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클리생의 대학생활 200% 즐기기 프로젝트 - [200%젝트]
(1) 신입생들의 꿈, 하스
버클리에는 경제학, 심리학, 화학 등의 보편적인 전공 외에도 다른 학교에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전공이 한 가지 있다. 이름하여 ‘프리하스(Pre-Haas).’ 한국인 신입생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자기 소개를 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기도 하는 이 전공은 2학년 때부터 지원할 수 있는 버클리의 2년 경영 학부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과정을 일컫는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싶은 학생들이라면 누구에게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학부가 바로 Haas School of Business일 것이다. 버클리의 하스 경영대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경영대학으로 졸업생의 평균 연봉이 약 6만 2천 달러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U.S. News Rankings의 Undergraduate Business Programs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지원자들 간의 경쟁도 매우 치열하다. 프리하스 필수 과목인 UGBA 10 수업에 들어가면 자기 소개 때 10에 9.5는 전공이 “프리하스”라고 말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정도다 (나머지 0.5명분은 간혹 이 악명 높은 수업을 Breadth 코스로 듣는 괴짜들이 채운다). 매해 그렇듯 올해 한국인 신입생들 사이에서도 프리하스 학생들이 많이 보이며 하스 관련 질문 메시지들이 쇄도하는데, 내년 이맘때에도 같은 사람들이 하스를 포기하지 않고 남아 있길 바라며 이 글에서 좀더 현실적인 도움을 주고자 한다.
2년이라는 준비 기간의 참된 목적을 파악하라
사실 어떤 수업을 들어야 하며, 학점은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한다던지, 혹은 어떤 클럽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런 흔한 조언은 더 이상 주고 싶지 않다. 대부분의 프리하스 학생들이 밟는 절차를 그대로 따라가면 자연스레 프리하스의 기본적인 요건을 갖추는 것은 어렵지도 않거니와 하스에서는 학점을 포함하여 에세이, 과외활동(extracurricular activities), 인턴십, 수상 경력, 인터뷰 등 굉장히 다양한 심사 기준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합격 조건을 딱 부러지게 제시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간단명료하게 말하자면 UGBA 10 수업에 들어가 거기에 있는 모든 학생 중에서 가장 “잘” 하면 된다. 강의실을 빽빽하게 채우는 그 수많은 중국인들보다 더.
그러나 대학에 온 만큼 더 이상 고등학생 때처럼 스펙 싸움에 시달리지는 말자. 고등학교에서 SAT와 AP를 피눈물 나도록 공부하고 온갖 과외활동으로 레쥬메를 빽빽하게 채울 때, 대학에 가서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지 않았는가. 물론 하스의 심사 기준은 일반적인 College Application과 매우 흡사하여 다들 대학 지원을 한 번 더 하는 기분으로 준비하는 것이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다른 대학들은 신입 지원 당시부터 있는 경영 프로그램을 하스에서 2년짜리로 제공하는 건, 학생들에게그 긴 입시 스트레스를 다시 겪게 하려는 악독한 심보 탓도 아니며 학부생의 경영 공부는 2년이면 충분히 마칠 수 있다는 자신감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하스에서는 경영을 가르치기 전, 학생들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시간을 2년 주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것을 찾아냈는지 보여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정작 하스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다른 관심사를 갖고 싶어도 비즈니스 관련 수업만 질리도록 들어야 할 테니.
내 열정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라
그러니 자기계발서에서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는 뻔한 조언 같지만,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을 찾아라. 비즈니스와는 전혀 관련이 없어도 상관없다. 경영과의 연결점은 하스에 들어가고 나서 찾아도 늦지 않으니까. 필자는 환경과학에 관심이 많아 그린 마케팅에 포커스를 맞추게 되었고,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IT분야에서, 음악을 즐겨 하는 사람은 예술 산업에서 경영학을 바탕으로 활약할 수도 있다. 하스에서는 1, 2학년 때부터 경영에 관한 모든 지식을 터득한 이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인 사람을 뽑는다기보다는 자신만의 관심 분야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앞으로 이를 경영에 접목시킬 사람을 찾고 있다. 필자가 하스에 지원하고 인터뷰를 봤을 때에도 인터뷰어가 리더십이나 경영 철학보다 가장 관심을 보였던 것은 필자의 다른 전공인 환경과학을 살리기 위해 겨울 방학 때 갔던 아이슬란드 여행이었다. 그리고 현재 수강하고 있는 경영 수업에서 만난 하스 학생들도 공통적으로 자신만의 열정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한 예로, 언어 배우는 것을 굉장히 좋아하여 5개국어에 능통한 어떤 백인 친구는 온갖 유럽 언어 이외에도 중국어까지 본토 중국인만큼 능숙하게 하는데, 그 영향인지 국제관계와 수출입에 초점을 맞춰 학업을 진행하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그만큼 열성적이게 되고, 그와 관련된 리더십 포지션이나 에세이에 쓸 인상적인 경험은 자연스레 따라오는 법이다. 그런 요소들이 2년 동안 차곡차곡 쌓이면 탄탄한 레쥬메를 완성할 수 있다. 굳이 남들이 다 한다고 관심도 없는 비즈니스 클럽이나 학생회 앞에서 기웃거릴 필요는 없다 (물론 그런 클럽에 정말 흥미가 있다면 가입하는 것을 적극 권장한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의무감으로만 계속하며 어떻게든 레쥬메에 쓸 직책을 따내려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보다는, 자신과 맞는 분야를 찾아서 하스의 특성과 결합시켜 독특한 자신만의 강점으로 개발시키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대학 생활을 가꾸어 줄 것이다.
그렇다면 경영과 관련도 없어 보이는 개인적 관심사를 하스와 어떻게 연결시켜야 할까. 그 답은 하스 웹사이트(haas.berkeley.edu)에 들어가면 첫 페이지에 장식된 Four Defining Principles에 있다. 하스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네 가지 신조로, Question the Status Quo, Confidence Without Attitude, Student Always, 그리고 Beyond Yourself가 있는데, 매해 하스 지원 에세이 단골 주제로 등장하는 이들이 바로 하스에서 찾는 인간상을 대표한다. 본인의 관심 분야에서 활동을 하면서 이 중 자신과 가장 잘 맞는 듯한 성격은 최대한 부각시켜 살리고, 또 부족해 보이는 것은 보완해 나가면 2학년 1학기 말에 지원서를 넣을 때에는 개성 있고 차별화된 프리하스생이 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중시하라
마지막으로 조금 더 괜찮은 프리하스생이 되기 위한 조언을 주자면, 인맥 관리에 특별히 신경 썼으면 좋겠다. 하스를 준비하는 2년이라는 기간은 절대로 혼자서 버텨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오히려 남들과 함께하는 과정이라고 하겠다. 건물 이름 외우기도 바쁜 신입생 시절부터 아무런 도움 없이 과외활동이나 학점 관리, 에세이까지 100퍼센트 다 계획하고 이뤄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에서는 동아리를 같이 하며 더 많은 인생 교훈을 줄 사람들도 필요하고, 수업이나 학교 생활에 대한 조언을 해 주는 선배들도 필요하고, 힘들 때 곁에서 응원해 줄 수 있는 친구들도 필요하다. 2학년 1학기 말에 하스 지원서를 작성할 때가 되면 이 사람들이 자신의 대학 생활에서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새삼스레 깨닫게 되는데, 지난 2년간의 경험을 묻는 에세이 주제를 보고 있다 보면 자연스레 그 동안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지원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그 감사함은 배가 될 것이다. 필자는 지원 기간에 자신의 일인 것마냥 레쥬메 보완과 에세이 수정에 아낌없이 도움을 준 선배들과 친구들 덕분에 크나큰 감동을 느꼈던 기억이 있다. 그 중에는 필자가 평소에 그 정도로 가까이 지내지 못했던 사람들도 있어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기에 지원 기간이 눈앞에 닥치지 않아도, 일상 중에 다시 한 번 주변을 돌아보고 인간관계에 신경을 쓴다면, 그런 작은 노력들은 생각보다 큰 보답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도 혼자 사는 세상에서는 재미가 없는 법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하스를 준비하는 대학 1, 2학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므로 2년간의 프리하스 기간을 부담스럽게 스펙 채우기 기간으로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하스에서 먼저 스스로 원하는 일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던져 준 만큼, 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알차고 뜻있는 대학 생활을 보내자. 만에 하나라도 하스에 합격하지 못한다 해도, 자신이 정말 열정 있는 일을 찾았고,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2년을 보냈다면, 그것 또한 가치 있게 보낸 시간일 것이다. 프리하스라고 하스라는 목표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자신의 인생을 보람차게 가꾼 사람이 된다면, 결과에 상관 없이 후회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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