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OFFICIAL PRESS/Berkeley Korean Leadership

#5-2. 풍물패 동아리 EGO, "EGO에 열정을 갖게 된 건 EGO의 음악과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에요"

청춘은 젊은이의 것이고, 삶은 산 자의 것이다. 그리고 역사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산 자들에 대한 기록이다. 오늘도 청춘의 삶을 살고 있는 버클리의 대학생들.  저마다의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 학생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사교생활을 하며, 또한 동아리 활동을 하며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해 나가고 있다. 역사는 역사가의 것이 아닌 그 역사를 쓰고 있는 우리 학생들 자신의 것이다.

동아리.  한 패를 이룬 사람들의 무리라는 순 우리말이다.  같은 취미나 목적을 가진 학생들이 힘을 합쳐 모임을 이루는 대학생활의 꽃이라고 불릴만하다. 이런 동아리들은 모임을 구성하는 학생들의 의지에 따라 그 정체성이 결정된다.  그리고 그들의 의지는 곧 그들의 역사가 된다.

버클리오피니언의 4번째 Official Press는 UC 버클리 내 클럽들의 설립과 운영과정을 알아보면서 그들만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리더십에 대해 알아본다. 

EGO at Berkeley

어느 캄캄한 밤, UC버클리광장 Sproul Hall이 사람들로 가득 찼다. ‘REFUND EDUCATION’ 이라고 적힌 푯말을 들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여기저기서 한 떼의 사람들이 모여 함성도 지르고 있었다. 시위를 구경하러 온 사람들과 Occupy Movement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모두 뒤섞여 Sproul Hall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붐볐다. 이것은 다름아닌 지난 해 미디어 업체들을 통해 범국가적인 주목을 받은 OCCUPY CAL의 현장이었다. 한창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을 무렵, 필자와 몇몇 지인들은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이곳을 지나가던 참이었다. 이 사람, 저 사람을 둘러보다 이제 집으로 향하려는데 같이 있던 무리 중 한 후배가 들고 있던 장구 가방을 열더니 장구를 꺼내들면서 말했다. “장구를 치고싶어…” 나는 이때 이 후배가 UC 버클리에 있는 풍물패 동아리 EGO의 회장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마침 옆에서 작은 북을 치는 무리가 있었는데,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이 후배는 자신감을 갖고 활기차게 장구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때 EGO의 존재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고, 아직도 이 EGO 회장이 공연한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 공연에서 느꼈던 패기와열정, 한국의 자긍심을 뜻하는 ‘EGO’ 의 회장 이예지 양을 만나보았다


hopeful 21: EGO와 자기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이예지: EGO는 UC버클리의 풍물패 동아리에요. 풍물이란 한국의 전통음악이라고 할수있는데, 농민들로부터 유래된 서민의 음악입니다. 저는 EGO에서 external president를 담당하고 있구요, OT, MT나 쇼케이스 같은 정기적인 이벤트를 다른 스태프와 함께 총괄하는 게 제 임무입니다. 
 
hopeful 21: EGO가 설립된 과정과 현재 EGO의 배경을 말씀해주세요.

이예지: EGO는 2000년에 설립된 동아리에요. 버클리의 또다른 한국동아리 CKS (Committee of Korean Studies/한국학위원회)에서 풍물에 관심을 가진 멤버들이 따로 나와서 만든 동아리구요, 현재스태프 7명, 정규멤버 약 30명과 디칼학생들 약 30명정도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hopeful 21:    EGO는 경제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나요?

이예지: 저희는 공연을 뜁니다. 공연을 하고 사례비를 받는 식인데, 예를 들면 2주 전에 스탠포드대학교에서 열린 Pan-Asian Music Festival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동아리로 사물놀이와 풍물을 공연 했었어요. 공연을 뛰면 수입이 있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뭉쳐서 연습을 하고 한국음악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라서 좋아요.  

hopeful 21: EGO decal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것 또한 EGO가 담당하는 건가요?
(디칼이란 UC 버클리 학생들이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예지: 네, EGO는 풍물과 사물놀이를 가르치는 decal course를 운영하고 있어요. 디칼은 봄과 가을학기에 있는데, 한 학기에는 사물놀이를 가르친다면, 그 다음 학기에는 풍물을 가르치는 식으로, 학기마다 번갈아가며 가르치고 있습니다.

풍물패는 진, or position, 을  만들어가며 움직이면서 악기를 치는 것을 뜻하고 ,사물놀이는 네 가지 악기들을 친다고 해서  사물놀이라고하는데, 항상 앉아서 친다. 사물놀이는 보다 더 western culture에 맞는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것이다.


hopeful 21: 어떻게 EGO를 처음 접하게 됐나요?
 
이예지: 저는 2009년 봄학기에 디칼수업으로 EGO를 접하게 되었어요. 개인적으로 디칼수업을 들으면서 되게 재밌는 기억들이 많아요. 고등학교 때, 한국무용을 했었는데 너무 좋았었고 그 후로부터 (한국)음악 쪽에 관심이 갔었는데 친구가 문득 EGO 디칼에 대해서 말해줬었어요. 디칼수업에서 장구를 배웠는데 매 수업 때마다 새로운 가락을 배우는 게 재밌었고 그래서 EGO에 관심이 갔어요. 디칼을 듣다가 EGO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 제가 이고에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것을 알고 회장오빠가 저를 PR 스태프로 뽑아주셨죠.

hopeful 21: 회장인 지금으로서의 PR 시기를 잠깐 되짚어 본다면 어떤가요?

이예지: 실수 투성이었죠. 다시 한 번 하라고 하면 어떤 식으로 할 수 있을 지 알 것 같아요. PR로 일할 때는 이고에 대해서 배웠고, EGO의 역사와 사람들에 대해서 배웠다면 회장이 된 지금은 이고의 문제점을 없애려고 하거나, 이고의 미래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 고민하고 이끌 수 있는 것 같아요. 회장이 된 지금 더 많이 배우고 있구요.  

hopeful 21: EGO는 멤버들끼리 (사이가) 참 끈끈할 것 같은데.

이예지: 네! EGO의 소셜이벤트들은 movienight, banquet, clubbing, broomballing, 뒷풀이, 등등이 있어요. 저희는 소모임 형식으로도 자주 만나는데, 랜덤하게 연락해서 막걸리나잇 이런 자리도 가지고 있구요(웃음). 며칠 전에는 상쇠 담당 언니 집에서 된장찌개와 갈비찜 먹었어요. 저희는 먹는 걸 되게 좋아해요. 


hopeful 21: 버클리 동아리들 중에서 이고가 특별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예지: 몇 가지 이유가 있어요. 첫번째로 EGO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음악, 풍물, 을 미국에서 널리 알리고 키워나가자는 목표가 뚜렸해요. 그래서 연습도 공연의 질을 더 높이려는 생각을 가지고 진지하게임하고. 스태프들도, 멤버들도, non-member도 저희가 각자 하고 있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 저희는 정말 아마츄어지만, 이런 목표를 갖고 있고 자부심을 갖고있다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한 것 같아요. 두번째는 멤버십을 가질 수 있는 과정이 다른 동아리들과는 조금 다른데, 단지 membership fee를 내고 되는 게 아니고 포인트를 쌓아야해요. 연습에도 나와야하고, general meeting에도 나와야 되고. 무엇보다 공연을 했었다는 게 중요해요. 저희는 공연을 하는 동아리이고, 사례비를 받는 공연은 (특히나) 아무렇게 뛸 수 없기 때문에 멤버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음악에 대한 열정과 배우려는 자세를 보여줘야해요. 근데 포인트를 쌓는 게 어려운 건 아니에요. 그냥 계속 나오다보면 어느 순간 벌써 포인트가 쌓여져 있어요. 그 다음 기존멤버들과 인터뷰를 한 후 멤버십을 받는 식인데, 인터뷰 때 멤버들의 만장일치를 받지 못한다면 멤버가 될 수 없어요. 그만큼 그 사람의 꾸준함을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이야. 멤버십 절차가 조금 다르다고 해서 멤버와 넌멤버를 차별을 하는 건 절대 아니에요. 저희는 멤버든 아니든 일단 연습에 나오면 마구마구 이뻐해요. 세번째는 졸업생들과 친분이 끈끈하게 이루어진 것인데, 개인적으로 회장이 되고나서 정말 많은 조언들을 들었어요. 학교를 졸업한 전 이고멤버들을 보면 제가 졸업해도 선배님들이 저에게 하셨듯이 저도 새로운 EGO의 멤버들을 챙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hopeful 21: 벌써부터 “대를 이을” EGO 스태프들과 멤버 생각을 하고 있는데요, 이를 보면 EGO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 같은데, EGO에 대한 열정은 어떻게 생긴 건지 궁금하네요.  

이예지: 처음에 장구가 헷갈리기만 했을 땐 EGO사람들한테 끌렸던 것 같아요. 이고사람들과 같이 있으면 그냥너무 편하고 재밌었어요. 그러면서 장구가 조금씩 늘었고 느는 게 보이니까 더 빠져들었고 애정을 갖게 되었지요. 장구의 매력에 빠졌고. 또 그래서 잘하고 싶었고. 새벽3시까지 제가 좋아서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기도 했거든요. 가르쳐 준 그 오빠도 짜증 한 번 안내고 가르쳐 주었구요. 결국에는 제가 이고에 열정을 가지게 된 데에는 사람과 음악을 separate할 수 없었다는 거에요. 음악을 배우기에는 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hopeful 21: 이고에 단지 발만 담궈두는 게 아니라 온몸 깊이 담아두고 싶어 회장이 되었다는 예지양. 그녀에게도 걱정 하나가 있다고 하는데.

이예지: EGO가 처음 만들어졌을 땐 거의 다 1세들이었어요. 요즘은 외국인들이 점점 많이 들어오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요,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또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한국문화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뿌듯해요.그들을 integrate하려고 항상 노력하는데, 그러다보면가끔씩 한국적인 요소들을 놓아야 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한 가지 걱정은 나중에, 아주 나중에는 EGO가 어쩔수 없이 그런 한국적인 요소들, 또 더 나아가 이고만의 정통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고만의장점들을 지키기 위해선 한국의 문화를 그냥 보여주는 것이 아닌, 아예 풍덩 빠지게끔 해야해요.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해야죠.

hopeful 21: 디칼부터 쭈욱 EGO에서 활동한 것을 생각하면 어느덧 2년반동안 EGO에 몸을 담은 것인데요, 그기간동안 제일 힘들었던 경험이 있다면요?

디칼수업을 가르치던 빌딩이 있어요. IEAS Building이라는 곳인데 사소한 이유들로 인해 쫓겨났었어요. 갑자기 수업을 할 곳이 없어졌고 악기들을 보관할 공간도 없어진 셈이었죠.저로서는 새벽3시까지 연습할 장소가 없어진 것이기도 했고요.풍물 자체가 소리가 큰 음악이기 때문에 새로운 장소섭외가 수월하지 않았었죠. 그래서 결국엔 연습과 수업을 밖에서 하게 됐어요. 비가 오는 날이면 주차장 안에서 연습하기도 했구요. 악기들을 보관할 곳을 아무리 찾아봐도 악기들이 워낙 커서 찾기가 힘들었어요. 결국 어쩔 수 없이 IEAS에 다시 부탁해서 악기보관만이라도 할 수 있도록 합의를 봤어요. 예상하지 못한 경험이었지만 추운 겨울에 밖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흥이 나서 연습하던 걸 되짚어보면 저희는 편하다고 해서 크는 클럽은 아니라는 걸 새삼 다시 느꼈어요.
 
hopeful 21: EGO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이예지: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EGO의 모든 멤버들이 그 순간을 너무 즐기고 있는 그 순간순간이 모두 기억에 남아요. 누가 실수해도 다 같이 한다는 생각에 그냥 즐거운 모습. 그럴 때마다 통한다는 느낌을 받아요. 

hopeful 21: 앞으로의 계획은 어떤가요?

이예지: 학기마다 하는 showcase가 4월28일에 있어요. 차근차근 잘 준비하고 싶고 내년에 이고를 이끌어 갈 스태프와 멤버들을 키우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이고의 새싹들에게 좋은 선배가 되고 싶구요. 믿고 의지할 수있는 선배요.

hopeful 21: EGO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뭔가요?

이예지: 연습에, general meeting에, 멤버쉽에, 공연에... EGO가 너무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겁 주려고 하는건 아닌데 말이죠. 한 번 토요일 연습에 나와서 배워보라고 하고 싶어요.

hopeful 21: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이예지: 요즘 보면 일자리도 잡기 힘들고, 그래서 resume를 위해서 동아리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보는 것 같아요. Resume building도 정말 중요하지만, (여러분의 커리어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냥 좋으면 하는 게 최고인 것 같아요. 저같은 경우는 resume에 썼을 때 EGO보다 더 좋게 보일 것들이 있었지만 결국엔 EGO로 돌아오게 되더라고요. 그냥 좋으니까. 이건 내가 하는 게 맞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만약에 아직 그런 걸 못 찾았다면 하루 빨리 찾길 바라요.  

hopeful 21: 버콥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예지: 버콥은 작년부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단기간에 정말 빨리 큰 것 같아요. 많이 바쁘실텐데 다른 한인 동아리에도 관심을 가지시고 이런 시리즈를 제작하시다니 멋지네요. 즐거운 인터뷰 감사드리고 버콥 여러분, 다른 동아리 기사들도 기대하겠습니다. 

hopeful 21: 마지막 질문으로 "이예지님께 EGO란?"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까지 필자는 5분을 기다렸다. EGO에 알맞은 단어를 생각하느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지 않았나 싶다. )

이예지: EGO는 놀이터에요. 이 비유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번째는 놀이터를 떠올리면 정말 흥이 나게,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잖아요? 저한테 EGO는 그런 곳이에요. 두번째로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다 보면 흙도 묻고 옷도 더러워지고 몸도 지치고 그런데도 왠지 더 남고 싶잖아요. EGO는 저한테 그런 곳이에요. 연습하다 보면 땀 나고 여자로서 절대 예뻐 보일 수 없을 때도 있는데. 그래도 이상하게 더 오래 있고 싶은 곳이에요. 계속 서성이게 되는 곳이랄까요.  
 
한국나이로 이제 꽃 피울 나이 스물한살 EGO 회장 이예지 양. 한국을 사랑하는 그녀의 마음이 내게도 전해지고 EGO의 미래를 걱정하는 모습이 참 대견했다. 미국이란 땅에서 한국의 풍물패를 전하는 EGO와 회장 이예지 양, 모두 대한민국의 자부심(EGO)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