+3

Open City of Ritoque http://www.mimoa.eu/projects/Chile/Conc%F3n/Open%20City%20of%20Rito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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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건축의 본질을 통해 시대의 본질을 표현한다" 멋있네요.건축으로보는 포스트 모더니즘. 흥미로운 글이었습니다. 작년에 씨에틀 space needle 옆에있던 science fiction 박물관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는데, 구겐하임 박물관의 사진과 유사했어요.- http://unusual-architecture.com/experience-music-project-seattle-wa-usa/

    무척 인상깊은 곳이 었는데, 우주적인 느낌이랄까~?!!ㅋㅋ 구겨진 것 같은 빌딩!! 너무 재밌어서 사진찍느라 떠나기 싫었었어요. 프랭크 게리의 작품이었군요.!!!!! 정독했습니다!!!
    • 그렇죠!! Frank Gehry는 건축가들 중에서도 자신만의 색깔이 굉장히 뚜렷한 사람중 한명이랍니다! 이번에 뉴욕에 새로 지은 high-rise building도 모모의취향님께서 말씀하신것처럼 메탈이 종이처럼 구겨진듯한 느낌을 주었더라구요!!! 저도 씨애틀에 있는 박물관 재밌게 잘봤습니당! 감사합니다!!:)
  2. 확실하지 않은 것이라고 하니깐 양자역학이 생각났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그렇네요!! 사실 예전에는 건축의 역사가 결국은 유행처럼 돌고 도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요새 건축이 아주 새로운 phase를 맞이하는 걸 보면서! 어쩌면 미래를 예측하긴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양자역학!! 감사합니당!
    • hjkim
    • 2011.04.13 19:51
    "건축가들은 사회의 문제점에 큰 관심있는 예술가이자 철학자들이다."
    • aesthetically
    • 2011.04.13 23:11
    저도 정독 했어요! 점점 서툴어지는 한국말로 룸메에게 소리내서 읽어주기까지 하며^ ^;; 끝 부분, 특히 hjkim님 께서도 인용하신 저 문장 너무나 감명 깊게 읽었어요.
    • 아 미흡한 글인데!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당!! :) 내용 대부분 굉장히 익숙한 컨텐츠였죠?ㅋㅋㅋㅋ
    • 숲틱HS
    • 2011.04.14 02:49
    너무 멋진 글이에요 ~ 잙 읽었습니다 수줍은 18금님
    • 김질럿
    • 2011.04.27 15:12
    다음번에는 해체주의에 대해서도 써주셨으면 좋겠어요..ㅎㅎ
    • hong
    • 2011.11.20 00:43
    음.... 미국 미주리 세인트루이스의 프루이트 이고 공공주택단지는.. 르꼬르뷔제의 디자인이 아니라 1955년 일본의 미노루 아마사키가 디자인한걸로 알고있는데...ㅎㅎ
    • 아 그러게요!! 제가 수업시간에 딴짓을 했나보네용 ㅋㅋ 감사합니당! 수정했어요!
    • euki
    • 2012.05.24 06:29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에 대해서 찾다가 들어왔어요~
    해체주의를 얘기하셨는데 이건 포스트 모더니즘의 하위 갈래중에 하나인가요?
    우리나라 포스트모더니즘 건축은 어떤게 있나도 궁금하네요~ㅎㅎ
    • 2013.07.15 00:28
    비밀댓글입니다
    • keminoir
    • 2014.03.29 18:41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네요!
    :-)
    • 국자
    • 2015.11.03 21:29
    재밌네요^^. 혹시 국민대 건축과 석사과정이신가요??
    • 1
    • 2015.11.03 21:30
    1
    • 도시공부노잼
    • 2018.10.18 23:18
    막 재개발에 대해 공부하면서 역사를 보는중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차이를 알고싶었는데 잘 이해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