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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국제 :: Worldpost

프랑스 파리 테러 사건을 대면하는 우리들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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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만 보고 있어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위의 사진에는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상징물인 에펠탑뿐만 아니라 도시의 전체적인 전경도 함께 빛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내게는 캐나다 밴쿠버의 고등학교 시절, 졸업여행으로 다녀온 곳이기에 마음속 깊게 자리 잡은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끔씩은 그때의 추억을 꺼내보며 당시 "파리"라는 도시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들을 다시금 되뇌어보기도 한다.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파리는 우리들의 달력이나 우표 또는 잡지의 표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에펠탑을 포함해 총 400여 개가 넘는 관광명소를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예를 들어 노트르담 대성당, 가르니에 궁전, 개선문, 샹젤리제 거리, 루브르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 등, 사실은 프랑스라는 나라뿐만 아니라 우리 세계인의 조각들이 함께 내포되어 있는 곳들이 살아 숨 쉬는 명소이다. 그래서 매 해, 몇천만 명의 관광객이 쉴 새 없이 그곳을 방문하곤 한다.


그런데 불과 며칠 전, 이 아름다운 도시에 말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테러 사건이 발생하였다. 바로 11월 13일의 금요일, 최소 일곱 군데에서 연쇄 테러가 동시에 이어졌으며, 이 불행한 사건은 약 140여 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을 낳았다. 최소 세 건 이상의 폭발과 여섯 번의 총격이 발생했고, 천 명 가량의 관람객을 둔 바타클랑 극장에서 60여 명 이상의 인질극도 함께 벌어진 이 테러 사건은, 불길한 날짜를 탓할 새도 없이 바로 그날 전 세계의 신문 첫 면에 실리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평화롭기만 했던 파리와 그 곳의 시민들은 현재 하루하루를 불안함과 공포감에 휩싸여 보내고 있다.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IS)의 소행으로 알려진 이 참혹한 사건과 그 결과에 대해 프랑스 현 대통령인 프랑수아 올랑드는 끝내 그들과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이와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의 협력을 재촉한 바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이번 테러 사건은 단지 프랑스 한 나라에서만 그칠 해프닝이 아닌, 각국의 나라 모두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였고, 한 시도 방심해서는 안되는 비상사태를 만들어냈다. 또,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인들이 하나가 되어 같은 테러 사건이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우리는 앞으로 IS가 파리 사건과 비슷한 테러를 언젠간 또 저지를 것이라는 불길한 예측만 하고 있을 뿐, 실제 그들이 언제 어디에서 더 많은 희생자들을 만들어낼지 불안해하고 초조해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 


이렇게 우리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파리를 향한 애도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소셜 미디어를 통하여 파리 테러 사건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까지 파리 테러 사건의 전반적인 요약을 해 보았다면, 이번엔 같은 사건으로 인해 크게 이슈화되고 있는 사람들의 소셜 미디어 사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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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위 이미지는 독자들도 여러 가지 소셜 플랫폼 중 하나의 이용자라면 요 며칠 동안 계속해서 접해봤을 사진일 것이다. 바로 평화를 상징하는 심볼과 파리의 에펠탑 이미지를 합쳐놓은 사진인데, 이를 자신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또는 트위터 바탕화면으로 만들거나 아예 따로 사진을 업로드하여 파리 테러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요즘 젊음이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고 있는 해시태그 (hashtag)를 사용하여 #prayforparis, 그리고 이에 덧붙여 #prayfortheworld라는 문구들이 계속해서 퍼져나가고 있다. 특히나 페이스북은 파리가 다시 평화를 되찾기를 바란다는 의미로 프랑스 국기 색깔로 이루어진 프로필 사진 필터까지 유행되게 만들었다. 자신의 현 프로필 사진은 유지하되, 그 위에 필터를 입혀 프랑스 국기의 색이 겹쳐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나마 자신들의 동정을 표하고, 파리가 하루빨리 평안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을 대신하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요약하자면, 페이스북 필터를 사용하여 자신들의 프로필 사진을 바꾸거나 이밖의 방법으로 파리에 대한 애도를 표하는 사람들이 예전부터 계속해서 이어져왔던 시리아 난민 문제나 케냐의 테러 사건과 같이 이미 지구 반대편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하듯이 일어나고 있는 사건 사고에 대한 지식과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어 설명하자면, 시리아나 케냐에 비해 강대국으로 알려진 파리에서 일어난 테러 사건에만 관심을 보이고, 페이스북의 "필터 사용" 트렌드를 아무런 감정 없이 무심하게 따른다는 의견이다. 


이런 비판적인 의견에 대해 페이스북의 필터를 이용한 "트렌드"를 따른 한 사람으로서 지극히 개인적이지만 몇몇 사람들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으면 하는 주장을 하려 한다. 우선 파리 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무고한 희생자들과 현재까지도 불안해하고 있을 파리 현지인들을 향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프로필 사진에 필터를 입힌 것은 단순한 내 안타까움의 표시였다. 헌데, 오히려 이에 대해 다른 나라나 지역에 대한 관심이 전혀 없다는 것으로 딱 잘라 단정 짓는 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파리뿐만 아니라 시리아 난민 사태나 케냐 테러 사건도 충분한 관심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있다. 비슷한 사건들에 대해 동일한 지식은 갖고 있지 않아도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고, 그로 인해 얼마나 많은 희생자이 생겨나고 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파리 테러에 쏟아지는 관심과 사람들의 하나 됨을 막으려 하고, 그럴 시간이 있다면 오히려 다른 사건들에 관심을 가져달라 하는 목소리에는 동조할 수 없다.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더 관심 있는 나라나 지역에 대해 편파적인 의견과 눈길을 가져도 된다고 생각한다. 이는 마치 다른 가수에 비해 내가 좋아하는 한 가수에 대한 근황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그 다른 가수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내가 왈가왈부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내가 관심 가는 것들뿐만이 아닌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대해 기본적인 관심과 지식이 있다면 본인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고 사회에 헌신하는 데에 훨씬 더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파리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가 평소 마음에 담고 있는 나라이기에 더욱더 각별한 관심이 가는 파리라는 도시에 조의를 표하는 것은 오로지 내 선택의 자유이며, 이에 대한 그 누구의 비판도 내 귀에는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시리아나 케냐에 비해 파리에 일어난 이번 테러 사건의 정황을 더 자세하게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아무도 원망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일어나고 있는 불행한 일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쏟고, 귀를 기울여야겠다는 깨달음 또한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바로 내일, 아니 이 글을 마친 뒤 내 주변인이나 나의 모국에 벌어질 수도 있는 테러에 나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이 관심 가져주기를 바라는 날이 올 것을 인지하며, 나도 나에게 매일 하루 주어진 24시간의 몇 분만큼은 그들의 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기사를 검색하는 데에 사용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글을 마친다.


[1] http://www.zastavki.com/pictures/originals/2014/_Eiffel_Tower__photo_from_above_058413_.jpg

[2] http://bhmaincdn.breatheheavy.com/wp-content/uploads/2015/11/pray-for-paris.jpg?1aaa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