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성과연봉제의 도입

Posted by 희씨
2019.04.08 11:58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A 회사

A 회사는 10% 룰로 불리는 인사관리 기법(HRM: Human Resource Management)을 사용해 매년 인사평가에서 직장인들을 세 등급으로 나눈다. 상위 20%에게 주어지는 1등급 타이틀을 획득한다면 막대한 성과급과 승진이 보장되고, 중위 70%인 2등급에게는 독려를 한다. 하지만 하위 10%에 속해 3등급이 된다면 그 자리에서 바로 해고된다. 이 기업은 상대평가로 성과를 측정해 잘하는 사람에게 막대한 부와 명예를, 반대로 못하는 이에게는 해고라는 엄벌을 내렸다.

 

B 회사

반면 B 회사는 모든 직장인과 노동자를 가족처럼 여겼다. 그들이 어떠한 잘못을 저질러도 가족을 해고하는 일은 없다며 오히려 모두 경영진의 잘못으로 안았다. 또한, 대다수의 기업과는 다르게 노동자 정년퇴직 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까지 5년 연장했다. 사회의 흐름과는 역행해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결정이었다.

 

만약 당신이 A와 B, 두 곳의 회사 중 한 곳을 ‘평생’ 직장으로 선택해야만 한다면 어느 곳을 선택하겠는가?

혹은 만약 당신이 경영자라면 당신의 회사에 A와 B 중 어떤 회사의 문화를 접목시키겠는가?

만약 당신이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이 다르다면 그에 대한 이유는 무엇인가?

 

놀랍게도 A와 B, 두 회사 모두 실존하는 기업이며, A 회사는 잭 웰치(Jack Welch)가 경영한 GE(General Electric)이고, B 회사는 일본의 자동차 기업, 토요타(TOYOTA)이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GE는 2015년 8월, 10% 룰을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부적합한 인사평가제도임을 인정했다. 불필요한 경쟁을 부추기고 단기적인 눈앞의 성과만을 쫒으며 직원들과의 화합과 상생을 가로막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잭 웰치 역시 2016년 블룸버그(Bloomberg)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도입했던 상대평가제는 이제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며 수긍하였다. 반면 토요타 정신을 앞세워 직원 포용정책을 시행했던 토요타의 경우 노동자들에게 가족과 같은 일터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었고, 재택근무와 육아휴직 등 직원들의 워라벨(Work-Life-Balance)을 혁신적으로 증진시켰다. 또한, 노동자들은 타기업에서 아무리 좋은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와도 토요타가 노동자들을 버리지 않았듯, 노동자들도 가족과도 같은 회사를 버리는 일은 없다며 거절하였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역점 추진사업인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역시 임무 성과에 따라 개인의 보수를 차등 지급하는 제도로,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를 구축해 공공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건전한 긴장감을 불어넣기 위한 제도로 알려져 왔다. 이는 대다수 사기업 및 공기업들이 선택하고 있는 인센티브 제도 혹은 기관별/부서별 성과급 제도와는 다르게 ‘기관’이 아닌 ‘개인’이 이룩한 성과나 수익창출 활동에 대해 보상을 주는 것이다. 특히, 소위 말해 ‘놀고먹는’ 혹은 정년이 보장된 ‘철밥통’ 공무원들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위 방법이 추진되어 왔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성과연봉제를 지지하는 찬성 측 입장과는 너무나도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기관별 성과급 제도는 회사 대의 단합심을 키우고 다 같이 노력하는 건전한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한 반면 개인 성과연봉제는 GE와 같이 단기 업적주의 중심의 회사 문화를 만들어 협력이 아닌 개인 간의 경쟁을 부추기는 역효과를 발생시켰다.  또한, 성과연봉제를 적용하기 위해서 꼭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인 ‘공정한 성과 측정 기준’과 ‘객관적인 평가방법’이 지극히 주관적인 이유에 의해 변질될 우려가 있다. 성과측정 방법이 무궁무진해 성과를 단순히 처리한 문서의 양으로 할 것인지, 회사에 기여한 수익활동에 기반할 것인지, 일한 시간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 등 평가하는 항목과 방법을 선택할 때에도 개인의 의견이 들어갈 확률이 농후하다. 특히, 공무원들은 회사를 위한 직접적인 수익 활동만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국민에게 봉사하고 사회의 이익,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공공부문, 즉 공무원에게 성과를 요구하는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모순이라는 반론도 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이전 정부의 결정을 뒤집고 공공기관에 대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제하지 않기로 하는 지침을 내린다. 대신, 각 기관이 기관별 특성 및 상황을 모두 고려해 세부방안과 시기를 자율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했다. 현 정부가 추구하는 공공기관의 탈중앙화, 자율경영과 공공기관의 자립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일한 기간, 앉아만 있는 시간이 길다는 이유로 점점 높은 급여를 받는 호봉제에 대한 한계를 인식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 폐지 공약을 하면서도 호봉제로의 복귀에는 반대했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의 방만경영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연봉 구간을 구분해 둔 직무급제나 성과급제를 일부 반영한 성과형 호봉제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정책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공공기관들이 정부 눈치를 보기에 바빴으며, 이미 지급된 조기 지급 성과급과 우수기관 성과급에 대해 공무원들이 도로 반납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다시 위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만약 당신이 일하고 싶은 평생직장으로 B를 선택하였지만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의 생산성을 위해 A를 선택하였다면, 아마 당신은 B의 문화를 개인적으로 선호하지만 A 문화에 비해 B문화를 가진 회사가 더 낮은 효율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가정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동경제학자인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댄 애리얼리(Dan Ariely) 교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성과급을 내걸면 생산성 또한 높아진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이는 동시에 스트레스를 주는 요인이며, 오히려 동료에 대한 사랑, 믿음, 칭찬과 같은 것들이 사람들의 노동을 훨씬 가치 있게 만든다. 가치 있는 노동은 자연스럽게 높은 생산성과 헌신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그렇지 못한 경우보다 높은 효율로 이어진다. 다른 말로 자신의 가치를 대우해주며 혜택을 동료들과 다 같이 나누는 연대의 기쁨이 자신의 성과나 개인적인 이익보다 훨씬 크다는 것이다.

 

애사심은 회사에서의 소속감으로부터 비롯된다. 얼마나 자신이 회사 내에서 인정받는지, 동료들과 함께인지, 나의 노동이 대우받고 있는지 등의 요소들은 회사원들과 노동자들이 회사의 발전을 위해 더더욱 매진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개인에 대한 급진적인 상대평가 성과측정 제도 도입은 공무원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게 한다. 한계가 공존하는 시장논리에 입각한 민간 기업경영 방식을 성급하게 공공 부분에 도입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성과측정 방법이 선행되지 않으면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다분하며, 설사 공정한 성과측정이 가능해지더라도 공공 부분에서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충분한 검토와 보완이 이뤄진 이후에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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