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박쥐가 아니다

Posted by 희씨
2020. 3. 9. 18:5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거미줄로 둘러싸인 무시무시한 폐가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무엇인가? 흔히들 생각하듯, 바로 떼로 몰려다니는 까마귀 혹은 괴상한 날개를 가진 박쥐일 것이다. 까마귀는 문화권에 따라 길 흉이 나뉘는 반면, 박쥐는 그렇지 않다.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일반적으로 악명이 자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사태도 사태인 만큼 안타깝게도 박쥐는 안 좋은 기를 많이 불러 모으는 대망의 흉조 조(凶兆 鳥)로, 그리고 야생동물을 날것으로 먹는 인간의 상스럽고 추악한 횡포를 대표하는 상징으로 거듭났다. 박쥐에 대한 혐오감이 상승함과 동시에 사스부터 에볼라, 메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21세기의 주요 감염병을 일으킨 박쥐의 특별한 생물학적 특성이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한다. 그들의 몸에서 시도 때도 없이 바이러스를 제조해내는 능력이라도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박쥐가 인류에게 병균을 쉽게 전파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포유라면 그들은 왜 코로나와 같은 치명적인 병균에 전멸되지 않는 걸까?

인류는 최근 100년간 의료계 기술과 지식의 발달로 인간 평균수명 연장, 기존에 없던 백신과 항생제 개발, 향상된 위생시설을 갖추는 등 현대 의학에 기적적인 변화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런 발달과 동시에 21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던 미지의 바이러스가 등장해 인류를 뒤흔들어 놓는 사태가 종종 발생했다. 2003년에 중화권에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 2009년 중동에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2014년 아프리카에서 에볼라바이러스, 2016년도엔 남미의 지카바이러스, 이번 2019년도에는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다. 여기서 신기한 점은, 여태껏 의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코로나바이러스들이 모두 박쥐에서 가장 유력하게 전파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근거로 이번 코로나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을 단순히 박쥐 때문이라고 단정 지을 순 없다.


박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000종이 존재하는, 종 다양성이 가장 큰 포유류 중 하나로, 다양한 질병과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몸과 환경의 특성이 이렇다 보니 몸에 다양한 바이러스를 지닌 상태여도,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독특한 면역체계 때문에 태연히 생존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인간은 바이러스가 병원체에 침입하면 고온에 취약한 바이러스를 저격하기 위해 체온을 올리지만, 박쥐는 바이러스를 마치 애완동물처럼 키운 뒤, 다른 동물에게 전달해주기 위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다. 이것은 일종의 공생 전략(Mutualism)으로 바이러스도 박쥐도 서로를 위해 상존하는 관계를 말한다. 하지만 이 점은 어디까지나 박쥐의 생태 특징이지, 이번 코로나 사태의 문제는 박쥐가 아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박쥐가 특유의 높은 종 다양성과 면역력으로 신종 인수 공통 바이러스를 다수 보유해왔던 동물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 바이러스가 인간을 위협하게 된 이유는 어디까지나 인류가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그들을 식자재로 삼은 이유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쥐는 주로 밤에 수면 위나 산림 위를 날아다니는 모기나 해충을 잡아먹고 사는 인간과는 전혀 무관한 이로운 동물이다. 문제는 그들의 주 서식지인 동굴이 도시화하고 재개발되자, 점차 사람이 사는 곳까지 드나들며 경작지나 과수원의 곤충과 과일을 먹게 되면서 인간과 접점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게다가 중국 후베이성 지역에서 유래된 야생 포유류를  한약재나 식자재로 사용하는 문화권이 박쥐와 인간의 직접적인 접촉을 늘리는 계기가 되었다. 여느 음식과 같이 박쥐를 끓여 먹거나 구워 먹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덜 익힌 박쥐를 물에 적시지도 않고 먹는 습관이 인류에게 각종 바이러스를 유입한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질병의 원산지인 박쥐의 몸을 조리도 안 하고 날것으로 먹으니 질병이 유입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따름이다.

이제 바이러스도 이 정도 경험이면 충분하다. 메르스 때 낙타와 박쥐가 질병의 공범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식문화의 위생 습관이 전혀 변하지 않은 걸로 보아서는 이제는 각 국가의 정부측에서 강제적인 법적 제한을 추진해야 한다. 아무리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호전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발생할 미지의 신종 바이러스 팬데믹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한번 발생하면 희생될 수많은 생명을 지키기 위해 지구촌이 머리를 맞대어 비위생적인 야생동물의 식문화 및 거래를 범세계적으로 엄격히 금지하고 음식 시장의 기본 위생을 위해 힘써야 한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다.










* 출처 :

[사진 1] - https://unsplash.com

[사진 2] - https://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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