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악플 (악성 댓글) 또는 댓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악플은 인터넷의 발전에 따른 가장 대표적인 부작용으로 손꼽힌다. 최근 유명 가수 설리의 사망으로 인해 악플 근절에 대한 여론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사건 이후로 악플러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 도입, 악플 금지법 제정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무심코 악플러들이 써 내려간 부정적인 댓글은 특히 연예인들을 고통스럽게 한다. 악플러를 고소하는 연예인도 부쩍 늘었고 스스로 유명을 달리한 연예인들은 한 번씩 이 악성 댓글로 인해 정신적인 피해를 받은 적이 있다고 한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인 우리는 누가 조금이라도 비난을 하면 상처받기 쉽고 특히 필자는 그 비난을 오래오래 마음속에 담아둔다. 이처럼 일반인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비난인데 연예인들은 수천 개에 악플을 보며 어찌 견딜 수 있으며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까.
가수 설리를 비롯해 연예계에 악플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외국인 전문가들에 따르면 악플러들은 진실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댓글을 쓰고 자신이 쓰는 댓글이 악성 댓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비판과 비난을 구분하지 못하며 악플에 반드시 자신의 우월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 현실에서도 사람들은 상대와 직접 대면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큰 차이를 느끼곤 하는데 온라인에서는 위계질서의 중요성이 더더욱 줄어든다. 온라인에서 많은 일반인들이 발언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억압됐던 심리를 악플이라는 방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악플은 기사마다 넘쳐나는 수많은 댓글 중에서 내 댓글 하나는 묻히겠지라는 생각 때문에 생겨난 결과이다. 또한 현재 댓글 시스템은 작성자들이 책임의식 없이 자신에 감정을 손쉽게 배설하도록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댓글 문화가 어지럽혀지고 있다.
악플 대상의 공통점은 대중의 큰 관심을 받는 연예인이다. 악플에 대상이 되는 이들은 아이돌, 배우, 개그맨, 연예인 가족 등 이들의 직업은 각각 다르지만 언론과 미디어에 빈번한 노출로 인해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유명인들은 방송이나 SNS에서의 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온라인상에서 보도되며 사람들에게 알려지는데 이 과정에서 도가 지나친 악플이 생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기부 천사로 알려진 가수 션과 배우 정혜영 부부의 기사에는 항상 “기부 이미지로 돈 버느냐" 또는 “조용히 기부해라"등의 다양한 악성 댓글이 달린다.
하지만 악플의 문제는 피해자와 당사자의 문제로 풀기보다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언론이 제일 큰 문제라는 인식과 접근이 필요하다. 연예인 등 사회적 저명인사와 관련해 이슈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는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제목으로 이용자들을 시험에 들게 하는 게 더 크게 작동한다. 언론과 악플 생산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확실히 필요하다.
현재 네티즌들은 악플 근절 대책으로 악플러에 대한 처벌 순위를 높이거나 연예 기사 댓글 기능 삭제, 인터넷 실명제, 악플 금지법 도입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필자는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는 것은 악플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실명제 시스템은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실효성이 적고 개인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해 또 다른 논쟁을 낳을 수 있고 처음 법안을 만든 취지와는 다르게 악용될 수 있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인 면에서 본다면 외국 인터넷 서비스에서는 인터넷 실명제를 적용할 수도 없다. 실명제 시스템은 개인 정보 해킹의 위험도 있고 지금 존재하는 수많은 모든 커뮤니티 게시판의 글쓰기 기능을 없앨 순 없기 때문에 실효성이 상당히 떨어진다. 결국 사람들의 근본적 인식 개선이 악플 근절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미디어 이용에 앞서 타인에 대한 배려와 보호 인식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이미 많은 나라에서는 이미 미디어 교육과 SNS 이용 예절, 혐오 발언 근절 교육을 상시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에서는 세계 최초로 초등학교 때부터 media literacy 교육을 이미 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이 발표한 연예 기사 댓글 폐지는 이런 다각적 노력이 전혀 없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댓글 문화가 개선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이 절실하고 댓글을 쓸 때 감정 절제가 우선되어야 한다. 비극적인 사건이 있을 때마다 목소리가 높아져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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