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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과학 :: Science & Tech

SNS - 21세기의 도약일까, 독약일까?

# "죠지 워싱턴 다리에서 뛰어 내립니다. 미안해요. (jumping off GW bridge. sorry)"
2010년 9월 22일, 미국 뉴저지의 위치한 럿거스 대학의 한 학생이 위의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남기고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일어났다. 그의 마지막 한마디가 대표 SNS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 페이스북을 통해 남겨졌던 것처럼 공교롭게 사건의 시작도 SNS에 퍼진 동영상 때문이었다.

이 비극의 주인공인 타일러 클레멘티 (Tyler Clementi, 18세)는 Rutgers 대학의 신입생이었다. 뛰어난 바이올린 실력을 자랑하는 학생이였고, 동시에 동성애자이기도 하였다. 사건의 시작은 9월 21일. 그의 룸메이트 라비 (Dharun Ravi)와 기숙사 친구 몰리(Molly Wei)가 타일러가 다른 동성과 성관계를 맺는 장면을 몰래 촬영하여 인터넷에 올렸고, 이 동영상은 트위터를 통해서 급속도로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타일러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故 타일러 클레멘티 (출처: Wikipedia)

SNS의 폐해를 적나라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SNS의 정보파급력이 아니였다면 문제의 동영상은 그리 쉽게 퍼져 나가지 않았을 것이며, 젊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생명을 앗아가는 참사를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처럼 SNS의 역기능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사례는 한 두가지가 아니다.

동성애자를 둘러싼 사건이라는 사실을 제외한다면 이런 사건이 한국사람들에게는 낯선 이야기는 아니다. 인터넷 악성 댓글과 테러를 통해 상처를 받고 목숨을 끊었던 연예인들이 한둘이 아니지 않은가. 안타깝지만 SNS를 통한 온라인 교류가 증가하면서 피할 수 없는 일들이다.

최근에 네이트에서 접했던 또 다른 기사를 얘기해보겠다. 

신상털기, 당신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

흔히 일어나는 도로 주행 중 신경전. 앞차가 차선을 바꾸고 급정거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었고, 뒤에서 운전하던 운전자는 난폭운전의 위험을 알리겠다며 다음날 차량 녹화장치에 기록된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이 동영상은 많은 네티즌에게 관심을 끌면서 앞차 운전자의 신상정보가 모두 공개되었다. 사생활 침해를 견디다 못한 앞차 운전자가 인터넷에 사과글까지 올렸지만 한번 시작된 신상털기는 협박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렇듯, 어느 누구나 신상털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

# 강간 + 아이돌 = 강간돌
최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은 키워드는 '강간돌'이다. 강간과 아이돌을 합친 신조어. 이 단어는 모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가 과거에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소문이 싸이월드를 통해 구설수에 오르면서 만들어졌다.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모 아이돌 팀의 멤버가 성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다고 올라와 화제가 되었다.

가십이 항상 그렇듯, SNS의 빠른 정보력과 함께 일파만파 퍼져나갔고, 급기야 소속사에서 직접 나서서 사건을 진화하기까지 하였다. 히지만 이를 그냥 가십이라고 하기에는 예전 사건들을 증언하는 댓글들이 줄을 이었고, 다수가 이 일이 실제로 일어났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리고 며칠이후, 11월 8일 새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강간돌 소문 유포자 적발, '장난 삼아 한 일' (출처: 네이트)
연예계를 충격에 빠트렸던 '강간돌' 소문은 한 여고생의 장난이었던 걸로 알려졌다.
출처: http://news.nate.com/view/20101108n11738

강간돌 소문의 유포자가 '장난 삼아 한 일'이라 인정하면서 이 사건은 끝이 났지만 그 '아이돌'에게 가해진 피해는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아이돌의 과거사가 갑작스럽게 유포됨과 동시에 수상할 정도로 빨리 진압이 되는 것을 느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건의 진위여부를 떠나 SNS의 빠른 정보전달이 우리에게 어떻게 '안 좋게' 사용될 수 있는지의 단면을 보여준다.

# SNS, 인류의 기회일까, 극복해야할 난관일까?
필자도 나름 페이스북과 싸이월드 내공이 있는 사용자의 입장에서 몇 마디의 이야기기를 해보겠다. (페이스북 같은 경우는 내 자신이 중독 됐다고 진단하여 일주일간 억지로 페이스북을 끊기도 했었다.)
SNS의 기본적인 목표는 '재미'와 'Socializing' (사회화) 이다. 하지만 그런 소소한 재미에 국한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필자만 하여도 페이스북과 싸이월드를 통해 찾아낸 생각지도 못한 'mutual friend' (내 친구가 다른 사람과도 친구인 경우) 혹은 동창을 만나게 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인터뷰를 보러가기 전에도 만날 사람의 얼굴을 미리 페이스북으로 찾아본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이런 걸 의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Social Networking Service, SNS가 우리 사회를 이렇게 장악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을 대표하는 SNS인 페이스북은 상용화가 된 지 4년이 채 안되었고, 한국의 대표 SNS인 싸이월드도 99년에 시작하여 고작 10년이 넘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이 구글의 1등 자리를 넘보고 있는 상황이라니, SNS의 얼마나 더 성장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기대감이 크지만 그만큼 우려도 된다. 21세기에 인류에게 주어진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가진 '도구'가 과연 우리에게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인지 아니면 독약이 될 것인지는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표 SNS, 페이스북


한국의 대표 SNS, 싸이월드


마이크로블로그를 지향하는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