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기일식
지난달 21일 미국에서는 흔치 않은 천문학 관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미국 전역을 관통하는 개기일식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개기일식이 발생한 것은 1918년 6월 8일에 워싱턴 주에서 플로리다 주까지 나타난 개기일식 이후 무려 99년 만의 일이다. 가장 최근에는 1979년에 부분적으로 미국 태평양 연안 북서부에서 개기일식이 관측된 적이 있다.
[2] 지난 8월 21일 발생한 개기일식의 경로
이러한 천문학 관측은, 근 100년 만의 미국 내에서 관측이 가능한 현상이었기에 NASA에서도 Solarfest 등의 행사를 기획해왔다. 그래서 이번 개기일식은 이전부터 상당히 알려져 있었고 더욱 많은 주목과 관심을 받았다. 이 개기일식은 미국 본토의 북서부 오리건주부터 남동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로 이어지는 넓은 범위에 걸쳐 발생하였기 때문에 총 14개 주에서 관측이 가능하였다.
이 개기일식 장면은 많은 화제가 되었기에 많은 사람이 미디어를 통해서라도 한 번쯤은 접해 보았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곳 캘리포니아에서는 부분일식만 관측할 수 있었기에 개기일식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었다. 하이라이트 영상이나 뉴스에서의 한 장면만 보고 지나쳤던 사람 역시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일식이 정확히 어떤 현상인지, 또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졌던 사항들에 대하여 한번 다뤄보려 한다.
[3] 일식의 원리 - Full shadow(Umbra)가 생기는 지역은 개기일식, Partial shadow(Penumbra)가 생기는 지역은 부분일식이 나타난다.
일식(Solar Eclipse, 日蝕)이란, 간단히 말하면 태양이 달에 가려져 ‘태양’이 잠시 사라지는 현상이다. 지구에 사는 우리가 볼 때, 태양의 전부 혹은 일부가 마치 사라진 것처럼 일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듯이, 태양계의 중심엔 태양이 있고, 태양을 궤도에 따라서 지구가 공전하고 있다. 또한, 달은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다. 따라서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와, 그 지구 주변을 달이 계속 회전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태양-달-지구 순으로 위치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태양이 달로 인하여 가려지게 되고, 그 달의 그림자가 지구표면에 드리워져 잠시동안 암흑과 같이 어두워지게 된다.
일식은 몇 가지 종류로 나누어 구분한다. 태양이 전부 가려져서 보이지 않으면 ‘개기일식’, 태양의 일부만 가려지는 모양이 나타나면 ‘부분일식’이라고 한다. 게다가, 해가 완전히 가려지는 듯 보이지만 완전히 가려지지 않고 태양의 형태가 둥근 고리 형태로, 가장자리 테두리 부분만 빛이 남아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마치 금반지처럼 보인다고 하여 ‘금환일식(Annular Eclipse, 金環日蝕)’이라고 부른다. 이번 일식에서도 아이다호, 오리건 등에서는 개기일식을 관측할 수 있었지만, 캘리포니아에서는 개기일식이 아닌 부분일식만 관측이 가능하였다.
[4],[5],[6] 위에서부터 차례로 개기일식, 부분일식, 금환일식
태양과 달은 크기의 차이가 크고, 지구와의 거리도 차이가 크게 나는데 어떻게 태양이 달로 인하여 가려질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우리가 육안으로 볼 때 태양과 달의 크기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태양과 달 크기의 비율과, 태양-달-지구 순으로 위치할 때 지구에서 각각의 거리 비율이 굉장히 비슷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태양은 달보다 대략 400배 정도 크다. 하지만,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이 달보다 약 400배 정도 더 멀리 있다. 이 때문에 달이 한 번씩 태양과 지구 사이에 위치하게 되면 달이 태양을 가리게 되는 일식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달은 대략 한 달에 한 번씩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 달에 한 번씩은 태양-달-지구 이러한 위치 순서가 발생하게 되고, 일식도 한 달에 한 번씩 발생하는 흔한 현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왜 흔히 볼 수 없는 드문 현상일까. 일식이 흔하게 발생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7] 기울어진 달의 공전궤도
첫 번째 이유는, 달의 공전궤도가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평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달의 지구 공전궤도가 약 5 정도로 살짝 기울어져 있다 보니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달의 그림자가 지구표면으로 생기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지 않는다. 결국, 가끔씩 달의 그림자가 지구 표면을 지나가기 때문에 한 달에 한 번씩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에 들어오더라도, 태양-달-지구 이 순서에서 달이 태양-지구 사이의 정확히 일직 선상에 위치하여 가리지 않기 때문이다.
[8] 달과 지구의 거리에 따른 일식
두 번째로, 달이 지구 주위를 공전할 때 그 궤도가 완전한 원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의 지구 공전 궤도는 찌그러진 원형, 즉 타원형이다. 따라서 지구와 달의 거리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가까워지기도 하고 멀어지기도 한다. 완전한 개기일식이 발생하는 경우는 이 중에서 지구와 달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발생한다. 달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경우에는, 달이 태양을 완전히 다 가리지 못하게 된다. 먼 거리 상황에서 달의 그림자가 지구 표면에 미처 도달하지 못하게 되고 개기일식이 아닌 금환일식이 발생하게 된다.
[9] 일식의 발생장소 - Full shadow(Umbra)가 생기는 지역이 바다지역이면 개기 일식의 관측이 어렵다.
설령, 위의 두 조건을 만족하여 개기일식이 발생한다 하더라도 개기일식의 관측 역시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달의 그림자가 지구 표면의 어디로 위치하는가 역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바다가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므로 달 그림자가 바다에 위치할 확률이 훨씬 높다. 그래서 육지에서 개기일식을 관찰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개기일식이 발생하기 위한 조건도 쉽지 않으며, 발생했다 하더라도 육지에서 우리가 관측할 확률조차 높지 않기 때문에 개기일식은 흔하지 않은 드문 현상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일식은 보기에 흔치 않은 천체 현상이었기 때문에, 예로부터 사람들에게 막연한 두려움과 놀라움을 주었고, 일식에 대한 인식 역시 독특했다. 현대에 와서 일식을 관측해도 대낮이 갑자기 암흑으로 변하는 것은 놀라운 일인데, 옛날에는 굉장히 놀랄만한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문명권에서 역사적으로 태양은 긍정적인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태양이 사라지는 일식은 보통 부정적인 현상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재앙의 징조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일식이 발생하는 것을 예언하여 그 두려움을 이용하여 전쟁을 멈추게 한 적도 있었다는 재미있는 사례도 전해진다.
현대에 와서도 이러한 일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일부 사람들에게 남아있었다. 스페인의 디자이너이자 점성술사로도 알려진 파코 라반(Paco Rabanne)은 1999년, 20세기 마지막 일식이 시작되면 우주정거장 미르(Mir)호가 파리로 추락할 것이라고 예언한 적도 있었다. 물론 이 예언이 맞지 않자 나중에 자신의 실수라며 잘못을 시인하였다. 이외에도 일부 점성술사들은 이 개기일식 날 세기말적 주가 폭락을 예언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었다. 당시에는 물건을 사재기한 사람들과 은행에 예금한 돈을 모두 인출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불과 십수 년 전까지도, 일식을 불가사의하고도 두려운 현상으로 여기는 인식이 남아있던 것도 흥미롭다.
[10] 월식 -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면 개기월식, 일부만 들어가면 부분일식이 된다.
이와 같은 흥미로운 현상인, 일식에 대하여 알아가다 보면 항상 같이 언급하는 현상이 있다. 바로, 월식(Lunar Eclipse, 月蝕)이다. 월식은 간단히 말해서, 달이 지구 그림자에 가려져서 ‘달’이 보이지 않는 현상이다. 월식은 태양-지구-달의 위치 때문에 발생한다. 달은 태양과 달리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가 아니다. 달은 태양의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지구에 있는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구가 태양과 달 사이에 위치하면 당연히 지구에서 달을 볼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월식 역시 개기월식, 부분월식 등으로 나뉜다. 달이 지구 그림자의 중심을 지나가면서 달이 전부 가려지게 되면 개기월식이 발생한다. 일식에서 달의 그림자가 지구에 드리워지는 것보다, 월식에서 지구의 그림자가 달과 마주할 수 있는 범위가 넓기 때문에 보통 월식은 일식보다 지속시간이 더 길다. 개기일식의 경우 해가 완전히 가려지는 시간이 길어야 10분 이내의 수 분 정도지만, 월식은 달이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을 최대 약 100분까지 관측할 수 있다. 또한, 일식은 달의 그림자가 지구 표면에 드리워진 지역에서만 관측할 수 있기 때문에 관측이 제한적이다. 하지만, 월식은 달이 지구의 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 지구 어디서든 볼 수 있다. 따라서, 밤이면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기에 일식보다는 관측이 쉽다. 부분월식의 경우에는 달의 밝기 변화가 육안상 큰 차이가 없고, 사람들이 얼핏 달을 봤을 때 반달이나 초승달 등으로 생각하기 쉬워서 부분월식을 봐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러한 월식에 비해서도 더욱 관측하기 힘든 천체 현상인 일식을, 일생에 제대로 관측해보는 것은 기억에 남는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관측 할 때에는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달 대규모 개기일식 관측으로 인하여 이제는 많이 알려졌듯이, 일식을 맨눈으로 관찰하는 것은 안구의 손상을 가져오기 때문에 위험하다. 사실 이 안구의 손상은 바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관측을 위하여 선글라스를 착용해도 위험하다. 선글라스는 눈부심과 자외선을 일부 차단해주기는 하지만, 태양광선의 전 영역을 차단해주지는 않기 때문에 역시 시력의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선글라스의 렌즈는 가시광선을 차단하여 눈부심을 줄이는 것에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관측전용 안경을 사용하여 관측해야 한다.
지난달 개기일식 관측 기회를 놓쳤다면, 앞으로 발생할 개기일식 예측일을 통하여 관측 계획을 세워보는 것을 추천한다. 일식은 달과 지구의 공전주기와 거리를 통하여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예측일을 통하여 관측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일단, 북미에서 관측할 수 있는 개기일식은 2024년 4월 8일이며, 멕시코에서부터 텍사스를 지나 북동부의 메인주까지 가로지를 것이라고 한다. 부분일식은 2018년 2월 15일 남극과 남미 일부에서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2035년 9월 2일에 개기일식이 관측 가능하다고 하는데, 주로 북한지역을 관통하고 남한에서는 강원도 고성군의 일부만 살짝 지나간다고 한다. 2045년 10월 25일에는 금환일식이 북한의 함흥지역과 독도에서만 관측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된다. 남한본토에서 관측 가능한 일식 중 가장 빠른 일식은 2095년 11월 27일에 발생할 금환일식이다. 이때까지 장수한다면 꼭 한번 관측하길 추천한다. 이처럼 일식은 관측하기 쉽지 않은 현상이므로, 기회가 된다면 직접 한번 관측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 글에서 다룬 일식에 대한 내용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더욱 흥미로운 관측이 되리라 생각한다. 끝으로, 지난 8월 21일 발생한 개기일식 장면을 담은 짧은 영상을 통하여 한번 감상해보자.
2017년 8월 21일 개기일식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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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cover] http://hikorean.news/node/2821
[1] https://eclipse2017.nasa.gov/eclipse-who-what-where-when-an…
[2] https://eclipse2017.nasa.gov/eclipse-maps
[3] https://www.exploratorium.edu/eclipse/why-eclipses-happen
[4] https://www.express.co.uk/…/Solar-Eclipse-from-Depoe-Bay-Or…
[5] https://www.kasi.re.kr/k…/publication/post/photoGallery/4587
[6] https://www.universetoday.com/…/guide-weeks-ring-fire-annu…/
[7] http://abc7.com/wea…/why-are-solar-eclipses-so-rare/2226718/
[8] https://www.quora.com/Why-do-solar-eclipses-happen-so-rarely
[9] https://commons.wikimedia.org/…/File:Geometry_of_a_Total_So…
[10] https://commons.wikimedia.org/…/File:Geometry_of_a_Lunar_Ec…
내용참조:
https://eclipse2017.nasa.gov/eclipse-who-what-where-when-an…
https://eclipse2017.nasa.gov/what%E2%80%99s-what%E2%80%99s-…
https://www.exploratorium.edu/eclipse/why-eclipses-happen
http://time.com/4834676/total-solar-eclipse-2017-rare/
https://www.usatoday.com/…/solar-eclipse-2017-he…/464345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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