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DITORIAL/국제 :: Worldpost

미국 스포츠에 숨겨진 인종차별



Native American, Native Indian, 혹은 Indian이라고 불리는 이들에게 관심을 갖는 이가 얼마나 될까? 심지어 지금 미국에 살고 있는 거주자들 중에 미국땅의 원주민인 그들을 foreigners, 즉 이방인이라고 칭하는 무지한 사람들도 많다. 인디언들은 소수민족으로서 유럽인들의 침략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많은 인종차별을 견디어 내고 있다. 그런데 그 차별을 하고 있는 사람 중에 하나가 나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을 차별하고 있었다면?

현재 미국에 있는 많은 학교들과 스포츠 팀들이 인디언과 관련된 이름 혹은 마스코트를 사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나라 선수인 추신수가 있는 야구팀 Cleveland Indians와 미국의 풋볼팀인 Washington Redskins가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응원하고 외치는 이들의 팀 이름에는 분명 인종차별이 숨어있다.

Washington Redskins의 Redskin, 이 단어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첫째로 유럽인들보다 조금은 노랗고 붉은 인디언의 피부색을 본떠 redskin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있다. 생각해보자. 만약 미국 야구팀 어느 하나가 동양인을 마스코트로 내세운 Oakland Yellowskins 혹은 흑인을 내세운 San Francisco Blackskins라면?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겉으로 하는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행동이 큰 죄가 되는 지금 21세기의 미국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팀 이름인 것은 분명하다. 

Cleveland Indians가 아니라 Cleveland Asians, Cleveland Africans 라면? (사진 출처: http://sarthacker.wordpress.com/2011/02/07/blog-3-the-native-american-mascot-controversy/)


이 유래만으로도 충분히 Redskins라는 팀명은 인종차별적이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건 두 번째 설이다. 옛날 유럽 개척자들은 인디언들과 전쟁 후 그들을 죽인 만큼 포상을 받았다. 죽인 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시체가 필요했고 죽은 인디언들의 시체를 일일이 다 들고 다니기에는 그 수가 너무 많아서 그들의 얼굴 가죽을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때 피범벅이 된 얼굴 가죽에서 redskin이란 닉네임이 비롯됐다는 설이다. 한민족의 아프고 치욕적인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닉네임이 스포츠 경기에서 단순하게 오락을 위해 불려지고 외쳐지는 건 다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문제는 이름뿐이 아니다. 일리노이 대학교는 Chief Illiniwek라는 마스코트를 사용해왔다. 여기서 Illiniwek 은 일리노이 주에 거주하던 12개의 인디언 부족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이 Chief Illiniwek 은 일리노이 대학교의 풋볼, 야구경기 등 스포츠경기에서 쉬는 시간마다 응원을 북돋기 위해 등장했다. 문제는 Chief Illiniwek로 분장하고 나온 재학생의 말도 안 되는 복장과 춤 그리고 같이 울려 퍼지던 음악이었다.

일단, 그 마스코트가 입었던 옷과 열심히 추던 춤은 Illiniwek 의 것이 아닌 Lakota tribe의 것이었다. 또한, 인디언의 문화나 역사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미디어에서 창조해낸 인디언들의 이미지를 기본으로 근본 없는 춤을 만들어냈다. 밴드에서 흉내 내는 인디언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인디언의 전통방식의 비트는 안정감을 주는 심장소리를 흉내 낸다. 하지만 주로 할리우드에서 접하는 인디언들은 악역이 많았기 때문에 그들의 등장음악은 긴장감을 가져오는 비트가 많이 사용되었다. (하단의 동영상 참조) 일리노이 대학교에서는 후자, 즉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인디언 음악을 연주하며 전통과는 동떨어진 옷을 입고 알 수 없는 춤을 춰댄 것이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보면 인디언들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언들이 유럽 국가들에게 침략을 당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일본에 침략을 당한 역사가 있다. 그런데 일본이 자기나라 야구팀 이름으로 신주쿠 조센징을 사용하고 그 팀의 응원단장이 한복도 아니고 기모노도 아닌 옷을 입고 나와 한복이라 주장하며 이상한 춤을 추면서 한국 전통음악이라며 중국의 가락을 연주하고 있다면? 생각만해도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리노이 대학의 Chief Illiniwek (사진 출처: http://www.uillinois.edu/chief/)

해당 팀들은 팀 이름은 그저 이름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그 팀들의 이름들이나 마스코트들이 인디언들에게 경의를 표현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Redskins를 외쳐대는 경기장의 모든 팬들이 그런 것들을 염두하고 있을 리 만무하다. 아무리 제 3자가 경의와 존경을 표한대도 불리고 모방되는 그들이 모욕을 느낀다면 모욕, 인종차별인 것이다. 또한 인디언 마스코트를 갖고 있는 팀과 경기를 펼치는 상대팀들의 팬 입장에서는 결국 Redskins 혹 Indians는 조롱하고 무찔러야 할 적일 뿐이다. 실제로 Washington Redskins의 라이벌 팀 관중들은 “Kill the Indians” 혹은 “Murder the Redskins”같은 구호를 외치기도 한다. 끔찍한 역사의 반복이다. 그들은 역사 속에 갇혀있는 셈이다. 물론 팬들의 입장에선 애칭을 갖고 수십 년 동안 불러온 팀의 이름을 바꾼다는 거 자체에 반감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논쟁에서는 누구보다도 모방 당하는 당사자, 즉 인디언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시 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