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필자의 SNS 피드에 필자의 시선을 집중시킨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동영상의 캡션은 “클럽 버닝썬 폭행 사건.” 영상 속에서는 한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일방적으로 구타 당하고 있었고 경호원으로 보이는 남성 여럿이 둘을 둘러싸고 있었다.
몇 번 가 본 장소에서 일어난 사건이라 조금 더 크게 와닿았다는 점을 빼면 그렇게 특별한 건 없어 보였다. 단순한 폭행 사건으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찰나에 1월 28일, MBC 뉴스테스크에서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심스러운 부분들이 지적되기 시작했다.
해당 사건은 보도 날짜보다 무려 두 달도 더 전인 2018년 11월 24일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공개된 동영상에서 구타를 당한 남성은 클럽의 손님이었고 구타를 하는 남성은 클럽의 이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경찰의 대응인데 가장 먼저 논란이 되었던 것은 위 영상에서 구타를 당한 손님 김 씨가 업무방해죄를 이유로 가해자 신분으로 입건되었고 정작 폭행을 가한 클럽 이사 장 씨를 비롯한 클럽 관계자들에 대해선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 씨에 의하면 김 씨는 폭행 직후 경찰에 신고를 했고, 경찰은 현장에 도착하자 클럽 관계자들을 클럽으로 들여보낸 뒤 피해자인 김 씨만 구속했다고 전했다. 또한 경찰차 내에서, 역삼 지구대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남 경찰서에서 수차례에 걸쳐서 경찰이 직접 폭행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들은 추후에 공개된 경찰 바디캠, CCTV, 그리고 순찰차 블랙박스 영상을 통해 사실임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경찰의 이상 행동들은 경찰과 클럽의 유착관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
첫 보도 이후 수사가 진행되면서 폭행, 유착 논란에 이어서 성추행, 마약 관련 의혹들이 계속 터져 나왔다. 맨 처음에 버닝썬 측에서 김 씨를 폭행한 이유를 그가 성추행을 저질렀고 날뛰는 그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설명했는데 수사가 계속되어도 피해자도 증거도 나오지 않으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특히 폭행 피해자 김 씨를 성추행으로 고소 한두 명의 인물 중 한 명이 클럽의 마약 공급책이자 엠디로 활동했었던 “애나”라는 사람이란 게 밝혀지면서 역으로 클럽 측에서 타격을 받았다.
오히려 클럽 내에서 성추행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보고 나서려다가 제지 당하고 폭행 당했다는 김 씨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다. 만취한 상태로 클럽 직원에게 끌려가는 여성 손님이 나온 CCTV 영상 공개에 이어서 버닝썬에서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했다는 제보가 계속되었으며 2월 3일에는 버닝썬 직원들의 톡 대화방 내용이 공개되었는데 성추행, 성폭행, 그리고 물뽕 (데이트 강간 약물로 유명하며 버닝썬이 성추행, 성폭행에 직접 가담했다면 이 목적으로 썼을 것으로 추정) 등의 관한 다소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번 버닝썬 사건은 단순 폭행 사건에서 시작해서 계속되는 제보와 발견으로 성폭행, 마약 사건으로 확대되었고 다양한 시선으로 볼 수 있는 더 중요한 사건이 되었다. 꽤나 오랜 기간 동안 존재하고 사용되어 왔지만 수면 위에 떠오른 적은 없는 “데이트 강간 약물” 물뽕 (GHB)이 재조명을 받게 되었고 물뽕이 사용된 성범죄들도 같이 재조명되면서 남녀 갈등에도 불이 붙었다. 또한 클럽의 대표이사 승리와 그의 소속사인 YG도 대중들의 질타를 받게 되었고 승리의 대표직 사임과 콘서트 활동은 책임 회피 논란을 불러왔다.
다양한 문제들이 동시에 터져 나온 사건이고 이들 중 어느 하나도 놓치거나 쉽게 넘어가서는 안되지만 이 사건의 핵심은 유착이다. 이유가 무엇이 됐든 버닝썬 클럽 관계자들은 김 씨를 폭행을 했고 경찰은 이를 묵인도 아닌 편파적인 수사와 더한 폭행으로 대응했다. 이는 버닝썬과 경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미 존재했다는 것이고 현재까지도 계속 나오고 있는 여러 의혹들 역시 사실일 경우 경찰이 알고 묵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폭행, 성폭행, 마약 관련의 확인된 문제들과 의혹들 모두 클럽과 경찰의 유착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유착 관련 의혹은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 달 21일에는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경찰이 묵인하는데 큰 역할을 한 전직 경찰관이 구속되기도 했으며 현재 폐지와 철거를 진행 중인 버닝썬을 제지하지 않고 놔둔 경찰에게 큰 비판의 물결이 다시 일기도 했다 (버닝썬이 철거를 마친다면 클럽 내에 있을 수도 있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
경찰의 유착, 특히 유흥업소들과의 유착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번에 논란이 된 역삼지구대는 2009년에도 유흥업소 비리로 징계를 받은 역사가 있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당시 역삼지구대의 비리를 수사하던 고 이용준 형사의 사망 사건 (자살로 결론이 났다)도 재조명이 되고 있다.
버닝썬 사건 수사는 아직도 진행되고 있으며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더 많은 문제들, 의혹들, 그리고 증거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다른 사건이기 이전에 경찰 유착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는 모순은 지적은 되고 있지만 해결되지 않은 상태이고 수사 과정에서 경찰이 보인 소극적이고 투명하지 않은 태도와 방법은 대중들의 걱정을 증폭시켰다.
대중들은 이 사건의 수사를 검찰에 넘길 것을 요구하고 있고 수사를 버닝썬을 넘어서 다른 클럽들까지 확대할 것 역시 요구하고 있다. 이는 여태까지의 수사가 밝힌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이유 있는 요구이고 정당한 의심이라고 생각한다.
피해자 김 씨가 개시한 경찰 뇌물 및 비리 수사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참여인원 30만 명을 돌파했다. 비록 작은 발돋움이지만 분명 좋은 조짐이고 올바른 방향을 향한 발걸음이다. 인류와 권력, 그리고 정치의 역사와 함께한 것이 비리와 유착이고 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이러한 관심이 계속된다면 좋은 결과가 초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경찰, 그리고 더 나아가서 공권력과 국가의 유착과 비리의 무서움을 느끼고 이해하게 됐으면 좋겠다. 경찰은 법, 규율, 그리고 정의를 지키고 집행하는 아주 무겁고 중요한 의무를 가지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경찰이 이를 어기고 우습게 보는 것은 절대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버닝썬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더 국가와 공권력이 더 투명하고 정의로워지는데 발판이 된 사건으로 기록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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