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소감
사실 지난 번의 디씨 인사이드 탐구를 마친 후 일간 베스트, 소위 "일베"라 칭하는 그 곳을 다음 타겟으로 잡았던 필자였다. 일베가 디씨 인사이드의 야갤에서 파생되었다는 말을 많이 들었기에 디씨에서 일베로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허나 어떻게 글을 쓰든 욕을 먹을 거라는 주변인들의 근심 어린 만류에 설득되어 일베는 시리즈의 가장 마지막에 다루기로 했다. (가장 마지막에 일베 체험기를 던져 놓고 도망가면 욕을 덜 먹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다.)
그래서 이번 주엔 디씨와 비슷한 커뮤니티 대신 가장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 커뮤니티를 선정해보고자 했다. 주변인들에게 도움을 구하니 답은 대체로 명확하게 하나였다. 바로 네이트 판. 목적지를 정한 필자는 더 이상의 설명을 듣지 않고 바로 탐구를 시작해보고자 했다.
왠지 모를 어색함
판의 메인 페이지에 들어간 순간 느껴진 건 이유 모를 어수선함이었다. 페이지가 지저분하게 정리되어있다거나 광고로 점철된 경우도 아니었음에도 왠지 길을 잃은 느낌이랄까. 답은 게시판 분류를 훑어보며 분명해졌다. “화제의 톡톡,” “트렌드톡,” “오늘의 톡,” “베스트톡,” “톡톡”…… 온통 톡톡거리기만 할 뿐 도대체 페이지 분류가 어떻게 되어있는 곳인지 알 길이 없었다. 뭐가 주요 기능이고 어디가 사용자가 모이는 곳인지 알아야 탐구를 할 것 아닌가. 디씨와 같이 제목에서 모든걸 알 수 있는 구성을 기대한 것이 실수였으리라.
해서 메인 페이지를 이리저리 뜯어보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한 필자다. 앞서 말했다시피 네이트 판은 게시판을 여러 개의 “톡”으로 분류해 두었는데, 메인 페이지에 올라오는 “오늘의 톡,” “화제의 톡”을 따라 들어가보면 대부분이 “톡톡” 플랫폼의 하위 게시판에 올라오는 게시물이다. “톡톡”란이 판 사용자들의 주요 서식지이고, 그 중 가장 많은 공감을 사거나 이슈가 되는 게시물이 홈 화면에 나오는 시스템인 것이다. 여기서 목표가 분명해진다. 톡톡 게시판을 해부해볼 필요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톡톡란에 들어가도 크게 변하는 건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언뜻 보면 잘 정리되어 있는듯한 톡톡 카테고리 란이 존재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긴 힘들다. 분명히 따로 구분되어 있으나 뭐가 다른지 이해하기 힘든 카테고리들이 (심지어 게시판을 일일이 들어가 내용을 비교해봐도 크게 상이한 점이 없다) 존재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엔터톡”과 “스타/스포츠” 게시판이 따로 존재한다거나, 게시판 내용이 거기서 거기인 “사랑과 이별,” “해석 남/여,” “사랑, 고백해도 될까요?” “지금은 연애중,” “헤어진 다음날” 등의 게시판이 뭉터기로 존재하는 이유는 필자의 부족한 사고력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아니, 연애중 게시판(지금은 연애중)에 이별 게시판(헤어진 다음날)을 따로 만들어 둘 거면 “사랑과 이별” 카테고리는 왜 만들어 둔건데? 불필요한 냉소일지 모르나, 관리자의 카테고리 정리 및 상하위 카테고리 분류가 시급해 보였다. 이 정도 규모의 인기 커뮤니티가 이런 난잡한 모습으로 방치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
다만 각각의 카테고리를 눌러보면 의외로 깔끔하게 정리된 게시판을 볼 수 있다. 실시간, 일간, 주간, 월간 인기 게시물이 정리된 상단 분류에, 그 밑에 게시글 마저 최신 순, 열람 순, 추천 순 등의 네 가지 필터로 정렬할 수 있는 놀라운 유저 인터페이스는 관리자의 의도에 의문을 품게 만든다. 네이트는 난잡한 대분류로 사람들을 쫓아내고 정예회원들에게만 정리된 게시판을 제공하는 것일까 하는 망상을 품게 될 만큼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질서정연함이다.
또 하나 신기했던 것은, 게시글마다 테마에 따라 “채널”을 설정하여 등록하는데, 판 유저는 각각의 채널에 해당하는 게시물만 따로 열람이 가능하며, 각 채널 별로 몇 개의 신규 게시물이 있는지 까지 확인할 수 있게 세팅되어 있다. 개인적으로는 부담스러운 만큼의 친절이라 적응이 쉽지 않았다. (필터가 하도 많아 스프레드시트 보는 줄 알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보험상담원 같은 느낌이랄까. 묻지도 않았는데 “원하는 게 뭐든 나한테 다 있다”는 식의 접근법이…
1. 따로 정리된 게시판 활성도 랭킹은 없지만, 각 게시판의 즐겨찾기 수로 활성도를 짐작할 수 있다. “40대 이야기,” “50대 이야기,” “회사생활,” “남자들의 속 깊은 이야기” 등등 대부분의 카테고리는 높으면 500, 낮으면 50 정도의 즐겨 찾기 수 밖에 기록하지 못한다. 50대 게시판은 씁쓸하게도 커뮤니티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로 게시물이 존재하지 않았다.
2. 가장 높은 커뮤니티 활성도를 가진 게시판은 “해석 남/여”인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6537의 즐겨찾기 수를 기록 중인데,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 다들 무슨 썸들을 그렇게 타고 계신 지 모르겠다.
3. 활성도 2위는 5365 의 즐겨찾기 수를 기록중인 엔터톡이다. 사실 메인 화면만 봐도 판이 굉장히 연예인들 소식에 밝다는 것이 드러난다.
네이트 판 탐방을 마치며
사실 처음부터 끝까지 묘하게 정신이 없는 커뮤니티였다. 대형 커뮤니티를 돌면서 이렇게 난잡하고 불친절한 카테고리 분류를 맞닥뜨리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다. (왠지 문전박대 당한 느낌이라 비위에 거슬리더라.) 다만 막상 적응이 되면 본인 입맛대로 게시물을 골라 읽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하겠다. 연애나 연예인에 관한 관심도가 높다면 판보다 좋은 커뮤니티를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필자의 견해다.
1. 판은 베플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둔다. 어떤 종류의 게시글이든 최상위 베플이 커뮤니티의 전반적인 답변이라고 다들 생각하는 것 같다. 판을 계속 할 생각이 있다면 게시글만큼 베플도 중요시하는 습관이 필요할 듯 하다.
2. 오늘의 톡/ 톡커들의 선택/ 실시간 인기톡/ 베스트 톡톡/ 화제의 톡톡/ 추천많은 톡/ 댓글 많은 톡 등등 미친 듯이 많은 랭킹이 존재한다. 단순함을 추구하는 인물이라면 심신의 건강을 위해 판에는 발들이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3. 강한, 정말 강한 여초 현상을 보인다. 그 중 10대, 20대 여성이 가장 큰 커뮤니티 구성집단인 것 같다. (사실 “연애”와 “보이그룹”이 가장 큰 키워드라면 말 다했다만.) 아마 디씨의 남성 비율보다 판의 여성 비율이 더 높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본다. 여자 고픈 남자들아, 그렇다고 희망을 가지지는 말자. 여자가 여자한테 의견 묻는 글이 대다수더라.
이상 네이트 판에 대한 매크로잉크의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었다. 지나치게 냉소적인 탐구가 아니었나 발행 전 순간 걱정이 되었지만, 다시 한 번 시리즈명을 뿌듯해하는 계기가 되었을 뿐이다. 디씨 인사이드 편에 대한 버클리 오피니언 임원진의 반응이 의외로 긍정적이라 순조롭게 다음 커뮤니티 탐구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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