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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S/대만 알아보기 - 完 -

대만 알아보기 :: (6) 대만의 경제력, 그리고 혐한류

대만의 경제력, 그리고 혐한류

우선, 1인당 GDP나 GNI, PPP등의 수치를 고려했을 때는 확실히 대만이 한국보다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1인당 GDP가 세계 최고 수준인 룩셈부르크나, 석유로 엄청난 부를 거머쥔 사우디아라비아, UAE, 쿠웨이트 등의 중동 국가들, 물류와 항만을 통한 중계무역으로 먹고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같은 도시국가들을 흔히 알려져 있는 일본이나 미국, 독일과 같은 국가들보다 잘 산다고 말하지는 않듯이, 이런 국민소득에 관련된 수치는 그 나라 개개인의 생활의 질을 평균적으로 반영할 뿐, 그 나라의 강대함이나 부유함을 재는 정확한 잣대라고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좀더 넓게 생각해본다면, 특정 국가의 소득을 측정하는 방법이 현재 여러가지가 나와있고, 이에 따라 어느정도 대략적인 수치는 측정이 가능할지언정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애초에 국력 전체가 아닌 국력의 일부로서의 "경제력"을 가지고 그 나라들을 구분하는 잣대에 불과합니다. 

여러가지 예를 들어보면, 싱가폴이나 홍콩 (국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대부분의 경제 지표에서는 중국과는 개별적인 경제 주체로 취급합니다, 마카오도 마찬가지) 이 북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나라들이 2대 1로 북한과 전쟁을 해도 - 외부의 개입이 없다면 - 군사력만으로는 이길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북유럽의 사회민주주의나 개방 경제를 표방하는 국가들은 대부분 높은 수준의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이들 국가와 한국에 대해 비교해 볼까요?  각 나라의 1인당 GDP per capita는 다음과 같습니다.  노르웨이 $59,100, 스웨덴 $39,000, 덴마크 $37,000, 핀란드 $35,300, 아이슬란드 $38,400.  한국도 $30,200이라는 전세계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만 이들 나라들보다는 국민 소득이 적은 상태죠.  그렇다면 반대로 국내 총생산을 보겠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한국의 국내총생산 (흔히 말하는 경제 규모입니다) 은 1조 4670억 달러로 세계 12위를 기록했습니다만, 위 다섯 개의 북유럽 나라들의 총생산을 합쳐도 1조 31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이는 결국 경제력과 인구수에 대한 관계가 있는 것인데요, 마찬가지로 중국의 경제력이 어째서 남한과 일본의 그것보다 위에 있는지도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한국과 대만의 국내총생산을 살펴보면 한국이 대만을 거의 두배 가까이 압도하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경제 지표들 중에서 대만이 한국에 대해 꾸준히 앞서오고 있던 수치가 있는데요, 이는 1인당 국민 소득입니다.  이 수치를 따지는 방법도 일반, 구매력 환산기준, 국가총수입등 여러가지 방법이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는 두 나라가 비슷하거나 대만이 근소하게 앞서 있는 형태입니다.  대만의 반한(反韓) 정세는 대부분 대만 자신이 아닌 한국을 깎아내림으로써 자신들이 우월한 위치에 서려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있습니다.

1. 한국이 올림픽을 개최하자 국민소득이 낮은 이 나라에서 왠 올림픽이냐고 비꼬다.
-> 같은 맥락으로 엑스포,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이 있다.
2. 미인대회에서 한국인의 입상이 늘어나자 한국이 성형대국이라는 이미지를 심어버림.
-> 이는 후에 한류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도 마찬가지.
3. 한국발 IMF 소식에 한국의 대기업중심 발전경제에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
4. 혐한감정과 경쟁심을 각성의 소재로 사용.

한국을 '한 수 아래'나 경쟁자로 취급했던 대만의 입장에서는 이제 그런 한국이 아니꼬워보일 수는 있을겁니다.  다만, 분명히 한국의 정세에 대해 대만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게 1인당 GDP가 중요하다면, 이제 겨우 지표상으로는 7,800 달러,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2천 달러도 되지 않는 중국에는 어째서 약한 모습만을 보이고 있는 걸까요?
 
물론, 대만이 경제적으로는 아시아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제 주체라는 것에 대해서 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대만의 경제 구조가 중소기업을 기반으로한 구조라면, 현재 한국의 경제 구조는 일본이나 미국의 그것과 같은 대기업을 기반으로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조와 스케일이 전혀 다른 상태의 한국과 대만을 비교하는 것은 따라서 사실 의미 없는 행동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보다 객관적인 자료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자료를 준비했습니다. 자료는 미국 CIA의 The World Factbook을 참고하였습니다.  IMF나 세계은행 같은 곳들이 좀 더 신빙성 있는 자료를 제시할 수는 있겠으나, 제 개인적인 조사결과 2010년을 기준으로 IMF는 CIA와 거의 비슷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고, 세계은행의 경우에는 홍콩이나 대만같은 나라들의 정보가 누락되어있습니다.  아마도 세계은행의 경우에는 이들 나라들을 하나의 경제주체로 인식하지 않는듯 합니다.

GDP (PPP) - 국내총생산 (구매력환산 기준) (2010년)
한국: 1조 4670억 달러 (13위)
대만: 8236억 달러 (20위)
일본: 4조 3380억 달러 (4위)
중국: 9조 8720억 달러 (3위)

GDP - per capita (PPP) - 1인당 국내총생산 (구매력환산 기준) (2010년)
한국: $30,200 (45위)
대만: $35,000 (33위)
일본: $34,200 (38위)
중국: $7,400 (127위)

총수출 (2010년)
한국: 4663억 달러 (7위)
대만: 2746억 달러 (17위)
일본: 7652억 달러 (5위)
중국: 1조 5060억 달러 (2위)

총수입 (2010년)
한국: 4179억 달러 (9위)
대만: 2514억 달러 (18위)
일본: 6368억 달러 (5위)
중국: 1조 3070억 달러 (3위)

인구수 (2011년 7월)
한국: 4875만 4657명 (26위)
대만: 2307만 1779명 (50위)
일본: 1억 2647만 5664명 (10위)
중국: 13억 3671만 8015명 (1위)

즉 이런 수치들을 봐도 대만과 한국의 경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비교를 위해서는 그 나라의 산업의 분포 구조나 정권의 통제력, 외환 보유고, 금리, 환율 등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해야하겠지만, 이 항목들 중에서 한국과 대만이 비슷한 점은 아마도 외환 보유고를 제외하고는 없을 듯 합니다.  더군다나 한국은 현재 대만을 규모의 면으로도 앞서가고 있습니다.  인구수나 경제력이나 모두 앞서가는 상황에서 대만과의 비교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또한 서로 겹치는 분야가 많지 않기에 - 적어도 일본보다는 말이죠 - 많은 신경을 써야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P.S. 주관적인 입장을 말씀드리자면, 대만과 한국의 관계는, 한국과 일본의 관계와 약간은 닮아있다고 할까요?  한 쪽에서는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많은 관심을 보여주지만, 다른 한 쪽에서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무관심을 표출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