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지식이 아니다, 정보화시대 속 지식인의 고충

Posted by QT
2021. 10. 15. 22:36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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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으로 몇 글자 치고 엔터 키까지 누르는데 걸리는 시간 3초. 현대인에게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2021년 1월 기준, 약 46억 6천만 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는 세계 인구의 59.5%에 달한다[1]. 이들이 생산하고 공유하는 방대한 양의 정보 중 내가 찾는 것이 없을 리가 만무하다. 즉 심오한 공부나 연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 이상 도서관에서 서적들을 뒤적거리거나 힘들게 전문가를 찾아 상담을 받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뜻이다.

 

정보의 양과 접근성의 증가는 분명 여러 방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는 없다.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더 많은 정보를 생산하고, 접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개개인의 책임 역시 올라감을 의미한다. 이제는 큰 규모의 방송사나 언론이 아니어도 유의미한 숫자의 대중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개개인이 남기는 글들 하나하나가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물론 이 방대한 양의 정보를 접하게 된 대중들 역시 더 세밀하게 검토한 후에 각자의 가치관이나 지식에 반영 할 필요가 생겼다는 것이다.

 

 

개인이 정보의 주체로, 그리고 한층 간편해진 소통

 

정보의 전달과 소통에 있어서 큰 전환점은 바로 인터넷과 월드 와이드 웹(WWW)의 탄생이었다. 기존의 소통과 정보 전달, 입수의 대상이 신문, 책, 주변 지인들과 지역 사회였다면 인터넷 출범 이후에는 인터넷을 사용하는 불특정 다수로 확장되었다. 이는 인터넷과 인터넷을 접속하는데 필요한 기기들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보급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사회에 더욱 파격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초기에는 학자들이 학술적인 정보를 공유하고 토론하는 것이 인터넷의 주 기능이었지만 일반 대중들에게 확대되면서 인터넷은 전 세계적인 거대한 소통의 창구로 발전했다. 

 

또한 시간이 흐르면서 블로그, SNS, 개인 방송 등이 인기를 끌면서 학자, 정치인 및 정부 기관, 기업, 연예인 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영향력 있는 정보의 주체로서 활동하기 시작했다.

 

 

자유와 자극 사이에서

 

개인 방송의 흥행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그 주된 이유는 자율성에 있다. 기존의 방송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개인 방송은 방송사의 규정, 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 연예인들의 이미지 관리 등으로부터 자유로웠고 이는 소속사가 있는 연예인이나 방송사들의 공채 개그맨, 배우가 아니어도 가능성과 의지가 있는 모든 이들에게 창의성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되어주었다. 이에 일부 방송인들은 개인 방송으로 아예 발걸음을 돌리거나 개인 방송과 정규 방송을 병행하는 행보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반대로 개인 방송으로 유명세를 얻은 방송인들이 각종 정규 방송들로 진출하는 모습들을 보여주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며 더 많은 사람들이 개인 방송에 뛰어들면서 현재의 개인 방송은 여느 정규 방송 프로그램 못지않은 기획력이나 완성도를 자랑한다. 

 

자율성이 더 많은 기회와 다양성을 방송계에 가져오는데 크게 일조했지만 다소 자극적이고 위험한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한몫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개인 방송의 시초 격인 아프리카TV의 경우 다소 논란이 많은 방송인들을 다수 양산했는데 이들은 욕설을 일삼는 것은 물론 경악스러울 정도로 자극적인 콘텐츠를 생산하고 심지어 각종 범죄에 연루되면서도 지속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며 기존 정규 방송과의 차이점을 확연히 보여주었다.

 

특히 올해 중순 다수의 아프리카TV 출신의 BJ들이 아직 상장되지 않은 가상화폐를 무더기로 선취매 후 시청자들에게 홍보를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시도가 적발되었는데 (일명 “아프리카 코인 게이트”) 이와 연루된 방송인들이 이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방송 활동을 하며 큰 논란을 빚었다[2]. 비록 가상화폐 관련 규제가 국내에 자리 잡혀 있지 않아 법적인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주식에 이를 대입했을 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 가능한 주가조작 사건에 버금가는 큰 사건이었던 것은 감안하면 관련 방송인들에 대한 사회적 심판은 터무니없이 약했다[3].

 

개인 방송의 출범으로 방송인에 대한 정의가 애매해진 지금, 기존 방송인들 못지않은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개인 방송인들이 그에 걸맞은 책임을 충분히 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역시 개인 방송이 더더욱 발전해나가면서 방송인들과 시청자들 모두 주목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검증된 정보는 어디에?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의 손에 들어오게 되면서 기존의 방송사와 언론의 힘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더 이상 사람들은 정보를 위해 이들에게 온전히 의지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특정 방송사나 언론이 밀어붙이는 어젠다나 메시지, 가치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검증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어쩌면 악화되었을 수도 있다. 기존에 방송사의 여러 관계자들, PD들, 작가들, 방송인들에 의해서 검토된 후에 방영되던 프로그램들과 다르게 소수의 인원 또는 한 명에 의해서 운영되는 개인 방송의 경우 사실 검증에 있어서 아무리 노력해도 그 정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이는 노력을 했을 경우이고 만약에 방송인들이 의도적으로 허위 사실이나 가짜 뉴스를 유포한다고 해도 이를 저지할 수 있는 도구는 상당히 한정적이며 결국은 시청자들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문제 있는 개인 방송인들에 대해 제재를 가하거나 정지 처분을 내리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들이 기존 방송사들만큼 방송인들에 대해 엄격히 규제하지 않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만큼 위험한 매체가 있는데 그건 바로 댓글과 SNS이다. 댓글 시스템은 SNS 게시글, 유튜브 동영상, 뉴스 기사 등 수많은 매체들과 함께 공존하는데 이는 시청자들, 또는 독자들이 원글에 대해 간략하게 평이나 후기를 남기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댓글이란 본 매체로부터 정확한 정보 습득이나 객관적인 해석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굉장히 유해하게 작용할 때가 많다. 원본에 대한 평이나 후기라는 특성상 전통적인 글의 구조인 “기승전결”을 지키기보다는 짧고 간략하게 감정을 표현하거나 본인의 결론만을 전달할 때가 많다. 이는 원 매체의 주장과 논리, 증거와 결론을 해석하여 각자의 결론을 도출하여 지식으로 흡수하려는 독자 및 시청자들의 건강한 접근을 저해하며 감정적인 싸움, 편가르기로 흘러가게 만드는 주범이다.

 

SNS 역시 댓글과 상당히 비슷한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트위터의 경우 글자 수 제한으로 인해 길고 탄탄한 구조를 갖고 있는 글이 아예 존재할 수가 없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다른 SNS 플랫폼들도 글자 수 제한이라는 직접적인 벽은 없지만 SNS 특성상 그때그때 나타나는 짧은 생각이나 감정들을 게시하는데 주로 사용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댓글과 마찬가지로 논리와 근거는 쏙 빼놓고 개개인의 짧은 감정이나 결론을 표출하는데 쓰이는 것이 특징이다. 

 

댓글과 SNS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것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고 이를 접할 때 더 주의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도서관이 크다고 그 책들을 다 읽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정보가 늘어났다고 해서 그 정보를 우리가 모두 흡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뇌에는 한계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큰 도서관을 찾는 이유는 그 책들을 다 읽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가 찾는 서적이나 주제가 있을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다. 

 

정보의 양이 늘어났기 때문에 우리는 더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식견을 더 넓힐 수 있다는 생각은 어쩌면 너무 순수한 생각일지도 모른다. 정보의 양이 늘어나고 그 매체가 다양해졌다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정보만를 찾고 그것만 보기가 더 용이해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뉴스를 보려면 9시에 TV를 켜서 뉴스를 시청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불가피하게 우리가 딱히 관심 없는 뉴스도 시청해야 했다. 중간중간 채널을 돌리거나 시선을 돌릴 수는 있었겠지만 귀찮아서 그냥 켜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반면 지금은 우리가 원하는 것만을 정확히 골라서 볼 수 있다. 연예 뉴스에 관심이 없으면 안 보면 그만이고 스포츠 뉴스만 보고 싶으면 그것만 찾아서 보면 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보면 알고리즘은 그와 비슷한 것을 내게 추천한다: 내가 게임 영상을 보았으면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영상을, 내가 나얼 노래를 들었다면 다른 나얼 노래나 비슷한 장르의 노래를, 내가 20대 대선 토론 영상을 봤으면 다른 대선 토론 영상이나 후보 연설 영상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서 볼 수 있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는 너무 행복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관심 있는 것 이외에 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문외한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치며

 

과학자들은 기술의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하지만 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은 늘 인간이다. 기술이라는 무기는 우리의 손에 쥐어질 수도, 우리의 몸을 보호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우리의 심장을 찌를 수도 있다. 정보도 마찬가지다.

 

필자는 여러분들이 책임감 있는 정보의 주최자로서, 현명한 정보의 수혜자로서 바람직한 지식인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출처

[1]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617136/digital-population-worldwide/

[2] http://www.korea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0270

[3] https://www.law.go.kr/%EB%B2%95%EB%A0%B9/%EC%9E%90%EB%B3%B8%EC%8B%9C%EC%9E%A5%EA%B3%BC%20%EA%B8%88%EC%9C%B5%ED%88%AC%EC%9E%90%EC%97%85%EC%97%90%20%EA%B4%80%ED%95%9C%20%EB%B2%95%EB%A5%A0

 

이미지 출처

<1> https://wallpaperaccess.com/cyber-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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