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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은 이미 오래전에 사람들의 공감을 잃었는지도 모른다. 각박한 사회에서 유복한 가정환경과 든든한 배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출세하기 힘든 것은 물론 대물림되는 부로 인해 사회의 불평등은 갈수록 그 격차를 더해간다. 이러한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수저론' (좋은 환경에서 태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수저 계급으로 구분 짓는 말), ‘헬조선’ (지옥같은 대한민국의 상황), ‘N포세대’ (많은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청년세대) 와 같이 최근에 탄생한 여러 신조어들에서 알아볼 수 있다. 이 중 요즘 젊은 세대의 큰 공감을 얻는 말은 ‘흙수저'와 ‘금수저'를 구분짓는 ‘수저계급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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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계급론'이란 ‘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 즉 ‘입에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라는 영어 관용구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과거 신분제 유럽의 상류층 아이에게 은수저로 음식을 먹이던 모습에서 파생된 표현인 것이다. 이 유래에서 '은수저'라는 말을 차용해 ‘흙수저'와 같은 단어가 탄생했으며 '수저계급'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됨에 따라 금, 은, 동, 그리고 흙수저 계급의 특징 역시 구체화되었다.
많은 연령대를 아우르며 공감대를 사고 있는 수저계급론은 가난의 악순환과 극복할 수 없는 사회의 불평등을 고발하는 요즘 세대의 자조적인 신조어다. 금수저와 흙수저로 대표되는 부와 가난의 대물림으로 인해 사회 빈곤층의 계층이동 가능성이 희박해졌음을 꼬집는 것이다. 여러 통계자료와 연구들이 수저계급론을 뒷받침하며 ‘자수성가'가 이미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국한된 성과 밖에 보지 못하고 갈수록 심해지는 한국 사회의 불평등함의 굴레 안에서 발버둥친다.
부익부빈익빈 - 부의 대물림
수저계급론의 시초에는 한국 사회에서의 부의 대물림과 그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가 있다. 1990년대를 시작으로 미국을 포함한 여러 선진국에서 사회적 이동성(개인이나 집단의 사회적 지위가 변화하는 것)이 심각하게 줄어들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한 계층에서 다른 계층으로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는 기회가 갈수록 희박해짐에 따라 탈빈곤률 역시 낮아졌으며, 부모의 재력이 곧 자녀의 재력을 결정짓는다는 논거들 역시 신빙성을 더해갔다.
많은 선진국들이 그러했듯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사회적 이동성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라는 마음가짐이 많은 청, 장년층의 삶의 모토가 되곤 했다. 사회적 이동성이 높은 편이었던 한국에서는 계층 상승을 위한 최후의 보루가 교육을 통한 일류 대학 진학이였기에 학생들은 공부를 통한 출세를 꿈꿨고, 부모들은 자식의 교육을 위해 사회의 일원으로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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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많은 것이 달라진 지금, 모두가 양질의 교육환경을 갈망함에 따라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일부만이 신분 상승의 기회를 잡게 되었고, 그렇지 않은 자들은 지옥같은 가난의 굴레에 갇히게 되었다. 주위를 조금만 둘러보아도 두 부류의 계층은 극명하게 대비된 인생을 살고 있다. 부유한 경제적 조건을 둔 가정에서 자란 자녀는 사교육 등의 교육지원을 통해 일류 대학 진학에 유리한 조건을 지니지만 가난한 가정의 자녀는 시작에서부터 뒤쳐진다. 좋은 대학 진학 후에도 경제력을 넘어 흔히 말하는 스펙과 인맥 역시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성공'을 쟁취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렇게 ‘성공'을 쟁취한 세대는 그들의 자녀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주며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한다.
따라서 개인의 인생은 선천적으로 주어진 많은 배경, 즉 수저계급론이 논하는 ‘물고 태어난 숟가락 색'을 토대로 결정된다. 부모 세대인 산업화 세대가 구축해놓은 계층의 벽이 확고해졌기에 개인의 노력으로는 이를 넘어설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현 청년세대는 이러한 한계를 깨닫고 무기력함과 절망감을 느끼며 근본적 문제를 제공한 사회를 탓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수저계급론이라는 신조어가 탄생했으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 SNS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가 불평등 하다고?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 사회에서 불평등은 꽤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일부 기성세대는 혹독한 생활환경에서도 가정을 일으킨 이들, 힘든 가정환경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일류 대학에 들어간 이들 등을 예시로 들며 현 사회 속 존재하는 카스트제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청년세대의 한탄을 단순한 ‘투정'으로만 받아들이며 오히려 상대에게 조언을 빙자한 핀잔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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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러 연구결과들과 통계자료들을 토대로 보았을 때 한국 사회는 2015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계급사회로 간주되기 시작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 상승 가능성에 대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10명 중 단 2명에 불과했다. 또한 올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대한민국 인구의 빈곤탈출율은 22.6%로 한국의 낮은 사회적 이동성을 반영한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들에 의하면 많은 이들이 ‘금수저'라고 칭해지는 이들과의 괴리감을 느끼고 있으며 그들 앞에 무력감을 느끼는 자신을 발견한다고 한다. 청년세대는 어느 순간 너머로부터는 보이지 않는 벽이 그들을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절망하고, 포기하며, 도피한다.
수저계급론은 슬프게도 한국 사회의 현실이 되었다. 한국 사회의 불평등은 이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기에 사회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너만 잘하면 돼'와 같이 개인에게만 책임을 지우는 행태는 오히려 많은 상황을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그보다 절망적인 것이 또 있을까. 수저계급론은 단순한 SNS상의 유머가 아닌, 현 대한민국의 상황을 고발하는 이 세대의 처절한 절규이자 아우성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이들이 수저계급론을 씁쓸한 유머로만 소비할 뿐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회적 논의보다는 자기계발을 중시해야한다는 원론적 얘기만 제시한다.
모두가 태어날때부터 지녔던 각각의 수저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획일화 된 가치와 계급을 탈피해 자기 나름대로의 가치체계를 세워 인생의 행복을 찾아야 한다. 개인의 성공에 있어서 특권이라는 요소가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자세와 사회구조적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다소 비현실적이며 지나치게 이상적인 해결방안일 수는 있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사회적 계급 간의 격차는 정부의 장기적 정책과 사회의 다차원적 노력을 요하기에 개인적 차원에서는 자신의 가치체계 정비가 불평등을 타파하기 위한 첫 걸음이 될 것이다. 사회가 불평등을 인정하고 부조리함을 인식하기 시작하고 있기에 오는 2018년에는 계급사회의 불평등을 정면으로 대응하는 논의가 본격화되길 기대해 보는 바이다.
사진 출처:
[cover]: http://www.asiatime.co.kr/news/photo/201612/141752_63429_539.jpg
[1]: http://news.joins.com/article/18949618
[2]: https://hellkorea.com/hellbest/545954
[3]: http://mostbasic.tistory.com/22
[4]: http://news.tongplus.com/site/data/html_dir/2017/01/17/2017011701403.html
내용 참고:
http://www.huffingtonpost.kr/banghee-kim/story_b_8469618.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28/2015102802461.html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4182018025&code=990100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71513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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