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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과학 :: Science & Tech

한국에서 '표준'이란?

이번 글은 한국에서의 표준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필자는 한국에서 휴대폰 혹은 핸드폰을 써온 지 햇수로는 8년이 다되어간다. 외국에서 3년 쓴 경험까지 합치면 상당히 오랜 기간을 핸드폰을 사용했다. 사용하는 동안 핸드폰의 주요 트랜드의 변화를 느끼기에는 너무 어렸지만, 주요한 변화는 알아챘다. 예를 들면, 일체형 폰에서 폴더 폰으로의 변화, 화음폰의 등장, 컬러액정을 가진 폰, MP3기능을 가진 핸드폰, 슬림폰, 그리고 스마트폰까지 약 10년간 한국 내에서 핸드폰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먼저,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약간의 전문적으로 보이는 용어들이 등장하겠지만, 바닥글에 그런 용에 대한 설명을 달아놓겠습니다.

필자가 “국내”의 핸드폰 시장의 변화 중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변화들 중 1가지가 바로 휴대폰의 충전단자의 표준화이다. 2002년 전까지는 핸드폰을 구매하면 항상 충전기랑 거치대가 같이 왔다. 그러다가한국정보통신기술협의회(TTA)[각주:1]에서 2002년 4월에 휴대폰 충전기를 24핀 충전기를 표준으로 정했다. 이전까지는 기기 제조회사[각주:2]마다 달랐던 휴대폰 충전기를 표준으로 정하면서 다른 회사 핸드폰을 쓰면서도 하나의 충전기로 충전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TTA의 표준 제정으로 인해서 국내에서는 한동안 MP3, 디지털 카메라 등의 전자기기도 24핀의 충전기[각주:3]가 사용가능해지면서, 몇몇 전문가들은 국내의 모든 전자기기들이 24핀 충전기를 사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당시 기사에 의하면, 이러한 표준 제정으로 인해서 연간 3천5백억원의 돈이 절약된다고 보도된 적이 있다.

24핀 충전기



2002년 표준제정 이후 4년간은 24핀 충전기가 아주 유용하게 쓰였다. 다른 회사 휴대폰이더라도 옆 사람의 충전기를 빌려서 충전이 가능했다. 하지만 2006년부터 회사들이 핀의 개수를 바꾼 핸드폰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주요 이유로는 슬림폰이였다. 당시 인기를 끌던 슬림한 디자인, 기존보다 얇은 핸드폰을 만들고 기술의 발전에 의해서 충전기에 있던 24핀중에서 안 쓰이는 핀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제조회사들은10핀이나 16핀을 사용하는 핸드폰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제조회사들은 표준에는 벗어나지 않기를 위해서는 어떤 특별한 액세서리를 기기와 같이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 액세서리는 현재에는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충전잭, 충전젠더, 기타 등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변환잭이다. 이런 변화에 사람들은 ‘슬림해져서 예쁘다’라는 반응과 함께 ‘4년전에 만든 표준이 유명무실해졌다’ 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런 관행은 계속되어 왔기 때문에 현재 구매하는 핸드폰에는 그러한 단자가 다 같이 나온다. 아무튼 제조회사들의 이러한 행동에 TTA는 2006년에 비(非)표준 제품 개발중단을 요청했고, 업체에서는 충전 표준이 24핀이고, 데이터 통신은 아직 표준이 없어서 10~16핀을 사용하고 있는 기종을 만들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비(非)표준 충전 변환잭



그러다가 2006년 4월, TTA는 비표준의 이유를 24핀이라 생각하고 새로운 단자의 표준을 제정하는 팀을 구성했다. 새로운 표준은 충전, 데이터 통신, 이어폰의 멀티미디어 기능을 통합하려는 시도였다. 이 시도도 여러 변화를 거쳤다. 2006년 6월에는 TTA는 충전 단자 표준을 19핀으로 바꾼다고 했다가, 7월에는 휴대폰 제조회사들이(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20핀으로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이러한 제조회사들의 합의로 TTA도 결국 20핀[각주:4]을 휴대폰 충전단자의 표준으로 2006년 후반기에 삼았다.

20핀 구조

20핀 표준 충전기



그 후 3년뒤인 2009년에 국제 전기 통신 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각주:5]에서는 국제 휴대폰 케이블 단자의 표준 제정에 관한 이슈가 있었다. 한국은 20핀을 국제 표준으로 삼자고 초안을 제출했다. 이로 인해서 ITU에서는 TTA의 20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Association, GSMA)[각주:6]마이크로 USB[각주:7], 중국에서 제안한 미니 USB[각주:8], 총 3개가 나왔었다. 초안이 발표되고 나서는 국내에서는 전망이 밝다고 발표가 나기도 했었다. 당시 보도된 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TTA의 20핀이 얼마나 친환경적인 사례인지 발표가 되었다면서, 방송통신위원회[각주:9]는 향후 TTA의 표준인 20핀이 해외에 수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발표했었다. 하지만, 실제로 제정된 표준은 GSMA의 마이크로 USB이다. 2009년 마이크로 USB는 세계 표준이 되고, 그 후 우리나라에는 20핀 충전 단자 대신에 마이크로 USB를 사용하라는 권고를 ITU에서 제조사들에게 했다는 말이 있다.

미니 USB(左)와 마이크로 USB(右)



이렇게 국내에서 시작된 휴대폰 표준 단자는 약 6년 남짓하는 동안, 여러 변화를 거쳤다. 하지만 표준에 관한 문제는 여기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모바일 웹 사이트의 표준, 웹 표준에 관해서다.

필자는 또한 스마트폰의 등장에 인터넷, 특히 모바일 사이트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싶다.

한국의 길거리를 걷다보면 스마트폰의 유저가 상당수이고, 역이나 카페에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채팅 혹은 소셜 네트워킹을 하고 있다. 몇몇 사람은 웹서핑을 하고 있다. 필자가 집중하고 싶은 부분은 모바일 웹 페이지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증가로 인해서, 스마트폰 용 앱이 많이 생겨나고, 모바일 웹 페이지도 많이 생겨났다. 하지만 실제로는 많은 사이트들은 아직까지 모바일 웹 페이지가 없다. 모바일 웹 페이지가 있는 사이트들은 대형 포털 사이트들과 몇몇 관공서 사이트뿐이다. 여기서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모바일 웹페이지에도 세계적인 준 표준이 있다? 없다?’

정답은 “있다”이다.

Mobile Web Best Practices


W3C[각주:10]에서 정한 Mobile Web Best Practice가 존재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W3C에서 모바일 웹 페이지에 관한 준표준이다. 한마디로 권고사항이다. 하지만 각국의 정부, 공공기관등이 참여한 이상 표면적으로는 준표준이라 하더라도, 내용면으로서는 표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 내용을 보자면 여러 가지 내용이 있지만, 간략히 말하자면 ‘사용자를 배려하고, 기기의 저 사양을 알고, 간단하게 만들어라’의 3가지로 압축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되고 있는 웹 페이지들을 전혀 ‘친(親) 모바일’하지 않다(‘not mobile friendly’ or ‘mobile unfriendly’). 그 대표적인 이유로는 테이블을 웹 페이지 구성에 사용하고, 팝업창을 많이 사용하고, 여백과 그래픽을 많이 쓴다. 이것들은 모두다 위에 언급된 Mobile Web Best Practice에 사용하지 않고, 되도록이면 피해야 한다고 언급되어있다. 몇몇 홈페이지 제작자들은 ‘우리나라에선 웹 표준을 지키지 않아왔고, 디자인이 웹 표준보다 더 중요시되어 왔기 때문이다.’ 라고 말을 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스마트폰의 사용자가 계속 증가하여 향후 3,4년안에 전체 휴대폰 이용자의 절반을 넘길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당연한 결과로는 많은 모바일 사이트들이 나타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친 모바일적이지 않은 사이트들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필자는 이제 모바일 웹 페이지 접속자들은 시간을 때우는(killing time)목적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해서접속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웹 페이지들은 무엇보다 빠른 정보 제공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용량이 큰 웹 페이지들이면 안된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그래픽(플래시, 이미지 파일, 동영상)은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손쉽게 찾고 검색이 가능한 텍스트가 주를 이루어야 한다.

0123456789


핸드폰 충전기의 표준으로부터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미래에 쓰일 모바일 웹 페이지까지 언급하는 좀 방향성이 없던 글이였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표준이라고 제정하는 것들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표준’이라고 이름이 붙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표준이라고 이름 붙은 것들은 그 이유가 휴대폰 충전기처럼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좀더 사용자들에게 원활한 사용을 위해서 만드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지난 2006년부터는 4년전에 정해진 표준이 잘 지켜지지 않고 여러 이유를 대면서 지켜지지 않았었다. 과연 4년만에 '표준'이 아니게 된 '표준',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새로운 '표준'(2007년)을 제정하고, 이러한 일련의 이러한 변화가 과연 합리적이고 불가피한 변화였는지는 필자로서는 약간 부정적이다. 앞으로는 이러한 표준을 제정하기 위해서 미래를 앞서 내다볼 줄 알고, 제정된지 5년만에 바뀌지 않고 그보다는 오랫동안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핸드폰 충전단자 표준뿐만이 아니라, 웹표준, 그리고 그 위에 있을 사회 모든 표준에 지켜지기를 바란다.



Mobile Web Best Practice는 아래 링크에서 들어가서 쉽게 볼 수 있을 것이다.
http://www.w3.org/TR/mobile-bp/

Mobile Web Best Practice Flip Cards
http://www.w3c.or.kr/Translation/mwbp_flip_cards/

참고 관련 기사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30&aid=0000145726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5&oid=031&aid=0000085788
http://media.daum.net/economic/industry/view.html?cateid=1038&newsid=20060730185115550&p=khan
http://www.fnnews.com/view?ra=Sent0901m_View&corp=fnnews&arcid=0921898092&cDateYear=2010&cDateMonth=02&cDateDay=10
http://www.itu.int/newsroom/press_releases/2009/49.html

  1. 2000년 6월 설립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elecommunication Technology Association, TTA)산하 휴대전화 충전구조표준화 추진위원회에 의해서 2002년 4월 표준으로 채택되었습니다. [본문으로]
  2. 통신사(SKT, Olleh(SHOW), LG U+)가 아닌 기기생산회사(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등)입니다. [본문으로]
  3. 24핀의 충전기를 자세히 보면 24개의 칸이 존재한다는 걸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충전에 24개다 다 쓰이는 게 아니라 일부만 쓰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본문으로]
  4. 2006년 24핀 대신에 새로 표준으로 제정된 충전단자이다. 24개의 칸 대신에 20개의 칸이 단자에 존재한다. 여전히 모든 칸이 충전에 쓰이는 건 아니다. [본문으로]
  5. 국제 전기 통신 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 ITU)는 국제 연합(UN)산하 기구로 전기 통신의 개선과 효율적인 사용을 위해 국제 협력을 증진하고 전기 통신 업무의 능률 향상, 이용 증대 및 보급의 확대를 위해 기술적 수단의 발달과 효율적 운용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간 국제 기구이다. [본문으로]
  6. GSMA(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Association)는 말 그대로 전 세계의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연합체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LG전자 등 단말기 제조회사랑 SKT, Olleh등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이 회원사로 있다. [본문으로]
  7. 마이크로 USB는 미니 USB와 비슷하지만 휴대폰과 같이 얇은 단말에 적합하도록 접속 단자를 절반 정도로 더 얇게 만든 USB 접속 방식이다. [본문으로]
  8. 미니 USB는 PDA, 휴대폰, 디지털 카메라 등 소형기기에 대한 통신 접속을 제공하기 위해 작게 만든 USB 접속 방식이다. [본문으로]
  9. 방송통신위원회는 2008년 2월 2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하여 설립된 대통령 직속 기구이다. 주 업무는 방송, 통신, 주파수 연구 및 관리와 관련한 각종 정책들을 수립하고 심의, 의결한다. [본문으로]
  10. W3C는 회원기구, 정직원, 공공기관이 협력하여 웹 표준을 개발하는 국제 컨소시엄이다. 설립취지는 웹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프로토콜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하여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의 모든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