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층과 눈높이를 맞추는 경제학

Posted by 희씨
2019. 11. 18. 13:1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India 2013 by Juan Luis Sánchez[각주:1]


우리는 다양한 매개체를 통해 유니세프나 유엔 난민기구 같은 구호단체의 광고를 많이 접한다. 팔에 앉아있는 파리 세 마리를 보고도 쫓을 기력이 없어 멍하니 쳐다보는 다섯 살 아이. 어린아이를 꼭 끌어안고 절박한 표정으로 구원의 눈길을 보내는 엄마.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듯하게 해가 쨍쨍한 날에 무료 백신 접종을 맞기 위해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우리는 이런 모습들을 접하게 되면 측은한 마음이 생겨 기부를 하거나 봉사활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실천한 선행들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하버드에서 박사과정을 갓 마친 한 경제학자가 어느 날 부인과 함께 케냐에 있는 한 NGO (Non-Governmental Organization) 비정부 기구에서 일하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는 그의 친구를 포함한 NGO 직원들이 진행하는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접하게 되는데, 막상 그들이 이에 대한 효과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그는 교과서를 아이들에게 무료로 배포하는 프로그램이 아이들 학업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실험하게 된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눈에 띄는 효과가 없었다. 생각보다 실망스러운 결과에 상심하고 있을 때 케냐에 있는 아이들과 지내면서 건강과 학업의 연관성을 알게 되고, 교과서 대신에 구충제를 제공하게 된다. 구충제를 복용한 후, 학생 결석률이 25% 가량 감소하였고, 이때 구충제를 복용했던 아이들이 구충제를 복용하지 않았던 아이들에 비해 10년 뒤 소득도 평균 20%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각주:2]. 이처럼 구호활동의 규모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고 그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춰가면서 해답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 이 경제학자는 201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하게 된 마이클 크레머 (Michael Kremer) 하버드 경제학 교수이다.

 

위와 비슷하게 현장에서 빈곤의 해답을 찾아낸 경제학자 부부, 아비지트 바르네지 (Abhijit Banerjee) MIT 경제학 교수와 에스테르 뒤플로 (Esther Duflo) MIT 경제학 교수도 무려 15년간 40여 개 나라의 빈곤 현장을 돌며 생활 밀착형 연구를 통해 정말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한 원조가 무엇인지 연구했다[각주:3]. 그들의 수많은 연구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동기부여가 있어야 근본적으로 해결이 된다는 것이다. 무상원조만으로는 빈곤 해결이 불가하다.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먹을 것이 없어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가난한 사람들은 무료 백신 접종의 기회가 와도 백신을 맞으러 가지 않는다. 배가 고파서 갈 힘도 없고, 간다고 해서 밥을 주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며칠 동안 굶은 사람들은 먹을 것이 제일 중요할 뿐, 백신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이 경제학자 부부는 이때까지 아무도 시도해보지 않은 실험을 해보기로 한다. 백신 접종을 할 때마다 렌즈콩 1kg를 인센티브로 제공을 하였더니 무려 백신 접종률이 38%나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각주:4]. 이와 같은 연구결과는 몸소 현장에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가난한 사람들의 합리적인 심리를 잘 이해한 결과물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사람을 돕는 일이란, 헌신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부와 봉사활동이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무조건 기부랑만 늘려서, 원조 크기를 키운다고 해서, 그리고 봉사량만 늘린다고 해서 빈곤이라는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지난 50년간 서구 사회가 대외로 조달한 원조만 해도 2조 3000억 달러가 넘는다[각주:5]. 하지만 아직도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0.12 달러 예방약이 없어서 목숨을 잃고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을 보면서 어떠한 해결책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가지고 올지 객관적으로 그 효율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고 일방적으로 우리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 같은 도움들만 주면, 그거야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아닐까. 앞으로도 경제적인 냉철한 이론과 논리로 효율성 높은 방법들과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마음이 더해져서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연구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1. Sánchez, Juan Luis. “India 2013.” Flickr, 9 Oct. 2013, flickr.com/photos/juanlusanchez/10496946943/in/photolist-gZzABR-VCpJ7e-8KBtHP-HjgYrk-6P7rdt-gZyGjL-gZyvG5-SehwbG-b4nAgR-9ExENc-8zhr1V-8KExtS-gZyXyx-gZygSQ-S9ZAF7-RBKPLV-EJo8aC-37qc7-EJo82S-EjzdDu-cfwG6N-2sYUs7-EJo7F1-bDYM3P-gZxNsF-Lp7FXX-Ejzdko-ECtTmp-ELGaGn-ECtT4k-gZzccp-ECtTcr-RTVQie-gZyU9g-ECtTpa-nqqDL9-ECtTfn-ELGabc-rTio6b-gZygEr-9C2wNF-DNYq6q-EJo7sA-gZyjic-mpMSSP-QyLQqg-gZxG2A-gZxYWW-PvtV-99PehX. [본문으로]
  2. 최병일 . “가슴이 따뜻한 경제학.” Mk.co.kr, 24 Oct. 2019, 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19/10/26952/. [본문으로]
  3.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 네이버책, 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6892700. [본문으로]
  4. 김두원 . “노벨 경제학상에 여성 수상자 남성·미국인·시카고대 법칙 깨져 빈곤 퇴치 연구 성과 인정받아.” 노벨 경제학상에 여성 수상자 , 21 Oct. 2019, economy.chosun.com/client/news/view.php?boardName=C12&page=1&t_num=13607860. [본문으로]
  5. 최병일 . “가슴이 따뜻한 경제학.” Mk.co.kr, 24 Oct. 2019, www.mk.co.kr/premium/special-report/view/2019/10/26952/.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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