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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FICIAL PRESS/너저분한 자취 일기 - 完 -

(2) 자취집 헌팅 체크리스트


국내 대학생, 해외 유학생 가릴 것 없이 많은 젊은이들에게 매년 찾아오는 골치거리 중 제일은 아마 6개월 혹은 1년 이상 살 자취집을 선택하는 일일 것이다호텔처럼 날마다 청소 서비스가 따라오지도, 가구와 생필룸이 완벽히 제공되지도 않는 자취방들이기에 짧지 않은 기간동안 거주할 곳을 선택하는 일은 어떤 일 보다도 신중히 결정해야 하겠다.


이쯤에서 필자는 굉장히 남자답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보겠다.



좋은 자취집의 기준으로 필자는 크게 위치, 시설, 가격을 꼽는데 오늘은 그 중 위치와 시설에 관하여 간단하게 서술하고자 한다


위치 선정은 그 어떤 다른 항목들보다도 중요하고, 엄격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 첫 번째 이유로 학교와의 거리를 꼽을 수 있다. 대중 교통수단이 좋지 않은 미국에서의 경우, 많은 유학생들이 주로 도보 15분 거리 이내에 위치한 집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이 통학시간이 넘어가버리게 되면 오전 수업을 빼먹고 낮 12시에 일어나는 자신의 모습을 빈번히 볼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필자의 경험담은 아니다. 


또한 주위 환경도 빼먹을 수 없는데, 필자는 주위에 음식점, 혹은 간단하게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이라도 있는지 확인해보라 말해주고 싶다. 한국은 워낙 독거 남녀가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이 좋지만 미국의 경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주변에 편의점 하나 찾기 힘든 곳이 많으며 혼자 밥을 잘 해먹지 않는 초보 자취생들의 특성상 한끼 먹으려 10분 이상 나가야 할 경우 끼니를 거르는 것 또한 일상이 될지도. 어쩌면 나날이 쌓여가는 피자 박스만 구경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필자가 살고 있는 현재 자취집의 경우 걸어서 3분 거리 안에 편의점과 세네 가지 먹을만한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배고프고 필요한 게 있을 때마다 집 앞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만약 이러한 시설들이 없었더라면 작은 자취방에 얼마나 더 쳐박혀 있었을지 상상조차 하기 무섭다.

 


마지막으로 자취집의 시설을 꼽을 수 있다. 몇 가지 체크 리스트를 작성할 수 있는데 꼭 화장실과 바닥 상태를 확인하라 말하고 싶다.

 

예전 보다는 수압 문제가 줄었다지만, 여전히 수압은 자취방을 구할때 중요한 체크 목록중 하나다. 꼭 샤워기의 물을 틀어보자. 물은 충분히 강한지, 뜨거운 물은 잘 나오는지. 집은 괜찮은데 샤워기 수압이 낮으면 한 번쯤 고민해 봐야 할지도 모른다. 드라마 주인공처럼 분노의 핫샤워를 연출하고 싶은가? 꼴꼴꼴 나오는 물로는 1년간  제대로 씻지도 못할지도 모른다.


 

화장실 탐험이 성공적이었다면 이젠 바닥을 살펴보자. 필자는 주로 마룻바닥을 선호하는 편인데 기호에 따라 카펫바닥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많다. 마룻바닥과 카펫 집 둘 다 살아본 경험을 나누자면, 마룻바닥이 귀찮아도 더 위생적이라 생각한다. 카펫은 일단 청소하기가 힘들다. 먼지도 눈에 잘 보이지 않을 뿐더러 머리카락과 작은 먼지들이 카펫에 박혀 깨끗할 줄 알고 누웠다가 먼지에 기겁하며 일어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두 번째로 디포짓 (deposit) 문제를 꼽을 수 있다. 공부가 업인 학생들이라지만, 한달에 한두 번 친구들을 초대해 맛있는 밥을 해줄 수도 있고, 군대 선임같은 선배들과 술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카펫 바닥에서 파티를 한다 생각해보라. 얼룩덜룩 묻은 라면 국물과 언제 무엇을 흘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정체 불명의 자국들로 인해 얼마 뒤 부모님의 도움으로 낸 디포짓의 반도 받지 못할 비극적 운명에 처할 지 모른다.

 

유학생들에게 이제 곧 이사의 계절이 다가오고있다. The early bird catches the worm 이라고, 부지런히 좋은 집들을 찾아 후회없고 안락한 생활의 밑거름이 다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