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로 1년가량 연기되었던 제26차 UN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가 오는 2021년 10월 31일부터 11월 12일까지 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개최된다. 이번 COP26에는 전 세계 190여 개 국가에서 각국 정상들을 포함한 약 3만 명의 개인과 단체들이 모여 기후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파리협정을 성공적으로 지속해나가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제시할 예정이다. 코로나로 인한 2년간의 공백과 더불어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되었던 COP25가 뚜렷한 성과 없이 마무리된 탓에 이번 COP26의 성공적인 개최가 각별히 중요시되고 있다.
이번 COP26가 제시하고 있는 4가지 목표는 다음과 같다[1]:
- 2050년까지 글로벌 탄소중립 달성과 1.5°C 목표의 확립
- 기후변화로 위협받는 지역사회 및 자연 서식지의 보존
- 충분한 기후 자금 확보와 유통
- 모든 국가들의 하나 된 노력
위의 목표들을 좀 더 근본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파리협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파리협정은 지난 2015년 파리에서 열린 COP21에서 채택된 신기후체제에 대한 범국가적 협정으로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여 1.5°C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핵심 목표로 삼고 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1.5°C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적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한계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탄소중립을 포괄한 온실가스 감축인 것이다.
위 차트는 현시점을 기준으로 2100년까지의 기온 상승 추정치를 나타낸 것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앞으로 얼마만큼의 노력이 더 필요한지 보여준다. 모든 국가들이 현재의 자국 정책들을 유지할 시 예상되는 2100년까지의 평균 기온 상승은 3°C 안팎으로, 여기에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협의된 여러 목표들에 대한 노력이 지속된다 해도 기온 상승은 2.6°C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즉, 아직까지 목표치인 1.5°C를 달성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며 이대로라면 2050년까지의 탄소중립 실현 또한 가능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우린 그저 땀 흘리며 모래시계 속 모래가 다 떨어지기만을 보고 있어야 하는 것일까?
파리협정에 따르면 모든 협약국들은 5년 주기로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국가결정기여)를 UN에 제출해야 한다. 이 NDC에서 협약국들은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계획을 구체적인 수치로 제시해야 하며, 매 5년 주기마다 향상된 수준의 목표치를 설정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다. 따라서 모든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상향된 NDC를 잘 이행하기만 한다면 1.5°C의 달성이 아주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정부도 이번 COP26에 앞서 지난 10월 8일 NDC 상향안을 발표했으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2]. 따라서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매년 4.17%를 감축해나가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계에서는 작년 기준 26.3%에서 40%로 다소 급진적인 상향에 이번 NDC의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실제로 매년 4% 이상을 감축해나가기 위한 기술력이 아직까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무리한 감축 목표는 결과적으로 기업들의 경쟁력 하락과 국가 경제에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40%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며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찌 됐든 40%라는 수치는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도전적인 수치이며 달성 가능 여부와는 별개로 향후 산업계에 전반적으로 크고 작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협약국들은 NDC의 제출에 대한 의무만이 있을 뿐, 그의 내용이나 이행에 대해서는 따로 법적 구속력을 받지 않는다. 그 말은 즉 2030년까지 대한민국이 40%의 온실가스 감축을 달성하지 못한다 해도 별도의 제재가 가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UN과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과 국가적 이미지 실추는 감수해야 한다.) 애초에 NDC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부과하지 않은 이유가 최대한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에 이 사항은 파리협정의 불가피한 약점으로 치부되고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파리협정의 참여 국가들이 단순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에도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했거나 미래에 발생할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기후변화 학술지인 Nature Climate Change에서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85% 이상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3]. 이전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우리의 일상에도 직간접적으로 기후변화가 계속해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협정은 그중에서도 이러한 변화와 피해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들에 대해 선진국들이 재원과 기술을 지원해 줄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COP26의 4가지 목표들 중 2번과 3번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선진국들이 개도국들에 비해 기후변화에 끼친 영향이 절대적으로 더 크기에 이러한 지원은 국제사회의 관점에서 어찌 보면 마땅한 도리라고 여겨지고 있다.
그 어떠한 국제적 문제도 마찬가지겠지만 환경문제를 효과적으로 대응해나가기 위해선 특히나 모든 국가들의 하나 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아무리 많은 국가들이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해 애쓴다 해도 전 세계에서 탄소 배출량이 제일 많은 중국이나 미국과 같은 나라가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노력이 그 의미와 목적을 잃게 되고 만다. 2050년이 되기까지 아직 길다면 긴 시간이 남아있긴 하지만 사실상 이 기간 내의 탄소중립 달성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는 더더욱 기후변화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대한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진 지금, 모든 국가들이 이를 활용하여 친환경 정책을 강화하고 지속 발전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야 하며 이에 따라 우리 개인들도 익숙해진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받아들일 용기가 필요할 듯하다.
출처
[1] https://ukcop26.org/cop26-goals/
[2] http://www.2050cnc.go.kr/base/board/read?boardManagementNo=3&boardNo=83&menuLevel=2&menuNo=7
[3]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58-021-01168-6
이미지 출처
<1> https://wallpaperaccess.com/climate-change#google_vignette
<2> https://climateactiontracker.org/global/tempera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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