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을 걱정하는 어느 맑은 날의 일기

Posted by 희씨
2019.03.11 01:13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흐린 날을 걱정하는 어느 맑은 날의 일기




좋은 날씨로 말하자면 빼놓기 섭섭한, 청명한 하늘을 자랑하는 여기 샌프란시스코. 많은 이들이 부러워하는 이 곳 캘리포니아에도 어둡고 탁한 공기가 그득한 때가 있었다. 지난해 11월 일어난 ‘87명의 사망자를 내고, 17일만에 진화된 캘리포니아 역대 최악의 산불’. 그것이었다. 쉽사리 불길이 잡히지 않은 탓에 산불의 근원지와 꽤나 가까웠던 이 곳의 하늘은 일산화탄소와 연기로 뿌옇게 뒤덮였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정부의 대처는 꽤나 실망스러웠고, 결국 사흘 동안 내린 비가 화재의 진압을 도왔다. AQI(an index for reporting daily air quality: 대기오염지수)를 매일같이 확인하며 외출을 자제해야 했고, 많은 이들은 추수감사절을 집에서 보낼 수 밖에 없었다. 화염 속 분노를 품은 대자연의 우울함이 보름동안이나 이어지는 듯 했다.

같은 해 12월 서울, 미세먼지의 농도가 ‘매우 나쁨’으로 표시되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 되었던 어느 날. ‘심각해 봤자 얼마나 건강에 나쁘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에 마스크도 챙기지 않은 채 밖을 나섰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던 친구는 마스크를 하지 않은 나의 모습에 놀라며, 꼭 하고 다녀야 한다고 가방에 있던 마스크를 꺼내 나의 손에 쥐어 주었다. 며칠 전 이미 캘리포니아 최악의 산불을 겪은 터라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며 손사래를 치다가 문득 나의 시선엔 그 친구의 가방에 들어있던 나노 필터 마스크 한 묶음이 걸렸다. 꼭 나의 무지함을 꾸짖는 것만 같았다. 괜스레 부끄러워졌고, 나는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닫기 시작했다.

미세먼지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유해물질로 대기중에 오랫동안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물질이라고 한다. 조금 더 자세하게는, 인위적으로 발생하여 고체상태의 미세먼지로 나오는 1차적 발생과 가스 상태로 나온 물질이 공기 중의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가 되는 2차적 발생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화학반응에 의한 2차 생성 비중은 전체 미세먼지 발생량의 약 2/3을 차지할 만큼 매우 높으며,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또는 제조업·자동차 매연 등의 배출가스에서 주로 발생한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보다 작고, 2.5마이크로미터보다 큰 입자를 미세먼지라고 부르며 주로 도로변이나 산업단지 등에서 발생하고,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의 입자는 초미세먼지라고 하며 담배 연기나 연료의 연소 시에 생성된다.

그래, 그 ‘매우 나쁨’이라 하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것인가. 미세먼지는 환경부에서 그 농도에 따라 좋음(~30㎍/㎥), 보통(~80㎍/㎥), 약간 나쁨: (~120㎍/㎥), 나쁨(~200㎍/㎥), 매우 나쁨(~300㎍/㎥), 위험(301㎍/㎥~) 6단계로 분류하며, 초미세먼지의 경우 황산염이나 질산염, 암모니아 등의 이온 성분과 금속 화합물, 탄소화합물 등의 유해물질로 구성되며 농도 단계는 좋음(0∼15㎍/㎥), 보통(16∼35㎍/㎥), 나쁨(36∼75㎍/㎥), 매우 나쁨(76㎍/㎥ 이상)으로 구분한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나쁨’ 단계인 160㎍/㎡일 때, 1시간 외출은 밀폐된 공간에서 담배연기를 1시간 24분 들이마시는 것, 디젤차 매연에 3시간 40분간 노출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1급 발암물질로, 폐렴, 폐암은 물론 심근경색, 부정맥, 뇌졸중, 치매 증상을 유발한다?’ ‘미세먼지에는 중금속, 유해화학물질 등이 포함돼 있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미세먼지에 오래 노출되면 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폐렴 등은 물론  폐 깊숙이 침투해 폐암이나 심혈관 질환 발병 가능성을 높인다?’ 솔직히 말해 이렇게까지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은 몰랐던 것이 맞다. 조금은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다 보니 민망하게도 그랬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대기 중 미세먼지가 인체의 호흡기와 순환계에 침투하여 발병한 뇌졸중, 심장 및 폐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매년 700만 명이 사망한다고 추정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나의 안일한 태도는 저기 구석에서 조금 더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맞는 듯 했다.

미세먼지의 주를 이루고 있는 이산화황 또는 아황산가스라고도 불리는 이 물질은 공기보다 무겁기때문에 상대적으로 작은 신장을 가진 아이들이 흡입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어른에 비해 더 많고 치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면역체계가 충분히 발달되어 있지 않은 아이들에게 등하굣길의 미세먼지는 아이를 가진 모든 부모들의 걱정이라, 전 세계가 공기의 청정도에 예민해진 것이 괜한 호들갑은 아니었다. 누구 하나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첨자 증가하는 농도와 발생 빈도는 사람들의 야외활동을 시간을 강제로 줄이고 있었다. 그렇게 마냥 비를 기다리는 것만이 진압의 답인 것인가.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화염은 사그라 드는 것일까. 뒷마당의 숯불 바베큐와 등푸른 고등어 구이를 자제하는 것이 본질적인 해답이 아님은 거참 분명한데.

연이은 비로 인해 맑은 하늘을 볼 수 없다가 화창한 아침이 반가운 날이었다. 여느 날처럼 뉴스를 보기 위해 유튜브를 틀었다. “마스크가 없는 세상으로” 라는 전기 자동차 광고 뒤엔 또랑또랑한 목소리를 가진 앵커의 브리핑이 이어졌다. ‘’아침 기온이 영상 5도 안팎을 기록하는 등 완연한 봄 날씨 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기온이 오르고 대기 정체가 이어지면서 최악의 미세먼지는 오늘도 한반도를 뒤덮었습니다. 수도권에서는 엿새째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펼치고 있는 여러가지 정책이 효과적인 듯 혹은 보여주기 식인 듯한 대처와 현황 등이 이십 분간 보도를 이루었다. 감자튀김을 좋아하는 나는 에어프라이어라도 사야하나 못내 고민하다가 차분한 음악이라도 들어볼까 하며 플레이리스트를 뒤적거렸다. 무심코 틀은 로맨틱 모먼트의 노래에서는 “미세먼지가 너무 많아서 니 맘이 뭔지가 하나도 안보여” 라는 가사가 나름 감미롭게 흘러나왔다. 그 짧은 아침 준비시간을 꽉 채운 미세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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