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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흡연, 우리 주변의 테러리즘

이런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 여러분 대다수가 매일같이 일어나는 이 테러행각의 피해자이다. 아마 상당수는 가해자이기도 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우리는 매일 아무렇지도 않게 테러리스트 무리 사이를 지나다니며 웃고 떠들고 일상을 즐기는 사이에 테러리즘의 피해자가 된다. 섭씨 500도에 육박하는 발열체를 휘두르며 들고 다니며 청산가리, 톨루엔, 일산화탄소, DDT, 비소, 메탄올 등등이 혼합된 죽음의 독가스를 살포하고 다니는 우리 주변의 테러리스트들은 지나칠 정도로 뻔뻔하다. 끔찍히 아끼는 친구가 피해자가 되건, 사랑하는 연인이 피해자가 되건, 아이를 몸에 밴 임산부가 피해자가 되건, 하교길의 천진난만한 초등학생이 피해자가 되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하도 일상화된 폭력이라서 그런지 선량한 피해자들도 적극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소극적으로 저항할 뿐이다.

이 극악무도한 테러리스트들은 도대체 누구인가? 얼굴에 복면 혹은 흰 두건을 쓴 KKK 혹은 네오나치 등의 백인우월주의자? 터번을 쓰고 수염을 기르고 AK 소총을 들고 다니는 '탈레반', '알 카에다' 등의 이슬람 원리주의자? 체첸 반군? 코소보 민족주의자들? 스리랑카의 분리주의 단체 타밀 타이거스?

모두 아니다. 무고한 민간인들의 폐에 50가지의 발암물질을 포함한 '독극물 칵테일'을 강제적으로 주입하는 우리 주변의 폭도들은 바로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이다.

길거리에서 담배 좀 피우는 것 가지고 뭘 이렇게 따지냐고 묻는 테러리스트들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 테러행위의 피해자들 중에서도 소수이기는 할 터이지만 이러한 의견을 피력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 것을 테러리즘이라고 보는 시각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테러리스트들과 협상 혹은 대화를 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행위이며, 민간인에게 피해를 최소화하여 즉각 체포하거나, 필요한 경우에는 사살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지만 혹시라도 투항 의지가 있는 테러리스트들, 소극적으로 테러에 참여하고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위하여 쟁점을 밝혀두고자 한다.

모든 개인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본인의 의지대로 행할 권리가 있다. 이것은 근대의 공리주의, 자유주의 철학의 발전에 의해 만인에게 보장된 자유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행위를 제약하려는 행위는 공익을 보호하려는 취지 내에서 최소한으로 행해야 하며, 정당화 되지 않은 간섭은 폭력이다. 이 점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이것들은 현대 민주주의 국가의 대전제이다. 개인들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주고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존재에 대한 유일한 정당한 이유이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자유를 만끽하도록 구성원들을 내버려 두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는 자들을 막는 것이 정부의 존재 이유이다.

이러한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흡연 행위 자체는 본인 스스로의 사려 판단이 가능한 성인 어느 누구에게나 보장된 자유이다. 정부에서는 그들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만일 담배를 피우는 친구 집에서 친구가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강요한다면, 정부 권력은 그 사람에게 처벌을 하고, 친구가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어떠한가?

개인의 공간에서 자유롭게 할 권리가 있는 행위들도 공공장소에 나가는 순간 불법이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개인 공간에서 나체로 있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 행위이지만, 공공장소에서 나체로 돌아다니는 것은 성추행 행위이다. 사격장에서 총을 쏘는 것은 합법이지만 사람들이 가득 찬 광장에서 총을 쏘는 사람은 본인이 경찰 혹은 대테러부대의 총을 맞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흡연도 마찬가지이다. 비록 지금은 많은 곳에서 노상흡연이 허용되어 있지만 모두 금지되어야 마땅하다. 노상에서 흡연을 하는 자는 오염물질을 내뿜는 기업의 공장과 같이 '국민의 건강권'이라는 공익을 훼손하는 사회악으로 취급해야 할 것이며 민사 혹은 형사처벌을 해야 한다. 일본의 도쿄에서는 실제로 노상흡연이 금지되어 있으며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대구의 동성로, 서울시 버스정류장 근처에 금연거리가 지정되어 있다. 버클리 시에서는 상업 구역 (예를 들자면 Telegraph Ave, Shattuck Ave 등)에서 금연법이 채택되어 있다.

흡연자들은 아마도 본인들의 권리가 탄압받고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니코틴 독극물 테러의 피해자로써 전혀 공감할 수 없으며 흡연자들을 전혀 동정하지 않는다. 흡연자의 흡연 권리와 비흡연자가 담배를 싫어할 혐연 권리가 상충할 경우에 법은 엄연히 비흡연자의 손을 들어주며 혐연권을 보장해준다. 비흡연자들이 흡연자들의 흡연권을 빼앗는 권리침해보다는 흡연자들이 비흡연자들에게 독약을 살포하여 발생하는 권리침해가 두 말 할 것 없이 크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며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를 참고 밀폐된 흡연 허용 구간으로 들어가면 깔끔하게 끝날 일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영국의 한 판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타인의 얼굴 앞에서 끝난다." 흡연자들이 공공장소에서 흡연할 권리를 주장한다면, 비흡연자들은 그들 얼굴에 주먹을 휘두르고 그들의 엉덩이를 걷어 차 줄 권리를 주장하면 된다. 자유주의 사회의 주체들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울 줄 알아야 한다. 실제로 노상흡연자들에 대하여 물리적 폭력을 휘두르는 것은 불법행위이며 지지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보다 선진적인 금연법 제정을 위해서 노상흡연자들을 괄시하며 사회적 죄인 취급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정당한 일이다. 비흡연자들이여! 침해받은 우리들의 건강을 위하여 무기를 들고 앞으로 나가자! 내 권리를 침해하지 말지어다! (Don't tread on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