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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모태신앙: 허구의 집합체

Are we born with religion? (사진 출처: http://islamicglory.com/)

모태신앙이 뭔가요?

기독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한국에서 살았다면, 주변에서 교회를 접했다면, 또는 그런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면 누구나 한번 쯤은 접해보았을 말이다.  은근히 교회에서 강조되는 말이기에 우리는 이 모태신앙이라는 단어는 - 때때로 기독교를 싫어하는 사람들에 의해 - 예수쟁이들의 자기합리화, 또는 망상으로 생각하고는 하지만, 현재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과 주변에는 자신이 모태신앙임을 밝히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글을 쓰기 전 분명히 밝혀두고 싶은 것은 모태신앙이라는 개념은 외국에서는 비교적 잘 나타나지 않는 한국의 특수한 개념이며, 한국 내에서는 기독교가 아닌 다른 종교 (예: 불교) 에서도 쓰인다는 점이다.

필자가 알고 있는 모태신앙의 개념은 태어나기 전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한 것이다.  몇가지 단어들을 치환하자면, 어머니의 뱃속에 있을 때부터 종교의 말씀으로 태교받고, 양육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는 이 모태신앙을 태교나 낙태와 관련했을 때 과연 의미있는 정의법인가라는 의심을 가지곤 했다.  우선 사전을 찾아봐도 모태신앙이라는 단어는 없다.  연관검색어, 또는 다른 항목에 부수적으로 "특정 인물이 특정 종교를 가진 집안에서 태어나 자라왔다" 는 점을 모태신앙의 의미로 간주하는 것을 보니, 필자나 여러분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모태신앙이라는 개념은 틀리지 않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외국에는 없고 우리나라에만 있다?

많은 사람들은 종교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설명할때, 이렇게 말을 시작한다. "나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서..."

언젠가 필자가 자주 나가는 종교인 모임에서 모태신앙에 대해 의문을 표한 친구가 있었다.  어렸을 적부터 외국에서 자랐던 친구였고 열심히 종교활동을 하는 것 같았지만 자신이 처음 한국사람들을 통해 모태신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단어를 몰라 질문했더니 대략 저 위에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답을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필자와 마찬가지로 모태신앙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필자는 그런 점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체가 없는 허구를 이해할 수 없지 않은가?  실제로 많은 종교인들은 이 외에도 자신의 종교에서 일어난 수 많은 기적들이나 사례들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믿는다.  이 부분들은 물론 해당 종교인으로서 권장되는 자세나 마음가짐 같은 것들이니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사전에서 모태신앙 대신 신앙이라는 단어를 찾아보았다.

신앙, 신심, 신앙심 등으로도 불리며 신과 같은 숭배의 대상이나 교리와 같은 종교적 가르침, 계율과 같은 종교적 규범, 성지와 같은 특정한 장소 등이 믿음의 대상이 된다.  (출처: 엔하위키)

사람은 종교적 체험이나 의례(儀禮)를 되풀이함으로써 인격의 내부에 차츰 일정한 신앙적 자세가 형성되어 가는 것을 뚜렷이 자각하게 된다. 이 심적인 태도가 바로 신앙이라는 것인데, 신앙은 개인생활을 통일하는 중심적 역할을 하는 한편, 신앙의 표현인 신조·조직·제도를 가진 공동체의 생활을 통일하는 중심이 되기도 한다.  (출처: 신앙 [信仰, faith ] | 네이버 백과사전)

이 사전적 의미들을 모태라는 단어에 접목시켜보면, 이런 결과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모태신앙: 모체(母體) 안에서 종교적 체험이나 의례가 (강제적으로) 되풀이됨으로써 인격의 내부에 차츰 일정한 신앙적 자세가 형성되어 그 것을 자각하는 것

모태신앙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어른이나 갓난아이들 뿐만 아닌 아직 뇌의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태아의 인격도 존중해야하는 것이 된다.

미완성된 자아에 대한 학대

한국이나 미국적 기준을 적용했을 때, 일반적으로 어떤 부모가 자식을 제대로 양육한다면, 자식들에게 성인물이나 고어물을 보여주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똑같은 외부적 요소를 접해도, 아직 자아가 완성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과 성숙한 어른이 받는 영향은 다르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영상물이나 잡지같은 시청각 자료들에 대해 연령 제한과 같은 법적인 장치들을 마련해두고 있다.  최근의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커다란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셧다운제' 가 도입되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제도에 찬성하지 않지만, 적어도 이것이 가지는 취지 - 미성숙한 자아를 보호 - 는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이들이 이러한 매체들을 여과없이 접할 수 있게 된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그것은 명백한 아동 학대이다.  그런데 모태신앙이라는 개념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아이들에게 심리적으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들을 내포하고 있다.  자신을 부모로서 누구보다도 믿고 따르는 자식들에게 - 심지어는 그 이전의 상태인 태아에게 - 교리를 기반으로 생명의 탄생을 말하고, 사후세계를 말하기 때문에 정신적 학대가 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모르겠는가.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선택권을 교리에 내던지게 만들기 때문에 잘못이고 학대라는 것이다.  아직 스스로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자아나 인격이 형성되지 않은 태아나 아동의 단계에서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믿게 되는 것은 종교의 자유라는 그럴듯한 명분에 의해 합리화된 정신적 학대일 뿐이다.  또한 이 경우에 적용되는 종교의 자유는 뱃속에 있는 태아나 어린이가 아닌 부모들의 자유를 남용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는 자신이 모태신앙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과 그들의 종교에서 그들이 숭배하는 존재들이 안타깝다. 아마 어떤 종교가 되었든 여과 과정이나 자신의 판단없이 맹목적으로 부모의 신앙을 따라갔을테니까.  결국 거짓된 믿음이요, 숭배일 뿐이다.

사진은 개신교이지만, 모태신앙이 딱히 개신교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진 출처:http://blog.naver.com/thdwlgnsdl10/40133319999)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는 자신의 종교?

자신이 모태신앙이기 때문에 기독교, 불교인이다라고 하는 것은 결국 종교를 자신을 나타내는 선천적 요소에 포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부모가 불교인들이었다고 해서 자신의 불교에 대한 모태신앙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것, 이는 부모가 만약 기독교, 이슬람교등 타 종교를 믿는 경우라면, 그들의 아이들의 종교는 같은 것으로 무한 반복되어지며 또한 증식되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렇다면 모태신앙을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구별법과 같은 맥락에 놓을 수 있을까?  이를테면 우리 인간들은 태어나면서 저마다의 수 많은 특징들을 가지게 된다.  혈액형, 성별, 유전자, 생김새, 성격 등 인간이라는 하나의 개체를 다른 그것과 다르게 나타내게 하는 특별한 것들.  어차피 이런 요소들이 자신이 아닌 부모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라면 모태신앙도 이와 다를 것이 없지 않을까?

따라서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종교에 대한 믿음에 대한 고민을 가지거나 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은, 자신의 출생 이전에 - 자아가 형성되기 전에 - 결정된 것들, 바꿔말하면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자가당착이다.  기독교의 예를 들었을 때, 일부 극단적인 교인들은 아무리 성실하고 교리에 어긋나지 않는 삶을 살더라도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을 영접하지 않거나 인정하지 않는다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세계에서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자들은 지옥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언젠가 필자는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한 교인이 자신의 교회 목사에게 "아기들이 태어나자마자 아직 하나님을 모르는 채로 죽었다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아기는 천국으로 가는가?" 라고 질문하자, 목사는 "그건 아마도 하나님만이 아실 일" 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불성실해 보이는 답을 내린 것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단지 필자는 한가지 질문을 더 하고 싶다.  "그렇다면 모태신앙을 가지고 태어난 아기들은 일찍 죽어도 천국에 가는가?"  라고.

결국 그렇다면 모태신앙은, 사람이 태어날 때 부터 가지고 나온 선천적인 생물학적 특성들과 무엇이 다르다는 말인가?

모태신앙 = 거짓신앙

결국 모태신앙이라는 말은 자신이 아닌 윗 세대의 부모의 의지에 의해 강제적으로 정립됨으로써 태아나 어린이의 자아가 무시되는 일방적인 종교적 주입을 네 글자로 나타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종교에 대한 신앙심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물론 기억이 나기 전부터 부모를 따라 교회나 성당, 법당에 나간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자신이 설령 진정으로 그 종교를 믿지 않더라도 그 종교에서 권장하는 예식들을 - 성금이나 방생, 출석 -  이미 몸에 베인 채로 자연스럽게 실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종교의 의미를 모른 채 단지 부모나 집안의 영향으로 교리를 실천하는 것은 결국 문화나 전통의 실천과 비슷한 개념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마치 어느 순간 유교의 덕목이나 개념들이 한국 문화에 녹아내려서 유교를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명절 때마다 자연스럽게 제사를 지내는 것처럼.

따라서 필자는 자신의 독립된 가치관을 가지고 심사숙고하지 않은 채 자신이 그저 모태신앙자이기 때문에 그 종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해당 종교들에 대한 불성실한 믿음, 무관심, 또는 모독을 나타낸다고 믿는다.  성숙한 자아가 형성되기 전 부모의 손에 이끌려 각종 종교 의식들을 해왔다면 그것들은 적어도 부모가 아닌 아이의 입장에 있어서는 종교 의식이 아닌 문화적 습관에 지나지 않는다.  자기 자신의 신앙이 아닐 경우에 모태신앙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그 종교에 대한 신앙심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이 어떤 종교를 성실하게 믿고 있다면, 그것은 당신이 그 종교의 교리에 대한 순종적인 믿음과 교리의 성실한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지 모태신앙이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종교는 상속되는 것이 아니다.  당신이 누군가의 부모거나 부모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면, 아이들을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기독교인으로 만들거나 이슬람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무슬림으로 만드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기독교인의 아이는 있을 수 있지만, 기독교 아이가 있어서는 안된다.  아이가 커서 기독교인이 되거나 무슬림이 된다면, 그 것은 종교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그 아이가 충분한 판단 끝에 자신의 종교를 선택한 것이 되어야지, 맹목적인 부모의 주입으로 종교적 정체성이 결정되는 것은 모태신앙의 허구를 증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태아들과 어린이들의 미완성된 자아의 지향점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당신이 모태신앙으로 인해 자신을 성실한 종교인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개념이 모태신앙에 기원한다면, 그 생각을 버리고 보다 독립적인 자신의 가치관을 통해 보다 나은 종교적 정체성을 정립하길 바란다.  모태신앙은 당신의 독실함이나 신앙심을 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는 허구적 개념들의 집합일 뿐이다.

마치며

이 글은 전적으로 필자 본인의 생각일 뿐이며, 버클리오피니언의 공식적 입장과는 어떤 점에서도 무관하다는 것을 밝힌다.  또한, 이 글은 특정 종교를 겨냥하여 비난한 글이 아니다.  같은 맥락에서 필자가 어떤 종교관이나 종교를 가지고 있는지는 밝힐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