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이젠 안녕

Posted by 희씨
2019. 11. 13. 04:2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대한민국의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얻어 감화 또는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 최근 대한민국 정부는 사실상 법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부모의 체벌 법에 대한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그간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부모의 자녀 체벌을 금한다는 이야기, 즉 친권자의 징계권에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사랑의 매, 이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 할까. 어디까지가 적당한 체벌이고, 어디서부터는 폭력인지 단정 짓기가 매우 모호하다. 어느 강도로, 얼마큼, 무엇으로 때려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도 않고, 정하기에도 애매한 부분이다. 이는 가정폭력으로 이어지기 매우 쉬운 경계선에 놓여있다. 부모가 아이를 때리는 것을 훈육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1990년대까지, 가정폭력방지법과 아동학대방지법에 의해 아이가 사망하지 않는 이상 가해 부모는 구속되지 않았다. 아동을 위한 법인데, 정작 피해를 보는 것은 그들이며, 누구를 위한 법인지 아이러니하다.


'아이를 때려도 괜찮다'는 전제하에서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7년 전국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연도별 아동학대 사례 건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이 시작된 2001년부터 최근까지 단 한 번의 감소 없이 매년 증가했다. 또, 학대 행위자는 부모인 경우가 70%를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동 학대의 가해자가 대개 자식을 가장 사랑하는 부모라니, 매우 충격적인 일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훈육을 하는 것이지만, 부모도 실수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식을 훈육하는 데에 익숙지 않다. 약 한두 명의 자녀를 키우는 가정이 대다수인데, 어떻게 전문적인 교육이나 지식 없이 올바른 체벌을 할 수 있을까. 하마오 미노루의 <아이를 칭찬하는 법 꾸짖는 법>이라는 육아 전문 서적에는 아이의 인격 형성에는 가정교육이 80%, 학교에서의 교육이 5% 영향을 끼친다는 통계가 나와 있다. 가정에서의 교육은 아이의 인생에 평생 영향을 주며 큰 역할을 담당한다. 이처럼 아이들의 인격 형성에 매우 중요한 시기에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우리가 그들에게 회초리를 든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아동에 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육가들 또한 훈육을 위해 매를 들으라고 하는 경우는 없다. 꼭 매질을 통해 아이들을 훈육해야만 할까.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말을 할 수 있고,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고, 자기반성을 하고, 상대방을 존중할 수 있는 존재인데, 왜 굳이 폭력을 통해 배워야 할까. 폭력이 옳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쟁을 피하기 위한 외교라는 것이 존재하고, 폭력을 저지른 자들을 위한 교도소가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은 매가 아닌 대화로 충분히 배우고 느낄 수 있다. 오히려 폭력을 가하는 처벌이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고, 반감을 생기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부모의 체벌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많다. '내 자식 내가 키운다는데 굳이 나라가 이렇게까지 나서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릇된 생각이다. 비록 나이는 어리지만, 아이들에게도 인권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자격이 있다. 오히려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약자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충분히 돌봐줘야 하는 존재이다. 그들도 자기 자신을 지키고, 권리를 내세울 수 있는 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 부모이기 때문에 아이를 자유롭게 체벌 할 수 있다는 것은 올바르다고 보기 어렵다. 폭력은 어떤 이유에서든 정당화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청소년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들이 권리를 갖는 만큼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은 제정되어야 할 것이다.


맞아서 배우는 교육은 그 매가 무서워서 더 잘못을 저지르지 않게 하기 위함인데, 그 매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훈육이라는 이유로 그 공포심을 조장할 수 있는 경계선은 어느 정도일까. 그렇게 매를 맞고 배운 것이 과연 아이들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올 수 있을까.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선, 그 일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것이지, 폭력과 공포감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회초리의 효과가 단기적으로는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점점 체벌의 강도가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체벌의 긍정적인 효과에 대한 기대와는 먼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필자인 나도 부모님으로부터 매를 맞아본 적이 있다. 그러나, 필자는 부모님이 나의 상황을 이해해주었을 때, 그들의 사랑에 감동하여 나의 잘못이 가슴에 더 와닿았다. 진정한 훈육은 무조건 매를 통해 그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반성 시간을 갖고 잘못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중에 성인이 되어 부모의 곁을 떠나서도, 지혜롭게 독립하여 살아갈 힘을 갖는 것이 가정교육의 가장 큰 목표가 아닐까 싶다. 그러기 위해선, 어쩌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사랑의 매는 우리가 전통으로 고집할 것이 아니라, 따듯한 사랑으로 개선해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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