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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연예기자들은 가십제조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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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자들이 쓰는 기사들을 보면서 '기자'란 직업이 이런 직업이었나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한 때 기자란 꿈을 가졌던 나로서는 기자란 직업에 바뀌어가고 있는, 더 정확하게 말한다면,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시선이 보기 안타까울 따름이다. 인터넷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 특히 싸이월드의 연예 기사들을 자주 접하는 이들에게는 이 얘기가 다소 공감 가는 얘기지 않나 생각된다.

기자란 자신의 생각에 중심을 맞추기보단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는 사람이다. 그 임무를 수용하기 위해선 섯불리 행동하기보다 사건의 배경을 알아내고 사실을 추궁해야 한다. 싸이월드 연예 기자들이 쓰는 글들을 볼 때 그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드러난다. 그들은 사실을 보도하는 것에 중점을 두기보다 자신들의 의견을 앞세우고 가십을 만들어내기에 더 애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식으로 기사를 쓸까? 그들은 줄곧 비슷한 패턴을 이용한다. 즉 식상함과 스피드.  이쁘다 싶은 연예인이 셀카를 찍어 올린 사진에 "사람이야 인형이야?" 하며 감탄하는 기사를 쓰거나 연예인의 트위터를 실시간으로 네티즌들에게 전달해주면 된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오직 스피드. 진실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기자가 진작 다뤄야 하는 다른 소재거리가 있든 관심이 없다. 이슈의 주인공이 한혜진이든 한예린이든, 연예인의 철자를 틀리는 것은 이제 아무렇지도 않다. 어떤 내용인지는 상관 없고, 기사를 빨리 쓸수록 좋다. 요즘은 TV프로그램이 끝나기도 전에 기사가 뜨는 경우도 있고 드라마를 제대로 시청하지 않아서 드라마의 또 다른 작가로 변신하는 기자들이 많다.

참고 기사: 구하라, 눈부신 셀카 '사람이야 인형이야?'

연예계에 대해서 쓸 기사가 그렇게 없으면 안쓰면 되는 것 아닌가? 어떻게든 연예 기사 하나 더 내려고, 어느 기사를 써야 재미 좀 볼까 싶은 듯 안달 난 그들은 쓸 주제가 바닥나면 곧 좀 잘나간다 싶은 연예인들의 트위터를 뒤적거리는 습관이 있다. 건질게 없다면 네티즌들에게 미움 받는다싶은 연예인들의 트위터를 방문하기도 한다. 그들이 쓴 기사로 그들이 더 미움받든, 더 욕을 먹든 그들이 상관할 바가 아닌 것이다. 정말 건진 것이 하나도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어디서 봉투라도 받았는지, 닮지도 않은 연예인 두 명의 사진을 놓고 도플갱어냐고 하면 하루 일 끝. 뭔가 드디어 건졌다 싶은 사진을 발견하면 그 사진을 설명해주는 한 줄과 그야말로 쓸데없는 기사가 뜬다. 기자가 기사를 쓰는건지 연예계 사진첩을 만드는 건지 헷갈린다.


본래의 임무대로 진실을 추구하고 보도해야 하는 기자들이 정작 하고 있는 일은 가십거리를 만들고 그 일을 즐기고 있으니 답답하지 않을 수 없다. 연예계 속의 진실을 파헤치기는커녕 상황을 흙탕물로 만들어 버리는 샘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우려되는 것은 기자들이 자신들의 상상력을 가지고 만들어낸 진실에서 왜곡된 이야기를 네티즌들이 파악하지 못하고 믿어버릴 때 오는 결과다. 그 이야기들은 네티즌들의 신경을 건드리는 경우가 다수다. 왜곡된 글에 휩쓸려 더 알아보거나 지켜볼 필요도 없다는 듯 마냥 감정이 이끄는 데로 악플을 다는 네티즌들을 보면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제일 큰 피해를 받을 사람은 아마도 그 사건에 휘말린 연예인이라고 생각해볼 때 이 상황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다. 기자들에게 농락당해 진실을 파헤쳐 볼 마음이 없는 네티즌들은 그 특정 연예인에게 잘못된 선입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기자들이 어떤 기사를 쓰느냐에 따라 네티즌들은 특정 연예인에 대해서 옳은, 아니면 더럽혀진 생각을 갖게 된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연예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네티즌들의 반응보다 아마도 기자들이 써 내려가는 기사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안타깝게도 지금 한국 사회의 연예 기자들은 이슈를 만드는 사람들이지, 이슈에서 진실을 파헤치는 사람들이 아니다.  사건이 터졌는데 진실이 무엇인지 명백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사를 쓰지 말라는 소리가 아니다. 아직 진실이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이 진실인 것 마냥 주장하듯 쓰는 것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이다.

이번 년 3월쯤 배우 현빈씨가 군대 입소를 할 때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언론을 통해 좋은 이미지를 쌓을 수 있었다며, 좋은 기사를 써준 덕분에 호감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그의 말. 현빈씨가 그 동안 이미지 관리를 해온 것도 분명히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었겠지만 기자들이 좋은 기사들을 써준 것은 그의 명성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참고 기사: 현빈 눈물, "호감 이미지, 좋은 기사 써주신 덕분"

나는 기자들이 싫은 것이 아니다. 다만 기자를 할 것이라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해주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객관적인 사실을 보도하지 못하는 기자는 가르치지 못하는 교수와 같다. 그들에게 배울 것이 없다.  

싸이월드가 제공하는 연예계 뉴스는 뉴스가 아니다. 단지 네티즌들에게 불필요한 가십을 던져주는 집단들일 뿐. 하지만 가십으로 먹고 사는 몇 사람들은 기자들이 사실을 보고하든 가십을 보고하든 상관을 할지는 의문이다. 바라기는 네티즌들이 기자들에게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얄팍한 지식 쌓기를 떠나 기자가 재미삼아 던진 말을 쉽게 믿어버리기 보다는 판단할 줄 알며 진실을 추구하는 이 사회의 현명한 사람들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