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은색으로 대표되는 어둠. [1]
우리가 일상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검은색. 보통 우리가 느끼기에 짙고 어두우며 시커멓다고 느끼는 색이다. 하지만 이 검은색도 그 짙음과 어두운 정도에 따라 다르다. 앞이 너무 어두워 눈앞의 것조차 분간하기 힘든 밤을, 우리는 보통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라고 표현한다. 그런 칠흑(漆黑)과 같은 짙은 검은색도 있고, 차도의 아스팔트같이 그것보다는 다소 밝은 검은색도 있다.
☞ 보통 블랙홀의 색깔은 위와 같이 묘사된다. 가운데 검은 부분은 마치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2]
그렇다면 존재하는 가장 짙은 검은색은 무엇일까. 빛조차 모조리 흡수하는 블랙홀의 내부 색깔이 이론적으로 가장 짙은 검은색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는 블랙홀의 내부 색을 직접 볼 수 없다. 모든 것을 흡수하는 블랙홀에 다가설 수도 없을뿐더러, 빛을 모두 흡수하기 때문에 망원경으로 블랙홀 내부를 제대로 관측할 수도 없다. 그래서 블랙홀은 일반적인 방법으로 관측하기란 어렵다. X선이나 감마선 같은 아주 높은 파장의 에너지 영역에서 관측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섭씨 1000만 도에서 나오는 강력한 X선 파장은 블랙홀 주변이 아니라면 쉽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블랙홀의 색과 가장 유사한, 빛 대부분을 흡수하는 물질이 존재한다. 바로 반타블랙 (VantaBlack)이 그것이다. 2014년 영국 기업 “Surrey NanoSystems”는 나노기술을 이용하여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였다고 발표했다. 반타블랙 (VantaBlack)으로 명명한 이 물질은, 수직 정렬 나노 튜브 배열 (Vertically Aligned Nano Tube Arrays)의 약자이다. 이 물질의 대표적인 특성은 바로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대단히 뛰어나다는 것이다. 이 반타블랙은 당시 99.965%의 빛 흡수율을 지녔다고 발표되었다.
☞ 반타블랙을 적용한 사진. 가운데 검은 부분이 위에서 묘사한 블랙홀의 사진과 유사한 느낌이 든다.
위 사진을 보면 가운데 있는 검은색 사각형이 주위와 동떨어진 느낌이 든다. 마치 기존의 사진에 저 사각형을 따로 붙인 그래픽 작업의 결과물처럼 느껴지지만, 위의 사진은 단지 가운데 부분에 반타블랙을 적용시킨 것이다.
강의실에서 흔히 볼수있는 검은 칠판에 쓰이는 색의 경우 대략 90% 정도의 빛을 흡수한다. 즉, 10%정도를 다시 반사하는 것이다. 도로에서 볼수있는 짙은 아스팔트는 약 95%의 빛을 흡수하고 나머지 5%정도의 빛을 다시 반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와 비교하면 반타블랙은 거의 대부분의 빛을 흡수하고 단지 0.035%의 빛만을 반사하기 때문에 그 차이는 상당하다.
☞ 특정 영역의 빛을 반사함에 따라 우리는 색을 다르게 인식한다. [4]
☞ 반타블랙 구조도와 원리 [5]
조금 더 반타블랙을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사람의 눈은 빛의 반사로 대상의 입체감을 느끼고 그 굴곡진 형태를 구분할 수 있다. 반사율이 높은 밝은색일수록 대상의 윤곽과 굴곡을 확연하게 구분할 수 있으며, 반사율이 낮은 어두운색일수록 이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어떤 물체에 빛의 반사가 전혀 없는 완벽한 검은색이 칠해져 있다면, 그 물체에 굴곡이 있다 하더라도 입체감을 전혀 느낄 수 없고 평면의 2D로 느끼게 될 것이다.
☞ 구겨서 주름이 잡힌 알루미늄 포일에 반타블랙을 칠한 모습. 검은 부분은 주름이 느껴지지 않고 평면같다. [6]
밑의 동영상으로 보면 더 확실히 알 수 있다.
☞ 반타블랙이 적용된 공모양의 구체를 들고 있는 모습. 마치 허공에 검은색 구멍이 떠있는 것 같기도 하고, 합성한 것처럼 보인다. [7]
☞ 똑같은 구리 조각상 중 한쪽에 반타블랙을 입힌 모습. 원래 조각상에서 느낄수 있던 입체감을 거의 느낄수 없다. [8]
역시 아래의 동영상으로 확인하면 보다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반타블랙은 활용 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우선 우주 공학 분야를 꼽을 수 있다. Surrey NanoSystems의 수석 연구원 벤 젠슨 (Ben Jensen)은 반타블랙의 극도로 낮은 반사율은 천체 망원경을 설계할 때 난반사를 줄여 주기 때문에 더 높은 민감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멀리 떨어진 별을 관측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주변 빛에 의한 난반사 문제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망원경 내부에 검은색을 칠하여 불필요한 빛을 흡수하는 방법은 진작부터 이용되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난반사에 따른 빛의 반사율이 보통의 천체관측 망원경은 7-10% 정도이고, 가장 발전된 형태의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망원경도 1%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반타블랙을 사용하면 반사율을 0.035% 정도로 줄일 수 있게 된다.
또한, 빛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태양열을 모을 때 기존의 물질보다 효율적이다. 빛을 흡수하여 머금고 있기 때문에 그 열 역시 저장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태양열 발전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구리보다 열전도율이 7.5배 더 높아서 에너지 절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빛을 거의 반사하지 않기 때문에 밤에는 인식하기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군사 분야에도 그 활용방안이 기대되고 있다. 많은 군사전문가가 반타블랙을 첩보 위성의 표면에 적용하면, 적의 눈에 띄지 않으면서 완벽한 첩보업무 수행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반타블랙이 공개된 이후 예술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검은색은 최대 98% 정도의 빛을 흡수하기 때문에 완전한 검은색이라고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반타블랙을 활용함으로써 예술가들은 순도 100%에 가까운 순수한 검은색의 색감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신소재 반타블랙 (VantaBlack)은 계속 주목할만한 기술이다. 인류의 우주항공 산업 발전과 에너지 산업에도 기여할 것이 분명해 보여 더욱 흥미롭다. 이 흥미로운 기술은 지속해서 발전하고 있다. 2016년 3월 Surrey NanoSystems는 반타블랙2라고 명명한 새로운 버전을 발표했다. 빛 흡수율이 99.965%였던 기존의 반타블랙보다 더욱 빛 흡수율이 증가하여 거의 100%에 가까우며,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지 못할 정도라고 발표하였다. 앞으로도 더욱 많은 관심과 시선을 끌 것으로 전망하며 이 반타블랙을 주목해보자.
이미지 출처:
[1] http://puk.cnbnews.com/news/article.html?no=16220
[2] http://www.huffingtonpost.kr/2015/02/26/story_n_6757482.html
[3] http://www.core77.com/posts/48147/A-Few-Things-You-Should-Know-About-the-Darkest-Material-Ever-Made
[4] http://www.spaceexplained.com/light-explained/light-explained-part-3-peering-back-into-the-past/
[5] http://mag.scientist.town/content/view/81503
[6] http://nownews.seoul.co.kr/news/newsView.php?id=20160301601009
[7]&[8] http://bemil.chosun.com/nbrd/gallery/view.html?b_bbs_id=10044&pn=1&num=206185
내용 참고:
https://www.surreynanosystems.com/vantablack/faqs
http://www.seehint.com/Hint.asp?no=14000
http://www.livescience.com/58561-spray-on-vantablack-coating-is-blackest-material.html
https://www.engadget.com/2016/03/05/vantablack-2/
http://www.businessinsider.com/vantablack-blackest-darkest-material-2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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