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과 해를 볼 때면 사진을 찍기보단 같이 웃으며 그 순간을 남겼다. 학창 시절에는 그저 온종일 밖에서 진흙탕이 되도록 뛰어놀기 좋아하는 그런 아이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휴대폰 사용이 많아지면서 친구들과 놀기보단 미디어 콘텐츠에 집착하기 시작했고 가족들과 여행 중에도 휴대폰만 보고 있는 나를 보면서 “스마트폰 중독”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소셜미디어에 집착하면서도 나 자신이 “노모포비아”라고 알아차리지 못한다. 노모포비아는 no mobile + phobia(공포)의 합성어이다. 휴대폰을 휴대하고 있지 않거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생기는 불안 증세이다. 그렇지만 휴대폰을 항시 가지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크게 이것을 자각하지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 당연히 휴대폰을 켜보고 알림이 오면 하던 일을 멈추고 보는 등 뭔가 새로운 연락이나 메시지가 오지 않아도 스크린을 확인하는 습관이 완전히 자리 잡혀있다. 처음에는 일과 공부로 시간을 보내느라 나만의 시간이 많이 없기에 이것이 나의 유일한 휴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스마트폰에 중독될 일이 없다고,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것은 나만의 문제 단순 의지 부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봤을 때 사람들은 거리에서 버스에서 아니면 밥을 먹으며 계속 무언가를 보고 있다. 각자 자신의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셜미디어 콘텐츠를 “스크롤링”하며 한없이 스크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명 “scroll down” 이라는 표식 어를 전 구글 디자인 트리스탄 해리스는 이것을 라스베이거스 트리플세븐 슬롯머신에 비유했다. 이 슬롯머신의 손잡이를 당길 때면 사람들은 다음 화면을 궁금해한다. 무엇이 뜰지 설레게 만드는 것처럼 스마트폰의 스크롤을 아래로 내리면 내릴수록 새로운 포스팅들이 뜨는 미디어 앱들이 정확히 같은 원리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인즉슨, 이것은 단순 개인의 의지 문제가 아닌 이 미디어 앱들이 의도적으로 우리를 끊임없이 붙잡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티 업계 종사자들은 “여러분들이 사용하는 있는 SNS 가 잠재적으로 주는 영향력을 알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입을 모아 경고를 했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살면서 평균적으로 스마트폰을 보는데 5년 정도를 쓴다고 한다. 그렇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20년 정도로 약 4배가량 늘었다.
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에 출생한 세대 “밀레니얼 세대”를 “최악의 세대”라고 불리는 이유는 학위가 더 이상 일자리 보장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을 겪으면서 성인이 되기 전 빚을 지거나 그들의 부모가 빚을 지게 된다. 경기 불황과 다르게 소셜미디어는 크게 발전해가며 전 세계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행복한 삶을 보면서 자신의 상황과 비교하고 “내가 만약 저 사람이라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의 진정한 행복은 엄청난 노력과 자기발전을 통해 얻는 성취감에서 오는 것인데 우리 소셜미디어 세대들은 인생의 깊은 기쁨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클릭 한 번이면 내가 원하는 영상을 볼 수 있고, 웃을 수 있고, 그리고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좀 더 게을러지고 자기 발전은 뒤로 미룬 채 계속해서 스크롤링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소셜미디어 발전은 우리에게 수많은 편리함과 이점을 제공하지만 여기서 기억해야 할 것은 소셜미디어가 문제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지금 이토록 만들어진 비즈니스 모델이 문제라는 것이다. 누군가가 악의를 가지고 지금의 결과를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심각한 중독에 빠져있고 모든 콘텐츠를 그대로 받아들여 생각하고 행동한다. 우리는 이 같은 현상을 초래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이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알려야 한다.
페이스북 “좋아요” 버튼의 창시자와 모든 아이티 업계 (구글, 유튜브, 트위터, 애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전 직원들은 “이것” 을 염려한다. “이것”은 과다 스마트폰 사용으로 인한 개개인의 “중독성” 또는 “위험성”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의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미디어들이 정치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양극화 현상을 만들어내 “심각한 혼란”을 일으킨다고 말이다. “소셜 딜레마”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말한다. 구글에 “기후 변화는..”이라고 검색을 한다면 각자 다른 검색 결과가 나온다. 이같이, 구글은 개개인의 관심사와 알고리즘에 따라서 다른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개개인의 모든 검색과 관심사가 저장되고 끊임없이 관찰되고 있으며 행동 하나하나가 시스템에 기록된다고 말이다. 이러한 시스템은 수많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이 공간에서 우리는 상품이 되어 광고주들에게 팔린다. 이 팔린 수익금으로 또 다른 공간을 만들어 내 계속해서 우리를 상품화 미디어화 시킨다. 미디어가 우리에게 끊임없이 정보를 제공하며 현대사회에 쉽게 연결해 주고 소통해 준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 시점에서 우리는 끝까지 고민하고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정말 이 소셜미디어가 나에게 득인지 실인지를.
“구글 전 디자이너 트리스탄 해리스는 미디어 업계에 종사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식들에게 절대 스마트 기기를 주지 않는다.”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자녀들에게 소셜미디어 사용을 금지시켰다.”
“마이크로 소프트 창시자 빌 게이츠는 자녀들에게 미디어 사용을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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