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말 2아웃에 터지는 속 시원한 야구 경기의 역전 만루 홈런, 90분이 다 지난 후 추가 시간에 터지는 축구 경기의 극적인 역전 골까지. 스포츠 경기를 즐겨보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겪어봄 직한 일이다. 날아가는 공을 바라보며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그 정적의 순간, 이후에 폭발하는 엄청난 관중들의 환호는 저 멀리 지구 반대편에서 중계방송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고 있는 사람들의 손에도 쉼 없이 땀을 쥐게 한다. 공 하나의 궤적에 울고 웃는 스포츠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사랑은 가히 인류가 놀이 (leisure)라는 것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스포츠 중에서 필자가 가장 사랑하는 종목은 바로 농구이다. 아름다운 포물선을 그리며 링을 통과하는 3점 슛부터 골대를 부술 듯한 통쾌한 슬램덩크까지, 지친 하루의 끝을 항상 농구 경기를 보며 마무리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선수들의 격렬한 움직임과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보는 것만으로도 필자를 코트로 달려가고 싶게 만든다. 이번 칼럼을 통해 필자는 농구를 사랑하는 팬으로서 농구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 느끼는 한국 농구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 보려 한다.
<출처: NBA>
농구는 현재 축구에 이어 팀 스포츠 중 세계 2위의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라고 불리는 NBA는 현재 EPL (English Premier League, 축구)와 NFL (National Football League, 미식축구)에 이어 3대 스포츠 리그 중 하나이며 세계 각국에서 속속들이 프로 농구 리그가 출범하고 있는 양상이다. 현재 필자가 재학 중인 UC Berkeley 대학은 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한 베이 에어리어 (Bay area)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는 NBA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Golden State Warriors)의 연고지이기도 하다. 최근 3년 동안 이른바 황금 전사들이라고 불리는 이 팀은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며 리그 최고의 자리에 머물고 있다. 농구 팬이 아닐지라도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한 스테픈 커리 (Stephen Curry)가 대표 선수이며, 정확한 3점 슛을 기반으로 한 화끈한 공격 농구를 선보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길거리를 걷다 보면 골든 스테이트의 져지를 입고 있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농구의 인기는 대단하며, 경기장인 오라클 아레나 (Oracle Arena)는 열광적인 홈 관중들의 응원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다. 필자 역시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응원하는 팬 중의 한 명이다. 세계 최고의 농구팀의 연고지에서 학교에 다니며, 그 열기를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로 라이벌 팀과 경기가 있을 때면, 학교 근처의 스포츠 바는 팀 져지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다 함께 어울려 맥주를 마시고 소리치며 응원하는 그 즐거움은 현장에 있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필자가 응원하고 있는 안양 KGC 팀의 경기를 인터넷을 통해 보고 있을 때면 '이런 분위기를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부러움과 함께 느끼곤 한다.
<출처: 한국 농구 협회>
한국에서 역시 농구는 인기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이다. 1983년부터 농구대잔치가 개최되면서부터 농구는 엄청난 인기를 얻었는데, 당시 경기장에 오빠 부대가 등장할 정도로 전국민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1980년대 후반부터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군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등장은 대한민국에 수많은 농구 팬들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꾸준한 성장으로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 2014년 인천 아시안 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많은 한국 국민에게 농구는 여전히 생소한 스포츠이다.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 한국 축구의 빠른 성장과 야구장 문화를 만들어내며 흥행에 성공한 한국 야구에 비하면 아직 한국 농구의 인기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축구, 야구에 이어 3대 스포츠로 불리던 프로 농구가 프로 배구보다 평균 시청률이 낮은 만큼 한국 농구는 하락세를 계속하고 있다.
사실상 한국의 프로 농구 자체를 세계 최고 리그인 NBA와 비교하는 것 자체에는 무리가 있지만, 한국 프로 농구 리그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농구대잔치 시절에 농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스타 플레이어들의 등장이었다. 오빠 부대를 이끌었던 연세대의 우지원, 이상민과 같은 선수들은 연예인과 맞먹는 팬덤을 형성하며 관중몰이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신예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못함에 따라 팬들 역시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아직 KBL 내에서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대부분의 선수는 30대를 넘어선 베테랑급 선수들이며,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KBL 김영기 총재 역시 매 경기 20점 이상의 득점을 꾸준히 해줄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 발굴이 한국 프로 농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리그 전반의 경기력 향상에도 기여할 것이며, 한국 농구 협회 역시 외국인 선수 귀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프로 농구에서 국가 대표 농구팀으로 이어지는 선수층의 질을 높이겠다고 언급하였다.
<출처: KBS 우리 동네 예체능>
그뿐만 아니라, 최근 언론에서 농구를 주제로 한 많은 TV 프로그램들이 방영되며 화제가 되고 있다. <우리 동네 예체능>에서 방영한 농구 특집은 실력에 상관없이 모든 팀원이 팀워크를 발휘하고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많은 호평을 받았다. 또한 <리바운드>는 정통 5대 5 농구가 아닌 2대2 경기 방식을 도입하고 아마추어 일반인들의 참가를 통해 색다른 농구 방식을 국민에게 소개하였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프로그램 <버저비터>는 농구에 평소에 관심이 있던 연예인들로 팀을 꾸려 실제 농구 선수처럼 혹독한 훈련을 통해 경기에 임하게 하는 방식을 통해 조금 더 진지한 방식으로 농구에 접근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의 특성상 경기 장면을 과하게 편집하여 이해하기 힘든 억지 스토리를 만든다거나 경기 일부분만 내보내다 보니 농구 자체에 집중할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을 받기도 하였지만, 세 가지 프로그램 모두 농구를 국민에게 더 널리 알리는 데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영기 총재 역시 언론을 통한 적극적인 노출과 지역별 홍보 활동을 통해 연고 의식을 강화하고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며, 이는 끈끈한 지역별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는 NBA 역시 강조하고 있는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이다.
<출처: quoteaddicts.com>
필자도 방학 동안 한국을 방문할 때면 안양 KGC 홈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응원하곤 한다. 세계적인 리그인 NBA에 비하면 한국 프로 농구 리그인 KBL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부산에서 열린 2016-2017 KBL 올스타전에서 1만 2천 석의 좌석이 매진되는 등 농구 흥행의 희망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농구는 수많은 매력을 가진 스포츠이다. 축구, 야구, 테니스와 같은 다른 구기 종목과 비교하였을 때, 농구는 비교적 작은 코트의 크기에 비해 10명이라는 적지 않은 수의 선수들이 끊임없이 달리며 경기가 이뤄진다. 이처럼 높은 공간적 밀도 때문에 빠른 경기의 템포와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계속되며, 격렬한 몸싸움과 화려한 기술 등이 다양한 볼거리를 만들어낸다. 그만큼 선수들 간의 팀워크와 의사소통이 중요한 종목이며, 팀원 개개인의 역할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스포츠이다. 필자 또한 농구를 사랑하는 만큼 이 글을 통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농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를 통해 한국 농구가 한 걸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필자가 주변에서 골든 스테이트 져지를 입은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듯이, 한국에서도 축구, 야구팀 유니폼 뿐만 아니라 농구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보게 되는 날을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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