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아픈 신조어 '캥거루족'

Posted by 희씨
2020. 3. 2. 19:58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면서부터 홀로 설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유년기를 부모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청년들에게 이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학업을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부모들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굉장히 어려운 우울한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27살이 되어버린 나도, 취직한 나의 또래 친구들도 그 누구 하나 부모님의 그늘에서 벗어난 사람은 없다. 이것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였고, 새로운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캥거루족이 바로 그것이다. 이 신조어의 뜻은 무엇이고 대체 얼마나 심각한 것일까?

 

캥거루족은 2000년을 전후로 청년 취업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상한 후 나타난 신조어이다. 캥거루족이란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나이가 있음에도 독립해 나가지 않고 캥거루처럼 부모나 경제 능력이 있는 형제자매에게 의존하는 젊은 세대의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또한, 유사시 부모라는 단단한 껍질 속으로 숨어버린다는 뜻으로 자라족 이라고도 한다. 이것은 비단 한국에서의 문제만이 아니라 세계에 통용되는 것으로, 미국에서는 어른이 되고 나서도 독립하지 못한 청년들을 어른, 청소년 사이에 끼어 있는 새로운 세대 Twixter라고 일컫는다.  이탈리아에서는 엄마가 해주는 밥을 탐내는 사람, 마마보이란 뜻으로 Mommone라고 부르며 독일에서는 집에 눌러앉아 있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Nesthocker라고 부른다.  

 

2018년 기준, 대한민국의 1,274명의 직장인들 중 5명 중 2명은 경제적 소득이 있음에도 부모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자신을 캥거루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이 부모들로부터 받는 경제적 의존은 순서대로 주거(69.9% 복수 응답), 생활비(37.9%), 보험료(27.4%), 월세, 전세 비용(12.4%) 등이었다.[각주:1] 캥거루족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고학력화, 구직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이 있다. 특히 취직했더라도 사회초년생에게는 터무니없는 집값은 그들을 더욱 홀로서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청년 임대주택을 공급하기로 계획했지만, 임대주택에 대한 주변 거주민들의 우려, 민간 사업자 특혜논란, 공급량 부족으로 인해 난관에 봉착했다.더욱이 캥거루족 문제는 더 이상 청년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이러한 캥거루족 문제는 노인 빈곤, 가정불화의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부모가 환갑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30대 자녀들을 부양하기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는 등 자신들의 노후 준비를 못 해 경제적인 어려움에 직면한다. 실제로, 2017년 통계청에 따르면, 대한민국과 EU 28개국 중 한국의 65~69세 고용률은 45.5%, 70~64세 고용률은 33.1%로 노인 취업률이 각 분야 1위임에도 불구하고, 65세 이상 상대적 빈곤율 43.7%로 노인빈곤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각주:2]. 또한, 이것은 가정불화 문제로도 이어진다. 2015년 3월에는 “왜 용돈을 안 주냐”며 80대 노모와 말다툼을 벌이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집에 불을 지른 혐의로 50대 남성이 구속, 2017년에는 중국 베이징의 60대 부부가 36살 외아들을 집에서 내쫓아 달라고 법원에 요청, 2018년 5월에는 미국 뉴욕의 한 부부가 직장을 잃고 부모의 집으로 돌아와 8년 동안 독립하지 않는 아들을 상대로 퇴거소송을 제기하는 등 많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캥거루족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청년들의 마음가짐이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청년들이 자립하기 위해선 사회, 경제적 자본이 축적되어야 하는데 만성적인 경제 문제로 독립이 어려워지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정부에서는 청년 구직 활동지원금, 청년 기술창업 교실, 청년취업 성공패키지 등의 청년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되기에는 아직 미약하다. 따라서, 캥거루족을 의지 부족의 문제로 치부하기보단, 공론화를 통해 인식의 전환과 함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사실 캥거루는 평균 18년의 삶 중에 1년여 시간만을 부모의 주머니에서 지낸다. 짧은 시간 만에 독립해 마음껏 뛰어다니는 캥거루들처럼 우리도 청년들이 속히 그들 부모의 그림자를 벗어나 마음껏 점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사진 출처 : https://unsplash.com/

  1. NEWSIS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80302_0000240757&cID=13001&pID=13000 [본문으로]
  2. 중앙일보 https://news.joins.com/article/23003015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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