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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나는 그들을 의심한다

▲ 자료사진/조선일보DB

내가 생각하는 권력이란 쉽게 남용되곤 하는 그런 부정적인 의미의 것이 아니라, 최대 다수에게 최선이 될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대표자”, 혹은 다수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나라를 설계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이러한 설계자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어쩌면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왜냐하면

1.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직접민주주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러한 가정이 없다면 권력이라는 것 자체의 존재 의미가 없어진다.

2. 다수를 위해 권력자들이 설계를 해주는 과정에서, 다수 일반인과 선택 설계자간의 정보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 차이가 극단으로 치닫게 되면, 독재가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정보 차이가 어느 정도 완화되면 다수 일반인의 “설계 참여”가 조금씩 가능해지면서 그에 대한 욕구가 분출하기 시작한다.

3. 욕구가 분출되면 다수 일반인과 권력자들간의 의견 불일치가 일어날 수 있다. 주목할 것은 다수 일반인 간에도 언제나 의견 불일치가 있다는 점이다

4. 권력자들은 이러한 경우 중구난방에 가까운 다수 일반인 의견보다는 자신들의 방식이 더 옳다고 믿는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1의 신념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이다.

5. 결과적으로 권력자들의 설계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그들 자신이 믿고 있는 것에 기반하여 이루어진다. 그 설계의 결과는 누군가에겐 좋을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나쁠 수도 있다. 설사 그 반대로 행했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6. 결국 권력자들은 언제나 누군가에겐 나쁜놈이 된다. 그러나 그 욕을 해대는 누군가가 딱히 리스크 제로의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권력자들의 신념은 더더욱 확고해진다.

이러한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이라면, 권력자들은 다수를 위해 열심히 일해주는데도 항상 욕을 먹는 불쌍한 집단에 다름아닐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불쌍한 집단이다. 하지만 문제는 권력자들의 자질이다.

그 들이 앞서 말한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권력을 가질 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 합당한 설계를 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단순한 신념 차이에서 오는 욕지거리 따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려버려도 된다. 다시 말해 그들의 설계가 정말 아니기 때문에 다수가 짜증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물론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자질을 갖춘 사람이라 해도 신이 아닌 이상 “A라는 설계가 B라는 설계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하다” 혹은 “A가 B보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결과를 가져온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말 확실히 아닌 결과를 초래하는 설계, 그 누구도 인정할 수 없는 X라는 설계를 들고 나와 다수를 설득하려고 한다면 그들은 진정한 권력자들이 아닌 단순한 사이비 종교집단에 지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사람들은 권력자로서의 자질이 없다. 8월 말 통과된 또 하나의 법 혹은 설계는 우리나라 권력자들의 자질을 다시한번 의심스럽고 실망을 하게 만든다.

국회의원들에게 평생동안 매달 120만원씩 수당(헌정회 현행 정관)을 지급하는 ‘대한민국 헌정회 육성법 개정안’이 지난 2월 통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

당시 표결에는 전체 의원 299명 중 191명이 참석했으며, 이중 4명을 제외한 187명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제17대 국회에서 헌정회 지원금 폐지를 추진하겠다던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개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개정안은 찬반 토론의 과정도 없이 단번에 통과됐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관련 기사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하나된 여야를 보았다”, “평소에는 그렇게 싸우더니 밥그릇 걸리니 보수고 진보고 없다” “만날 국민을 위해서라고 외치더니 돈 받는 일에는 여야가 없구나” 등의 댓글을 달면서 국회의원들의 집단 이기주의를 질타했다.

평소 친(親)서민·취약계층 정책을 표방했던 정당들에 대한 조소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아이디 arcu***)은 “가장 나쁜 것은 위선”이라며 “민주당, 민노당은 입만 열면 ‘서민, 취약계층’ 하더니 이것(개정안)도 서민에 도움이 돼 찬성표를 던졌느냐”고 비판했다. 다른 네티즌도 “민노당은 겉만 ‘서민 서민’한 거였나. 자기들 밥그릇은 엄청 잘 찾아먹네”라며 쓴소리를 날렸다.

일반 서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는 이도 적지 않았다. 한 네티즌(아이디 park***)은 “1988년부터 계속 부은 국민연금 지급최고액이 130만원”이라며 “연금이야 본인이 부은 돈을 본인이 찾아가는 것인데 국회의원들은 뭘 했다고 연금을 받아간단 말이냐”라고 지적했다. “참전용사도 몇만원 받을까 말까 한데, 자기들끼리 돈잔치 벌리려 하는가?”(210***)라고 한탄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 같은 헌정회 지원금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미 지원금 폐지를 요청하는 서명 운동이 진행중이며,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참고 기사: 국회의원 한번만 하면 평생 월120만원씩 주는 법 통과 (조선일보)

※편집장 주: 이 글은 2010년 9월 18일에 작성된 글입니다.  따라서 글에서 포함하는 특정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묘사가 현재의 그 것과 다를 수 있음을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현재는 이 "국회의원 평생연금" 법안에 대해 폐지법 발의가 들어가 있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