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rk Post 교수의 친환경 배양육[1]
가축을 도축하지 않고 과학 기술로 만들어진 육류.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 같다. 최근까지도 우리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과학 기술로 만든, 살생에서 자유로운 친환경 육류의 등장은 그다지 먼 미래가 아니다. 미래의 식량 자원으로 주목 받을 이 식품은 머지않아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될 것이다.
이제껏 육류는 몇만 년 전부터 인류의 식단에 포함됐다. 사냥에서부터 시작하여 목축하면서 고기는 늘 우리의 식생활과 함께 해왔다. 축산업은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래로 발전해왔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고도로 산업화하여 육류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런 축산업과 육류 생산은 사실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미국 농림부(USDA)의 자료에 따르면 한해에 미국에서 도축되는 가축들은 1년에 약 100억 마리에 달한다고 한다. 실로 엄청난 숫자이다. 또한, 축산업은 환경 문제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렇게 많은 수의 동물들을 사육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과, 사료를 위한 곡물과, 사육할 땅이 필요하다. 게다가 축산농가에서 내보내는 분뇨의 양도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소가 트림을 할 때 나오는 메탄가스(CH4)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로 주목받은 지 오래다. 그만큼 축산업은 지구 환경에도 많은 부담을 주고 있다.
☞ 같은 양의 1kg을 생산하는 데 소비하는 물의 양은 다른 식품에 비해 육류인 쇠고기가 압도적으로 많은 물의 양이 필요하다.
그리고 위생과 질병 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좁디좁은 우리 안에서 대량으로 키우다 보니 이 가축들은 질병에 취약하다. 구제역, 조류독감 등은 이미 인류에게 재앙이라 불리는 것들이다. 이에 대비하고자 가축들에게는 수많은 호르몬과 항생제를 투여하여 사육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제 육류는 더는 건강하거나 자연적인 식품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들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방안이 있다. 바로 우리 모두 고기를 먹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것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 것이다. 채식주의자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에게 고기를 식단에서 아예 제외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만약, 환경문제로 아픈 지구를 위하여 고기를 먹지 않을 결심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많은 매체에서 접하듯이 지구는 계속 아프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필자를 비롯한 대다수의 사람은 고기를 아예 먹지 않는다면, 지구보다 우리가 먼저 더 아플 것 같다. 실제로도 개인이 소비하는 육류의 양은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인류가 육식을 원천적으로 금하기란 불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의 발전은 이 문제에 대한 획기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바로 세포공학 기술을 이용한 lab-grown meat, cultured meat 혹은 In Vitro meat이라 불리는 배양육이다. 이것은 콩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인조고기와는 다르다. 콩 단백질로 최대한 고기와 같은 식감을 만들어 냈지만, 육류 특유의 살코기 맛과는 차이가 있다. GMO 식품같은 유전자 조작 식품과도 분명 다르다. 유전자 조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가축의 근육세포만 배양하여 키우는 방식이다. 예컨대, 소 한 마리를 키우는 것이 아닌 소의 근육세포를 등심, 안심 등의 부위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 배양된 고기의 모습[2]
이 방법의 핵심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동물에서 채취하여 줄기세포를 얻은 뒤, 적절한 조건에서 배양해 고깃덩어리를 얻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줄기세포는 생명체의 모든 세포로 자라날 수 있는 분열 능력을 지닌, 일종의 기본 원시세포이다. 살코기는 결국 동물의 근육이다. 그래서 동물에서 소량의 근육 샘플을 채취한 후, 그 안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이 세포를 근육 안에 있는 세포 성분으로 자라게끔 조건을 맞춰 준 후, 이 세포를 영양분이 풍부한 배양액에서 성장시킨다. 이 자체는 근육 단백질 세포 덩어리이기 때문에, 세포 덩어리에 전기자극과 영양분을 공급하여 실제 근육과 같은 조직을 만들도록 유도한다. 축산 농가에서는 좋은 육질을 위해 소를 규칙적으로 운동시킨다. 이와 마찬가지로 실험실에서도 이를 위해 전기자극을 통하여 근육 조직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육류 세포 덩어리는 식감에서 소위 ‘씹히는’ 맛이 없어서 진짜 고기 같은 식감을 주고, 더욱 많은 단백질을 생성하기 위한 과정이다. 이것이 바로 살코기가 되는 것이다. 세포 배양을 통해 비계나 뼈 역시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돼지껍데기, 갈비 등 각종 부위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이 기술을 이용하여 맛보기 힘든 희귀한 고기도 그 동물의 근육 샘플 하나면 만들 수 있다. 가령 북극곰 스테이크나 판다 목살 등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기술은 채취한 세포로 계속 배양해서 성장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보자면 근육세포 하나로 전 인류를 먹여 살릴 수도 있다.
☞ 배양육의 간단한 원리[3]
이제 이 세포공학 기술은 이미 우리에게 성큼 다가와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 대학교 (Maastricht University)의 마크 포스트 교수는 이 분야 연구를 통하여 학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포스트 교수는 원래 줄기세포를 연구하는 조직 공학자였고, 이를 의학에 이용하는 것보다 육류를 만들어 지구의 식량과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하여 활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마침내 2013년 8월, 포스트 교수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탄생한 햄버거 패티를 대중에게 공개했다. 굳이 더이상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도 고기를 얻을 수 있음을 사람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음식 평가단과 기자들 앞에서 구워낸 이 햄버거 패티는 우리가 이제껏 보아 왔던 햄버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식에 참여한 음식 평론가 Hanni Rützler는 생각보다 실제 고기와 맛이 상당히 흡사하다고 말했다. 다만, 식감이 생각보다 약간 뻑뻑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적어 아쉬웠다고 평했다. 기자 Josh Schonwald는 식감과 맛이 일반 햄버거 패티 느낌에 어느 정도 가까웠다고 평가하면서 살코기 느낌뿐이라 지방이 없어 맛이 다소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정도의 평가라면, 초기 단계로서는 상당히 훌륭한 시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여기서 지적된 문제인 맛과 식감에 관한 문제 해결은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인다. 포스트 박사는 이 최초의 배양 햄버거 패티에 대한 평가를 듣고는 소의 살에 있는 지방세포와 조직을 함께 배양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기존 근육섬유와 혼합하여 만들면 고기는 더 부드럽고 촉촉해져 뻑뻑한 느낌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고기를 먹을 때 순수 살코기로만 이루어진 고기보다 비계가 적당히 붙은 고기를 더 부드럽다고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한, 세포의 산소를 결핍시켜 고기의 맛을 내는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켜 풍미를 더 해주는 방법도 발전시키는 중이라고 말하였다. 그 밖에도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과학자가 맛은 충분히 가다듬을 수 있는 문제라고 말한다. 어떤 화학 물질이 혀의 미각 세포와 반응하는지 분석하면 원하는 맛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량 생산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최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대량 생산을 위한 가장 큰 문제는 일단 비용의 문제이다. 이 햄버거 패티가 탄생하는 데에는 2년여의 세월과 대략 33만 달러가 소요되었다. 특히나 배양액에서 성장시키고 무균실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에, 아직 시간과 비용문제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점차 기술발전과 기업들의 많은 투자로 인한 연구 성과로 비용감축은 현재 많이 진행된 상태이다. 지난해 4월 포스트 박사 팀은 이 배양 쇠고기의 생산 비용을 kg당 80달러로 줄였다고 발표했다. 2013년 발표 당시 33만 달러에서 3년 뒤인 2016년에 80달러로 놀랄 만큼 줄인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의 발전이 기대되기에 비용에 관한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또한, 어쩌면 이보다 더 큰 단점은 배양육 혹은 인공육이라는 이름에서 오는 사람들의 거부감과 인식이다. 하지만, 우리가 즐겨 먹는 소시지나 햄도 처음에는 산업 가공품에서 오는 거부감이 있었고 햄버거 역시 잡다한 고기를 갈아 만든 저급한 음식이라고 평하는 사람이 많았었다. 이름이야 친환경 고기, 웰빙육 등 대체할 만한 이름을 충분히 찾을 수 있으며 포스트 박사 역시 적당한 명칭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동물들이 대량 사육되는 환경이나 도축되는 광경을 관심 있게 보았다면 오히려 기존의 육류 쪽이 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반면에, 실험실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은 무균상태와 청결함이 보장된다. 이는 조류독감, 구제역 등의 가축 질병에서 안전하기에 큰 장점이다. 축산업뿐만 아니라, 이미 농업에서 새롭게 주목받는, 청결한 무균실에서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식물공장’ 산업이 있다. 이 채소들 역시 점차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는데, 청결함과 믿을 수 있는 재배환경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 청결한 환경에서의 재배가 장점인 실험실 채소. [4]
이러한 친환경 배양육에 대하여 지적되는 단점들은 앞으로 연구가 계속됨에 따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런 단점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기에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욱 기대된다. 더이상 동물을 도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으로 인해 동물 보호 단체에서도 이 연구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으로 동물 생명 윤리문제로 채식주의자가 된 사람들도 육식을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 전망된다.
게다가 가축 사육으로 말미암을, 환경에 대한 부담도 크게 줄어들어서 친환경 식품이라는 점 역시 큰 매력이다. 아래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친환경 배양육을 생산하는 데 있어서 전통적인 축산 방식과 비교하면 에너지를 45%나 절감할 수 있다. 소의 사육은 앞서 언급했듯이 온실가스 배출에 큰 영향을 끼치는데, 이 방식은 소의 사육 자체가 거의 필요가 없다. 근육세포 채취를 위한 건강한 소 몇 마리면 충분하다. 이 때문에 온실가스 배출은 종전의 4%뿐이다. 목축에 드는 대지 역시 필요치 않으니 대지 이용률은 고작 1%밖에 되지 않는다. 이처럼, 배양육은 전통적인 축산업에 비하여 대단히 친환경적이다.
☞ 전통적인 소 사육과 비교한 배양육의 환경에 대한 이점
이 기술은 여전히 갈 길이 멀지만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도전에 뛰어드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다. 이미 네덜란드, 미국, 노르웨이, 스웨덴 등 많은 나라가 이 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나사에서도 우주 비행사들에게 육류를 제공하기 위해 이 사업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실제로 2001년부터 NASA는 우주선 안에서의 식량 보급 문제 해결의 한 방법으로 이를 주목하고 있다. 우주선 안에서 고기를 배양하여 자체 공급하는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짧은 시간 동안 이미 큰 발전을 보이는 이 배양육 기술은 계속 주목할만한 기술이며, 미래 식량 산업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 혁신적인 기술은 인류가 수만 년간 이어왔던 축산 문화의 틀 자체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청정기술이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시선을 끌 것으로 전망해본다.
[출처]
내용참고
http://www.animalliberationfront.com/Practical/FactoryFarm/USDAnumbers.htm
http://www.nytimes.com/2005/12/11/magazine/in-vitro-meat.html?_r=0
http://www.bbc.com/news/science-environment-23576143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5881980&memberNo=15984097
http://gizmodo.com/the-future-will-be-full-of-lab-grown-meat-1720874704
http://www.cnn.com/2012/08/13/tech/innovation/lab-grown-meat/
이미지
[1], [2] http://gizmodo.com/the-future-will-be-full-of-lab-grown-meat-1720874704
[4] http://economyplus.chosun.com/special/special_view.php?boardName=C01&t_num=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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