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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국제 :: Worldpost

한일 관계에 대처하는 버클리 유학생의 자세

(본 글은 Berkop의 필진 김원순 군이 작성한 글입니다. 본 글은 Berkop의 견해와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밝힙니다.)


(메달 박탈 논란이 일었던 박종우 선수의 독도 세레모니 출처: 머니투데이)


애증 관계.  한국과 일본 간의 관계를 이보다 더 잘 나타낼 표현이 있을까? 최근에는 런던 올림픽 축구 3,4위전 경기에서 한국의 승리 후 박종우 국가대표 선수가 독도 세레머니를 했다가 메달을 박탈당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아직도 한일 간에는 독도 영토 분쟁, 위안부 등 과거사 청산 문제, 동해, 독도 등의 표기 문제 등 풀리지 않은 갈등들이 얽히고 설켜 있다.  

올해 4월에는 동해 표기 문제를 논의해 온 국제수로기구의 총회가 열렸는데 결국 동해 병행 표기는 무산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동해 병행 표기 문제는 5년 뒤인 2017년에나 다시 논의될 거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은 정부의 외교력을 비판하며 정부의 강력 대응을 요구해왔다.  예를 들어, 고 노무현 대통령의 강경한 독도 관련 발언 영상을 회자하며 현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을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과연 이 것이 비단 정부의 외교력만의 문제일까?

1년 전쯤, 스토리텔링 비디오 영상 제작하기라는 파이널 프로젝트를 하면서 나름 애국심을 발휘하여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진실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하였지만 교수와 클래스메이트들의 냉담한 반응에 결국 다른 주제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너무 감정적으로 우리 관점에서만 상황을 바라보지 말고 세상 사람들의 눈에서 객관적인 시각에서 한일 역사, 영토 문제가 어떻게 인식될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예컨대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겐 독도 문제가 그저 사람도 제대로 살 수 없는, 조그만 땅덩어리를 가지고 한국이랑 일본이 의미 없이 서로 다투는 걸로밖에 보이지 않을 지 모른다. 아프리카에서 빈발하는 내전들. 심지어 이 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죽어가는 그 내전들에 대해조차 잘 알지 못하고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그들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라며, 억울하다고 독도 문제를 알아달라고 아무리 외친다 한들 큰 효과가 있을까?

아마도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우리가 진실은 승리한다며,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진실을 이야기 해도, 국제 재판소(ICJ)에 서 독도 문제가 영토 판결된다면 절대적으로 일본에 유리한 판결이 이뤄질 것이다. UC버클리 데런 죽 교수님은 국제법 수업 중 독도 문제를 얘기하시며, 일본이 강력한 발언권을 행사하는 국제 재판소에서 한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잘라 얘기하셨다.

필자는 이번 학기 Japanese History 수업을 듣고 있는데 교수님의 강의나 교재 내용에 불만을 여러 번 느꼈다. 이 수업을 강의하시는 Andrew E. Barshay 교수님은 수업 중에 항상 Japan of Sea(일본해)이나 Tsushima Straits(쓰시마 해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시고 딱 한번 지나가는 말로 한국에서는 Japan of Sea라고 부르지 않는다 라고 말씀하셨다. 

(출처: 구글)



수업에서 사용하는 교재에도 아래와 같이 적혀 있다.

"Tsushima Straits, which separate western Japan from the southern coast of Korea, has been ..." (일본과 한국의 남쪽 해안 지역 사이에 있는 쓰시마 해협은)

이는 대한해협을 완전히 무시하는 표기이다. 심지어 교재에는 

According to the chronicles, there was even a Japanese enclave on the south Korean coast, known as Mimana(Kaya), though modern scholars have expressed some doubts about it”

라는 어이없는 내용도 적혀 있었다. 임나임본부설(왜가 4세기 가야지역을 군사적으로 정벌해 임나일본부라는 통치기관을 설치하고 6세기 중엽까지 한반도 남부를 지배했다는 학설)은 일본 학계에서도 폐기된 주장인데 버젓이 미국 명문대학교에서 이뤄지는 일본 역사 수업에서 이런 교재를 주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더욱 화가 났던 것은 조교가 디스커션 시간에 삼국 시대의 한반도의 세 국가(곡구려, 백제, 신라) 와 일본 사이의 교류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한국에도 일본인들이 세운 enclave(내륙국)가 있었는데 이를 가야라고 부른다고 말한 것이다.  

필자는 어이가 없고 화가 나서 조교에게 가야는 일본의 enclave가 아니며 삼국시대에 존재했던, 일본인이 아닌 한국의 국가(물론 엄밀한 의미에서 정치체이고 국가는 아니었지만) 라고 이야기했지만 조교는 필자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냐라고 물어봤고 그에 필자가 가야가 일본의 enclave라는 건 일본의 소수의 역사학자들의 주장이고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이 가야가 한국 국가라고 주장하고 그 게 팩트라고 얘기하자 그냥 알겠다며 얼렁뚱땅 넘어갔다.

필자는 차마 교수님에게 수업 중에는 이의 제기를 하지 못하고 수업이 끝난 후에 쓰시마 해협이나 일본해는 논란이 있는 지명이 아니냐고 말씀 드린 적이 있다. 그랬더니 교수님은 그건 논란이 아니라며, 단지 일본에서는 일본해, 한국에서는 동해, 일본에서는 다케시마, 한국에서는 독도라고 부르는 것이며, 한국에서 절대 일본해, 다케시마라고 부를 리 없고, 일본도 아무리 한국이 뭐라고 해도 동해, 독도라고 부를 리 없기 때문에 논란 자체가 아니다라고 말씀하셨다. 말문이 잠시 막힌 필자는 다시 한국과 일본의 태도는 그렇다고 해도, 그 중 어느 쪽의 표기를 따라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어느 한쪽의 지명만 사용하고 편드는 건 논란이지 않느냐고 말씀 드렸다. 그제서야 교수님은 그래 그 것은 논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서양(유럽, 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일본과 더 두텁고 밀접한 관계를 지녀왔고, 일본이 부르는 그 지명들을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나 또한 그 전통에 맞게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셨다. 한국 전쟁 이후로 한국과 미국은 우방국 관계가 아니었냐고 반박해 보았지만, 그 말을 하는 나조차도 한국과 일본이 더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었다.  현재 CIA 등 미국 정부들은 동해 대신 일본해라고 지명을 표기를 하고 있다. 

이 게 현재 버클리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본사 수업의 상황이다. 물론 교수님이 편협한 사고를 가지신 분이라고 생각되지 않으며, 필자에게 중국에서는 동해를 뭐라고 부르는지 궁금하다며 검색해서 자신에게 말해달라고 하며 본인의 그런 이의 제기를 긍정적으로 받아주셨다. 다만 교수님의 태도에게 못내 아쉬웠던 점은 미국과 일본 간의 밀접한 관계를 이야기하기엔 버클리 재학생 중 한국인 학부생이 2번째로 많다는 점. 그리고 강의실 안에서 최소 6명의 한국인 학생이 수업을 듣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어야 하지 않을까?

아직 미국에서는 한국 문화와 한국에 대한 시선보다는 일본 문화와 일본에 대한 시선이 확실히 긍정적이다. Korean Literature 수업에서는 대다수의 학생들이 한국인이었던 것에 비해 Japanese History 수업은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Korean History  수업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실제로 현재 Japanese History수업을 듣는 학생들 중 많은 학생들이 수업 듣는 이유로 그냥 일본과 일본 문화가 멋지다는 점을 꼽았다.

이런 상황에서 버클리에 있는 우리 한인 유학생들의 자세는 어떠해야 할까. 버클리 한인 유학생들은 버클리의 한국 대표로 와 있다. 미국 사람들은 우리들을 보고 대한민국이라는 잘 알지 못하는 나라에 대해 평가하게 된다. 

Japanese History를 듣는 나를 포함한 여러 명의 한국인 학우들과, 앞으로 이 수업을 들을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교수와 GSI에게 한일 간의 입장 차이가 갈리는 문제들(지명 표기 문제나 가야 등)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의견을 표현한다면 점차적으로 미국에서의 한일 문제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수전천석[水滴穿石]이라고 작은 물방울이라도 끊임없이 떨어지면 결국엔 바위를 뚫는다고 했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일본이 지는 해라면 한국은 떠오르는 해이다. 서경덕 교수님의 뉴욕 타임스 광고도 좋지만, 한국의 성장하는 경제력에 맞추어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외국에서의 한국인의 이미지를 좋게 만든다면 자연스럽게 영토 분쟁이나 지명 표기 문제 등을 대한민국 국민들이 바라는 대로 잘 해결하는 게 더 쉬워지지 않을까? 그 과정에 훌륭하고 멋진 버클리 학생들이 앞장섰으면 한다. 

('일본은 유엔  상임이사국 5 국 중 한 나라이며 15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을 선임할 권리가 있으며 실제로 현재 15명의 재판관 중 한 명이 일본인이다'라는 부분은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바로 삭제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