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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S/버클리생의 대학생활 200% 즐기기 프로젝트

[200%젝트] (3) 유학생들의 영원한 소망, 장학금

버클리생의 대학생활 200% 즐기기 프로젝트 - [200%젝트]

(3) 유학생들의 영원한 소망, 장학금


밥을 사 먹을 돈이 없어 4일 동안 오로지 시리얼로만 버텨본 적이 있는가. 예산이 간당간당해 이 핑계 저 핑계로 식사 약속들을 미루어 본 적이 있는가. College Prowler 같은 사이트에서 매달 $100~200씩 추첨으로 나누어 주는 장학금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고 꼬박꼬박 신청해본 적이 있는가. 이런 기분에 공감이 간다면 아마 당신은 필자와 비슷한 입장일 것이다 장학금이 절실한 유학생.

 

장학금에 관련된 스트레스는 고등학교 때부터 필자를 괴롭혀 왔다. 주변에 있는 미국 대학을 준비하는 친구들만큼 넉넉하지 못한 집안 사정은 장학금을 받지 못하면 유학을 보낼 수 없다는 부모님의 엄포로 이어졌고, 필자는 장학금을 우선으로 입시 전략을 세우다가 급기야는 스무 개의 대학에 원서를 넣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학생 신분에 무리한 전액 장학금 요구는 퇴짜를 맞기 일쑤여서, 합격을 한 곳 중 부모님과 타협하여 필자가 택할 수 있었던 최선의 조건은 사립대학교보다 그나마 학비가 싼 버클리였다. 하지만 유학생을 돈줄로 생각하는 버클리에 와서 달마다 내야 하는 학비의 액수를 부모님께 말씀드릴 때마다 시려 오는 마음 한 구석은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필자는 버클리에 처음 입학할 때부터, 끊임없이 유학생 장학금 검색을 계속해 왔다. 시민권도 영주권도 없는 한국인이 사립도 아닌 주립대학교에서 장학금을 받는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서러움에 속상해한 적도 많았다. Scholarship이나 financial aid부터 하다못해 student loan까지도 학교에서 많이 제공해 주는 시민권자, 영주권자들과는 다르게 유학생 장학금은 지원 자격이 되는 것을 찾는 것조차도 어려워서 시간이 적게 걸리는 일도 아닐뿐더러, 간신히 찾아낸다 해도 합격은 그야말로 하늘에 별따기였기 때문이다. 장학금 조사는 학업과 병행하기에도 힘겨운 일이었지만, 학비를 늦게 내 밀포인트가 끊긴다는 이메일을 받으니 더더욱 이를 악물고 계속해야 했다.

 


버클리 학생으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노려볼 수 있는 장학금은 바로 Leadership Award이다. 버클리가 제공하는 장학금 중 거의 유일하게 유학생에게 제한을 두지 않는 장학금이기 때문이다. 이 장학금은 매해 여름에 새로 지원할 기회가 있으며 학생의 리더십 경험에 관한 에세이에 기반하여 2차 인터뷰 대상을 뽑고, 최종 합격자에게는 $2000이 주어진다. 전액 혹은 반액 정도로 큰 액수가 아니라고 실망하지는 말자. $2000이면 집세를 두 달 이상 낼 수 있는 돈이니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유학생들은 이 정도 액수의 장학금을 여러 가지 받는 것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것보다 가능성이 있다. (http://alumni.berkeley.edu/community/scholarships/leadership-award)

 

둘째로는 Prize and Honors Programs가 있는, 교내 공모전 개념으로 생각하면 된다. 문학이나 예술 등 자신이 자신 있는 분야에서 주제에 맞게 작품을 완성해 제출하면 학교에서 우승자를 선발해 상금을 지급하는 형식인데, 준비하는 과정이 굉장히 길고 힘들 수 있으나 그만큼 지원하는 사람의 수가 다른 장학금보다 적고 액수도 적절한 편이다. (http://financialaid.berkeley.edu/prizes-and-honors)

 

버클리 웹사이트에서는 유학생들에게 돈을 줄 수 없다고 매정하게 딱 잘라 명시해 두었으나, 대신 유학생들이 지원할 수 있는 외부 장학금 리스트를 올려 놓았다. 14페이지나 되는 긴 목록이지만, 정작 자세히 살펴보면 인종, 전공, 학년별로 지원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에 한국인 유학생이 가능성을 둘 수 있는 장학금은 거의 찾기가 힘들다. 혹시라도 전공 면에서 주제가 자신과 딱 맞는 장학금이 있다면 꼭 지원해 보기를 추천한다. (http://internationaloffice.berkeley.edu/sites/default/files/shared/docs/scholarships.pdf)

 

또한 보통 장학금 조사를 하기 위해 가장 먼저 접하는 사이트가 Cappex인데, 이 곳에 가입하면 지원 자격에 부합되는 장학금을 맞춤형으로 쉽게 검색해 주기 때문에 이용하기 매우 편리하다. 올라오는 장학금 정보도 굉장히 많은데다 그에 따른 경쟁률이나 난이도도 표시해 준다. 그러나 대부분이 에세이 제출을 요구하기 때문에 학기 중에 그 많은 장학금을 신청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매달 랜덤으로 추첨하는 $100 또는 $200 장학금도 은근히 생기는 공돈 욕심에 지원해 보곤 하지만 희망은 갖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www.cappex.com)

 

Cappex에 나열된 목록 중 필자가 찾아낸 그나마 가능성 높은 장학금이 Korean Ancestry Grant인데, 일본인, 중국인 등 특정 국적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장학금은 많은 반면, 2년간의 장학금 조사에서 찾은 유일하게 한국인들에게 특권을 부여하는 장학금이라고 하겠다. 2개 이상의 추천서와 에세이 등 준비해야 할 자료가 많지만 최대 2만 불을 지급하는 만큼 상당히 가치 있는 장학금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작년을 마지막으로 지원을 막아 놓고 있어 언제 다시 열릴지 불확실하다.  (http://www.dingwallfoundation.org/kag/index.html)

 

마지막으로 유학생들이 많이들 모르는 정보가 BIO financial aid이다. 이 장학금은 버클리의 financial aid office와는 별개로 international office에서 직접 지원한다.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BIO의 펀드도 한정되어 있고 경쟁률도 매해 다르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 장학금은 매 학기 신청자를 받는 Need-based award인데, 버클리에서 최근 두 학기 이상을 다닌 학생만 지원이 가능하며, 집안 재정 상태에 큰 변화가 생겨 입학 당시 제출했던 학비 동의서를 지키지 못하게 된 이유를 가장 큰 선발 조건으로 꼽는다. 그와 더불어 가을 학기 지원 시에는 Merit-based scholarship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지원 에세이부터 재정 보고서까지 작성해야 할 서류가 복잡하기도 하여 정말 급한 사람이 아니면 잘 신청하지 않게 되는 장학금이기도 하다. (http://internationaloffice.berkeley.edu/node/265)


 


저 수많은 절차와 번거로워 적지 않은 다른 자잘한 과정을 거치던 중 작년 10, 필자는 지원 사실조차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BIO financial aid의 합격 결과를 통보받았다. 어머니와 수없이 많은 카톡 끝에 작성한 재정 증명서와 여기저기 첨삭을 부탁하며 완성한 에세이의 결과였다. 큰 액수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그 해 최고로 기쁜 소식이었던 것은 가망 없는 줄만 알았던 유학생의 장학금 도전도 성공할 수 있음을 확인받은 계기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가능성을 믿게 된 이후로 현재까지 더욱 자신감을 갖고 장학금을 신청하며 학비와의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장학금 지원 과정이 굉장히 고생스럽고 복잡한 데 비하여 그만큼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안다. 만약 집안 상황이 장학금이 절실한 정도가 아니라면 이런 과정이 귀찮아서라도 금세 포기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정말 학비에 금전적 도움이 절실하다면, 유학생이라는 이유로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자. 그리고 증명하자. 우리는 남들의 편견처럼 돈이 남아 돌아서 유학을 온 학생들이 아님을. 우리도 학비에 연연하지 않고 교육받을 권리가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