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교수의 색다른 수학 사랑
우리 학교에 다니면서 정작 교내신문 The Daily Californian를 자주 읽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나도 정기적으로 읽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심심할 때 Sather Gate 앞을 지나면서 한 부씩 가져와 집에서 읽어보곤 한다. 아무래도 UC버클리라는 우리 학교는 언제나 역동적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웬만큼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면 시선을 끌지도 않는다. 하지만 2010년 8월 15일 부의 The Daily Californian의 첫 면은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만하였다.
수학교수와 영화, 게다가 섹스씬까지. 정말 흥미로운 조합 아닌가? 과연 이 교수, 에드워드 프렝켈이란 누구일까? 나는 이 교수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한때 내 선생이었던 이 에드워드 프렝켈 교수님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보겠다.
UC버클리 수학과 교수로 수학에 관련된 전공을 하는 학생이라면 1,2학년 때 꼭 들어야하는 수업 중 하나인 Multivariable Calculus를 포함한 몇가지의 수학수업을 가르친다. 내가 기억하는 이 교수의 이미지는 30대 중후반정도로 보이는 훈훈한 ‘꽃중년’이다. 깔끔한 외모는 둘째치고, 수업도 꽤나 잘 가르쳐서 학생들에게 인기도 많았던 교수다. (여학생들이 특히나 좋아했었다)
(사진 출처: http://math.berkeley.edu/~frenkel)
프랭켈 교수님이 찍은 영화의 제목은 “Rites of Love and Math”라는 26분짜리의 일본영화다. 이 영화는 Reine Graves라는 프랑스 예술가와 함께 찍은 영화로 100,000 유로, 우리 돈으로 1억 5천만 원 정도가 들었으며, 만드는 데는 약 한 달여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중적인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 예술에 조금 더 가깝고, 매우 추상적인 영화이다. 극 중에서 프랭켈 교수는 수학자로 출연해 ‘사랑의 방정식’이 악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괴리감에 자살하는 그런 조금 허무맹랑한 역할을 맡았다.
왜 이런 영화를 찍었느냐는 질문에 프랭켈 교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만약 시청자가 이 영화를 보고 미(美)와 수학이 같은 맥락이라고 느낀다면 그게 내가 원하는 것이다.” 라고 대답하였다.
(사진 출처: http://math.berkeley.edu/~frenkel/RITES/)
하지만 그 방법이 과연 적절했느냐가 내가 가진 의문이다.
이 기사를 접하고 문득 들은 궁금점이 하나 있었다 - "교수란 누구인가?"
학생과 선생 사이 혹은 사제관계는 오래전부터 매우 중요시하게 여겨져 왔다. ‘교수’ 혹은 ‘선생’ 이라고 하는 직업은 단순히 교육을 통해 돈을 버는 것보다는 학생의 삶을 지도하는 멘토로써의 의미가 컸고, 지금 오늘 이 시대에서도 교수라는 신분은 세계 어느 곳에서나 어느 정도의 존경과 대접을 받는 직책이다. 그런 교수가 이렇게 ‘자유분방한'영화를 찍었다는 것은 절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오늘날의 우리는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불과 100년 전 조선시대에 비해서 변하지 않은 게 하나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변화속에서 교수의 의미도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내가 생각하는 선생이란 그냥 나에게 학문적인 지식을 가르쳐 주는 사람을 넘어서 학생에게 지도를 해주는 사람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프랭켈 교수와 잘 알고 그를 존경해서 내 인생의 롤 모델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최소한 나에게 ‘선생’이라는 의미를 가졌던 사람이 저런 영화를 찍었다는 사실은 나에게 색다른 충격이였다. 한국보다 외국에서 산 시간이 더 긴 나지만, 내면의 한국정인 정서로서는 프랭켈 교수의 행동에 반감이 먼저 들었다. 교수로서, 수많은 학생을 지도하는 사람으로서 롤 모델이 되어야 할 사람이 섹스신과 자살신을 포함한 영화를 찍는게 적절한 행동은 아니였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가치관 차이일까? 이성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을 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이 교수는 수학을 예술을 통해서 표현하려 하였던 것 뿐이다. 만약 미술이나 음악을 한 교수가 비슷한 행동을 하였다면 내가 똑같이 반응했을까? 수학자라는 내가 가진 편견에 어긋낫기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반응하는 것은 아닌가?
Rites of Love and Math - the Official Trailer from Edward Frenkel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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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를 보는듯하면서도 대학 교수라는 직업의 정체성에 대해 조금이나마 생각해볼 수 있는 글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영화를 꼭 봐야겠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반대로 미국의 경우는 선생님과 교수에대한 인식이 참 많이 다르다고 느낍니다. 미국에선 교수들 (물론 좀더 격식을 요구하는교수도 있습니다만,) 한테 그냥 "헤이 에드워드" 하기도 하죠. 고등학교같은경우는 더욱 교사와 사제간의 격식이 희미합니다. 저의 고등학교시절을 회상하면, Mr. Johnson, Ms.Carver, 등 호칭을 사용하긴 합니다만, 한국학생들이 선생님들께 갖추는그런 격식같은거는 거의 찾아보기힘듭니다. 교사와 학생들도 상당히 가까운 친구비슷한 관계가될수있고요. 나이 어린 선생님같은경우에는 학생들과 같이 쉬는시간에 스포츠하면서 놀기도 하고, 방과후에 전화도 하고 밥도같이 먹고 그럽니다. 아무리 학생들이기어올라도 절대 때리지않고 말로 타이르는게 미국선생님입니다. 공포보단 사랑으로 학생들을 다룬다고 할까요?하하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학창시절을 지내지 않았기때문에 자세히까지는모르겠다만, 한국에서의정서는 확연히 다른것같습니다. 저의 개인적인생각입니다만, 에드워드교수의 행동이 일말의 거부감을 자아내는부분은, 학생들이 볼때 느끼는 충격보다는, 미국에서도 교수라는 자리에 따라오는 일종의 아우라 같은게 있고, 교수들의 커뮤니티안에서는 전문적인 지성인라는 나름의 자부심이 따라오는것같은데요. 그런 관점에서 에드워드 교수의 행동, 특히 자살과 섹스라는 굉장히자극적인 부분을 다뤘다는점에서 충격을 안겨준것같습니다. 웬지 미국학생들이 이 교수의 영화를 보고 "헐..어떻게 교수님이라는사람이 이런걸.." 이라고 느낀다는게 상상이 잘 가지가 않네요..^^
어떤게 더 옳고 그른것은 아닙니다. 그냥 단순한 문화적관점차이인듯합니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