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소감
처음 시리즈글을 구상하면서 가장 많이 고민했던 것이 '몇 편이나 이어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결정이었다. 첫 글을 쓰기 시작하며 정했던 길이가 6편 정도였던 만큼 최근 가장 요란한 커뮤니티들, 즉 '오늘의 유머'와 '일간베스트' 탐구 두 편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필자는 방향을 잡았다. (인스티즈, 여시 등의 커뮤니티는 너무 낮은 연령대나 커뮤니티의 열람제한 등으로 글에서 다루지 못했음을 밝힌다.) 해서 오늘 들어갈 곳은 '오늘의 유머,' 줄여서 '오유'다.
시끄러울만 합디다
구글링으로 찾아 들어간 오유 홈페이지의 첫인상은 꽤나 강렬했다. 사이트가 로드되는 순간 모니터 구석구석 생각이 많아지게 하는 요소들이 있어 굳이 뒤적거리지 않아도 할 말이 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름 커뮤니티 탐구를 표방하는 글을 쓰고 있는 필자로서 처음 스친 생각은 디자인이 굉장히 촌스럽다는 것이었다. 윈도우 98 스러운 아이콘 배열과 배색은 필자로 하여금 달력을 다시 확인해보게 할만큼 이글거리는 촌스러움을 자랑하고 있었다. (다른 것보다 뒤의 회색 배경을 다른 색으로 칠해주고 싶었다.) 웃긴대학과 더불어 시작 디자인적 개선이 시급한 사이트라 단정짓겠다.
다만 세련됨과는 별개로 오늘의 유머는 상당히 쉽고 깔끔한 구성을 자랑한다. 페이지 분류를 메인 페이지 상단의 4줄 안에 작은 아이콘들로 압축시켜 놓아 각 게시판을 찾기도 굉장히 쉽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 베스트, 최글 글 등의 필터링 된 게시판 또한 읽기가 굉장히 쉽다. 게시물, 혹은 게시판의 썸네일 미리보기를 과감하게 없앤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게시판 분류가 깔끔하고 가독성이 좋은만큼 한 눈에 여러 제목들이 눈에 들어오는데, 커뮤니티 평판이 크케 틀리지 않은 것이, 정치관련글이 순위권에 굉장히 많이 랭크 되어있다.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정치글이 올라오는 빈도가 굉장히 높은 것인가 하는 생각에 최근글 게시판을 계속 새로고침해본 결과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다시 말해 정치관련글이 주류로서 굉장히 많이 올라온다기 보다는, 작성되는 몇몇 정치글들이 가장 큰 관심과 지지를 받아 랭킹에 여럿 오르는 양상인 것 같다. (실제로 게시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변잡기 글들은 많게는 900 정도 되는 조회수에도 불구하고 단 하나의 추천도 없는 경우가 많다). 오유가 유머 커뮤니티를 표방함에도 불구하고 극좌세력의 온라인 서식지 낙인을 받게 된 이유가 아닐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눈에 띈 것이 바로 왼쪽 상단의 '오늘의 유머' 로고다. 아니, 정확히는 로고 바로 왼쪽에 자리하고 있는 노란 리본.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겠다는 커뮤니티 차원의 다짐이겠거니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의 불편함도 없었다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메인 페이지 상단에 따로 존재하는 '세월호 게시판'이 눈에 밟히며 순수히 추모의 의미로 사용되었으면 하는 리본이 혹 다른 의미로 사용되어 퇴색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만큼 오유의 이미지는 '무논리 죄익 집단'이라 표현될 만큼 정치색 강하고 일방적이기로 유명하니까. 해서 필자는 베스트 게시글을 찬찬히 뜯어보며 어느정도 몇 가지 코드를 찾고자 했다.
첫 번째로 느낀점은 게시글과 댓글 모두가 모두 존댓말로 쓰인다는 점. 디시인사이드 야구갤러리에서의 경험을 떠올리자면 지극히도 상냥하고 공손한 말투가 아닐 수 없다. 거기에 성인광고는 물론 커뮤니티마다 항상 존재하던 섹드립 코드의 게시글 또한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일종의 청결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여성 유저의 비중이 높아 보였다. 특히 10-20대 여성들이 예상외로 많이 보였는데, 위 게시글과 같이 조곤조곤 귀여운 존댓말로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게시글 또한 베스트 게시물란에 올라 있었다. 오유가 단지 정치병 걸린 사람들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반증이자 유저들이 우악스러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준 반가운 게시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자분 말투가 좀 귀엽더라.)
다만 곳곳에 보이는 일상글들에 집중하기에는 순위권 안의 정치글이 너무나도 많다. 특히 흥미롭고도 찜찜했던 것은 상당히 많은 베스트 게시물이 단순한 기사원문 붙여 넣기, 혹은 정부비판 한마디 같은 형식이라는 점이다. (기사 붙여넣기 글은 역시 대다수 다음을 출처로 밝힌다.)
단순히 위와 같이 기사 내용을 그대로 가져다 놓거나 한 줄 생각을 써놓은 글에도 피드백은 의외로 뜨겁다. (위의 두 개 게시글 모두 베스트란에 랭크되어 있다.) 대체로 답답하다는 동조의 목소리나 정부를 비판하는 취지의 글이 댓글로 달리는데, 게시글 자체보다는 이 댓글란 때문에 오유의 이미지가 나쁘게 변질되지 않았나 생각이 들만큼 일방적이거나 모순되는 말들이 많았다.
위의 댓글이 무상급식 찬성입장에서 쓰인 게시물('아니 범죄자들도 세금으로...' 제목의 글)의 베스트 답글인데, 이야기가 이상하게 흘러 결국 선별적 복지를 찬성하는 말이 되어버린다. 게시글을 비꼬는 댓글로 일순간 착각했으나 댓글란의 진지한 분위기는 실제로 유저들이 게시글에, 그리고 댓글에 동조한다 말해준다. 두 글은 무상급식에 대해 상반된 입장이지만 정부대책이 미흡하다 꼬집는 점에서만큼은 비슷하다. 필자가 답답함을 느낀 순간이었다.
오늘의 유머 탐구를 마치며
베스트 게시물을 모두 읽고 난 뒤의 감상은 좋게 말하면 커뮤니티 단합이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문제제기부터 피드백까지 굉장히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특정 정치인을 거론할때면 유저들은 신기할 정도로 한 목소리를 낸다. (기분이 찜찜할 정도였던 것이, 커뮤니티 분위기에 반대되는 댓글 및 게시글을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요즘 온라인 곳곳에서 자주 언급되는 핫한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 필자는 아무래도 정치색 짙은 신변잡기 커뮤니티 정도로 요약을 해야하겠다.
1. 오늘의 유머라고 하기엔 유머 게시물이 정말 없다. 유머 컨텐츠를 찾는다면 다른 커뮤니티를 찾아 보라 권하고 싶다. (그렇다고 웃긴대학으로 가지는 않기를. 거기도 안 웃겨.)
2. 유쾌한 친목질을 찾는다면 역시 다른 곳 (디시 정도)을 권하고 싶다. 다만 온라인 반말, 막말을 혐 오한다면 빙고, 당신의 온라인 둥지는 오유다.
3. 정치글이 굉장히 많다. 정치에 관심이 없거나 보수를 표방하는 사람이라면 종종 불편함을 느낄 것 이라 생각된다.
이상이 오늘의 유머에 대한 필자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다. 시리즈의 마지막을 장식할 일간 베스트 편으로 다음화를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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