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아직까지도 등록금 전쟁으로 학교와 학생들 간의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반값 등록금을 외칠 정도로 학생들은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서 대학을 나와 자신의 전공을 제대로 살려서 미래를 설계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주변을 조금만 살펴 보아도 쉬운 과목, 점수 잘 주는 교수, 졸업에 필요한 과목들만 골라서 듣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필자 또한 대학생활을 편하게 끝내고 싶은 유혹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지난 학기 필자는 교수의 평점과 난이도에 상관없이 수업을 선택 했고 학점을 관리 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학기 도중에는 교수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 날이 하루도 없을 정도로 투덜거리며 지냈지만, 돌이켜보자면 그렇게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지식과 경험이 나의 전공과 미래에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 다니는 학교인 만큼, 우리는 학교에서 한 개라도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대학생들은 반값 등록금을 외치기 전에, 어떻게 하면 등록금 값어치를 하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아야 한다. 학점을 받기 위해 대학을 다닌다면, 등록금이 아까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교수들이 제공하는 풍부한 지식과 기회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과연 지금의 등록금이 비싸다고 느껴질까?
최근 대학생들의 공통점들 중 하나는 학점 받기 쉬운 수업이나 인기 있는 교수의 수업을 무조건적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점을 받기 쉽다는 이유만으로 수업을 선택하고 좋은 학점을 받는 데에 안주한다면 대학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자원 중 극히 일부만을 누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필자가 다니는 UC 버클리의 예를 들어보자. UC 버클리에서 가장 인기있는 과목들 중 하나는 Astronomy C10, 즉 기초 천문학 수업으로, Alex Filippenko라는 인기 교수가 가르치는 수업이다. 이 수업은 1, 2 학년들이 교양 과목으로 들을 수 있는 과목이고 학점을 받기가 비교적 쉽다는 이유로 많은 한국 학생들이 수강하곤 한다. Filippenko 교수는 대외적으로도 저명한 교수이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천문대 방문, 행성 관측, 천문학 관련 실험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곤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 학생들은 그런 기회들을 외면한 채 그저 학점을 유지하는 데에 만족하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들은 수업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기회를 놓친 채 교과서만 읽으면 알 수 있는 지식들만을 얻어간 것이다. 단순히 Filippenko교수 뿐만 아니라, 한 대학의 교수라면 누구나 그 분야에서 특출난 지식을 가지고 있는 지식인이다. 하지만 남들이 학점을 잘 받은 수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교수를 선택한다면, 교수에게서 선진 지식이 아닌 그저 껍데기 뿐인 학점을 받으며 대학 교육을 허비하는 것이다.
이번엔 정 반대의 예를 들어보겠다. 필자에게 공대 수학을 가르쳐준 Steigmann이란 교수는 지난 학기를 너무나도 힘들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수업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재미가 없었고 교수의 열정은 찾아 볼 수가 없었는 듯 했다. 그는 자신의 수업을 듣고 있는 학생들을 전혀 상관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본 모습을 제대로 아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고 필자는 자부 할 수 있다. 수업 내용을 따라가는 데에 큰 어려움을 겪은 필자는 자주 교수를 찾아가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Steigmann 교수는 성의껏 내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도 싫어했고 힘들어 했던 수업이 결국 본인의 노력과 교수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가장 보람찬 수업으로 뒤바뀌었다. 대학 생활의 큰 깨우침을 얻는 순간이었다. 다른 교수를 선택 할 수 없는 상황이라 평점이 나쁜 교수임에도 어쩔 수 없이 듣게 된 수업이었지만, 결국은 내게 가장 큰 도움이 된 수업인 셈이다. 남들이 매긴 평점과는 상관없이, 수업의 가치와 성적은 결국 본인의 노력과 태도에 달린 것이다. 그러니 쉬운 과목을 골라서 들을 필요가 없다. 본인이 교수로부터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수업이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지, 어떤 교수의 교육 방식이 본인에게 적합한가를 현명하게 판단 할 줄 알아야 한다.
같은 돈을 내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교수와 수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학생에게만 주어진 특혜가 아닐까? 예시를 버클리로 들어 설명을 하였지만 한국 대학교에도 훌륭한 교수들이 많이 있다. 하지만 수많은 교수들이 성적과 평점이라는 그늘 아래에서 학생들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그 빛을 잃어 가는 듯해 아쉽다. 독자들이 다니는 대학에는 본인들이 미처 모르고 지나간 유익한 수업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른다. 학점에 도움이 안되니까, 졸업에 도움이 안되니까, 하고 지나쳐버린 수업들이 어쩌면 내가 살아가는데 더 큰 영향을 끼칠 수도 있지 않을까? 반값 등록금, 혹은 무상 교육, 물론 실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학 수업을 내팽겨 쳐 둔채, 삼삼오오 모여 술만 마시러 가고 미팅나가는 재미에만 빠져있는 대학생들에게 반값 등록금이고 무상교육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외모만이 다른 사람을 나와 구분 시키는 기준인 것은 아니다. 내게 필요한 수업과 교수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진짜 ‘나’를 형성 하는 과정인 것이다.
한국 고등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에 치를 떨고 반항을 한다. 그런데 왜 대학생이 되서는 자기 스스로 주입식 교육을 선택하고 남들과 똑같아지려고만 하는 것일까? 대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은 이준석은 한 티비 프로그램에서 멘토를 부정한 적이 있다. 사실 그 프로그램은 대학생들에게 멘토를 소개하고 멘토가 인생강의를 하는 곳 이였다. '누군가 성공한 사람이 이렇게 했으니까 나도 따라 해야지…'라는 사고는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는 행동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진짜 본인의 주체가 되고 싶다면 자신이 자신의 인생의 멘토가 되어야 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나의 결정으로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학교 생활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남들이 쉽다니까, 남들이 성적 잘 받으니까 듣는 수업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물론 좋은 학점으로 취직하면 그것을 성공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진정 인생의 성공일까? 이미 성공한 사람들을 동기부여 삼아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것이 올바른 태도이다. 진정 의미 있는 대학 교육을 받고 싶다면, 학점에서 잠시 눈을 떼고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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