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바람 때문에 떨어진 낙엽으로 뒤덮힌 이 곳 버클리는 현재 중간고사 (Mid-term) 기간이다. 우리 주변엔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학교 도서관의 좋은 자리는 당연히 찾기 쉽지 않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지루한 시험기간동안 재미있는 광경을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수능기간만 되면 수험생들에게 대박을 기원하기 위해 엿을 선물하듯이, 버클리에서도 시험을 잘보라며 친구, 선배, 후배들에게 달달한 초콜릿을 선물한다.
이번 가을학기 신입생으로 버클리 가족이 된 나에게도 낯선 일이 아니다. 얼마 전 떨리던 첫 시험 당일날로 돌아가본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날까지 빽빽히 정리한 필기노트를 보며 복습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어젯 밤 자기 전, 덜 닫아버린 창문 틈 사이로 찬 바람이 새어들어와 쓸쓸하고 공허한 아침을 맞이했었다. 보통 같으면 나보다 훨씨 먼저 일어나계실 엄마가 아침은 조금이라도 먹어야 한다며 예쁜 접시에 토스트 한조각을 올려다 갖다주셨을텐데... 아무리 읽어도 끝까지 이해가 안가는 책의 내용 때문에 내 자신을 미워하고 있을 때 즈음, 수업을 마치고 돌아온, 그땐 아직 조금은 어색한 룸메이트가 시험을 잘 보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초콜릿을 건내주었다. 아침을 먹지도 않은 공복에, 너무 신난 나머지 초콜릿 한조각을 떼내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평소에 아무 생각없이 자주 즐겨먹던 초콜릿이었는데, 그날따라 두배, 세배로 더 맛있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잠도 설친 나였는데, 누군가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었고, 떨리지만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섰다. 시험은 무사히 끝마쳤고, 룸메이트의 응원 덕분엔지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온 현재. 내 주위에는 아직까지도 남은 시험들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친구, 언니, 오빠들이 있다. 그래서 나도 그들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려 근처 슈퍼마켓인 Walgreen's 로 향하려는 찰나, 재미있는 궁금증 하나가 생겼다. 과연 초콜릿은 어떤 효능이 있을까? 내가 시험을 보는데에 정말로 어떤 도움을 주었을까? 이제부터 그 궁금증을 풀어보려 한다.
초콜릿은 일단 ‘카카오 반죽에 밀크, 버터, 설탕, 향료 등을 첨가하여 굳힌 과자’ 라고 우리 사전에 정의되어있다. 초콜릿의 주 재료로 사용되는 카카오의 역사는 이러하다. 먼 옛날 15세기 전부터 멕시코 원주민들의 음료 또는 약용으로서 귀하게 여기던 카카오 원두는, 16세기 중반 멕시코를 탐험하던 코르테스 (Cortés)가 스페인 부유층에게 소개하여 17세기 중반부터 유럽 전역을 시작으로 하여 온 세계에 퍼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카카오를 이용해 우리가 현재까지도 즐겨먹는 초콜릿을 발명한건 1828년 지방분의 압착, 설탕 혼합 및 고형화에 성공한 네덜란드인 반 호텐 (Van Houten)이다. 이처럼 초콜릿의 역사는 꽤나 간단하다. 그렇다면 반 호텐의 노력으로 완성된 초콜릿에는 도대체 어떠한 성분이 있길래 우리의 시험기간을 조금이나마 덜 힘들게 해주는건지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초콜릿의 대표적인 성분에는 데오브로민 (theobromine), 칼슘 (calcium), 카페인 (caffeine), 타우린(taurine) 등 이있다. 그 중 우리의 중추신 경계를 자극하는 카페인은 우리의 뇌 활동을 활발하게 해주어 집중력을 상승시켜주며, 피로감과 스트레스까지 덜어준다고 한다. 데오브로민은 우리의 인체에 들어오게되면 대뇌의 피질을 부드럽게 자극해주어 사고력과 판단력을 올려주는 역할을 도맡아 한다. 흔히 다크 초콜릿이 보통 초콜릿보다 몸에 좋다고 하는 이유도 이 데오브로민에게 있다. 대체적으로 초콜릿에 함유되어있는 당분은 많이 알려져있다시피 우리의 신경을 맑게 해주고 피로를 풀어준다. 이는 당분이 우리의 혈당치를 정상화 하여 뇌에 영양을 공급하고, 뇌의 움직임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이다. 또, 초콜릿의 카카오 향은 우리 뇌 정신 주파수인 알파파를 쉽게 낼 수 있게 도와준다고도 한다. 또 알아두어야 할 초콜릿의 성분은 페닐에틸아민 (phenylethylamine) 이라는 화학물질이다. 신경 전달 물질이라는 명칭을 안고있는 이 화학물은 우리들의 정신을 안정시켜주며 집중력 또한 높혀준다고 한다. 긴장되는 마음을 안고 시험장으로 들어설 때, 마치 심장이 터질것만 같을 때. 초콜릿 한 조각을 먹는다면 심장박동수가 줄어들고 긴장이 풀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초콜릿의 폴리페놀 (polyphenol) 은 우리가 시험기간만 되면 느끼는 신체척, 심리적 스트레스를 둘 다 해소시켜준다고 한다.
시험기간에 왜 초콜릿을 주고 받는지, 도대체 초콜릿의 효능은 무엇인지 이제야 이해가 된 것 같다. 요약하자면, 초콜릿은 우리의 정신을 맑게 해주고, 피로를 풀어주며, 집중력 또한 높혀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알고 아무 초콜릿이나 무작정 사먹는 바보같은 행동은 하지말자. 초콜릿을 장기적으로 다량 섭취한다면 우리의 혈당은 너무 높아질 것이고, 아토피나 여드름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한다. 초콜릿을 선택할 땐, 되도록이면 카카오 함유 70% 이상의 다크 초콜릿 또는 블랙 초콜릿을 고르도록 하자. 다크 초콜릿은 유제품, 견과류 등의 첨가물이 들어가있지 않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더 강한 효능을 줄 수 있다. 그렇지만 과유불급 (過猶不及), '지나친 것은 미치지 못한것과 같다'라는 사자성어가 말해주듯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지나치다면 독이 될 수 있기 마련이다. 다크 초콜릿을 포함한 모든 초콜릿의 과다섭취는 득이 될 것이 없다는 뜻이다.
주위에 아직도 시험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가 있는가? 밤을 새버려서 수업시간에 계속 조는 친구가 있는가? 시련 때문에 아파하거나, 개인 사정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주변 사람도 좋다. 그들에게 초콜릿을 건내보자. 어쩌면 그들의 지친 하루 속에 당신이 건낸 초콜릿 한 조각이 엄청난 힘이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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