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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문화 & 예술 :: Culture & Art

"모피 그 불편한 진실" 을 시청한 후

한국 시간으로 지난 1월 30일에 방영된 동물농장이란 프로그램에서는 모피 만드는 과정을 샅샅이 폭로 하였다. 필자는 원래 모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대충 알고 있던 터라 얼마나 끔찍할 지 알기에 이번 회를 봐야 할지 말아야 할지 한참 고민했다. 그래도 모피 제작 과정을 제대로 알아야 모피에 반대를 하든 다른 이들을 설득시키든 할 것 같아 재생버튼을 누르게 됐는데 아니나 다를까 상상 했던 것 그 이상으로 잔인하고 끔찍하다.

방송은 중국의 한 모피 공장으로 달려가는 차 안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 취재진들의 말에 따르면 공장이 가까워 지자 이미 피비린내가 진동을 한다고 한다. 매년 사람들의 허영된 욕구에 희생되는 동물 수는 무려 4000만 마리.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여우, 너구리, 토끼에서부터 인간들의 반려동물로 알려진 개와 고양이 까지…… 이 방송은 잔인하게도 너무나 생생했다. 죽어가는 토끼의 비명 소리부터 몽둥이 질을 당해 의식을 잃어가는 너구리의 고통스럽게 떨리던 발, 산채로 가죽이 벗겨지는 너구리, 그리고 반쯤 가죽이 벗겨진 너구리가 간신히 의식을 되찾은 후 자신의 붉은 몸을 바라보며 부르르 떠는 모습까지도. 오로지 인간들의 허영심을 위한 모피제작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서 길러지는 동물들. 좁은 우리 안에 갇혀 동족의 죽음을 바라보며 극심한 불안과 공포에 떨며 죽는 날을 기다리며 살아가야 하는 동물들. 그 동물들이 우리 밖을 나오는 건 태어나서 단 한번 뿐이다. 죽임을 당하러 가는 날.

TV 동물농장에 방송된 장면들 (사진 출처: http://news.nate.com/view/20110131n15905)

정말 이번 방송은 참혹하기 짝이 없었다.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의 잔뜩 겁에 질린 눈망울들. 얼굴 형태까지 나와있는 가죽들을 자랑스럽게 들어서 보여주던 제조업자들. 동물이 죽으면 몸이 굳어 좋은 모피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또 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산채로 가죽을 벗겨야 한다는 말은 정말 너무나 처참하고 너무나 이기적이기만 하다. 인간의 잔인함에 그리고 이기적인 모습들에 넌더리가 나고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모피 제작 과정도 잔인 했지만 더 소름 끼치게 잔인 했던 건 말 못하고 힘없는 동물이라고 그들의 생명을 또 죽을 권리를 우리 맘대로 유린할 수 있다는 인간들의 오만함과 이기심 그리고 잔인함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모피 코트에 열광 하는가? 이 질문을 빼놓을 수 없다.

모피 코트는 18세기까지만 해도 추운 지방 사람들의 살아 남기 위한 수단 이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떠한가? 굳이 동물 가죽이 아니더라도 우리 몸을 따뜻하게 보호해줄 의류들은 많다. 그렇다면 왜 굳이 모피를 입어야 하는가?

모피는 사치품으로 그리고 더 나아가 인기 패션 아이템으로 일명 "머스트 해브" 혹은 "력셔리"의 대명사가 되어 버린 지 오래다. 하지만 이 모든 게 인간의 허영 된 욕구 충족일 뿐, 모피 제작은 절대로 필수적이지 않으며 어떠한 이유에서도 결코 합리화 시켜서는 안 된다.

모피 동물들은 존엄하게 죽어갈 권리조차 박탈 당한 채 단순히 그 가죽만을 위해 참혹하게 죽임을 당하고 있다. 인간들의 욕망을 위해 죄 없는 동물들이 치러야 할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하다.

인간이라면 이제 밍크를 입을지 여우를 입을지 어떤 털이 느낌이 더 좋은지 고민하기 전에 인간들의 욕망을 위해 너무나도 혹독한 대가를 치른 죄 없는 동물들의 공포에 떨던 그 선한 눈망울을, 고통스럽게 내지르던 비명들을 한번만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