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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S/지극히 주관적인 커뮤니티 탐구

지극히 주관적인 커뮤니티 탐구 - (3) 웃긴 대학 편

입장 소감


새로운 글을 쓰기에 앞서 고민이 많았던 주였다. 커뮤니티 탐구를 표방하는 시리즈인 만큼 어느 인터넷 커뮤니티를 선정하느냐에 따라 글의 방향이 굉장히 많이 달라지는데, 가장 마지막에 붙여 쓰고자 했던 "오늘의 유머(오유)"와 "일간베스트(일베)" 외에 어느 곳을 선정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서 이리저리 둘러보던 중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준 곳이 바로 "웃긴 대학," 일명 웃대다. 이름에도 "웃긴" 곳이라 써둘만큼 유머에 충실해 보이는 커뮤니티를 기웃거려 보고싶은 필자의 개인적인 욕심이 크게 작용했다 할 수 있겠다. 


망해가는 웃대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불행하게도 웃대에서 돌아다닌 긴 시간 동안 웃긴 자료는 단 하나도 찾지 못했다. 웃대에 관해 묻는 대부분의 지식인 질문에 "망해 가는 커뮤니티"라는 답변이 일관적으로 달린 것을 보았는데,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얼마나 이곳이 재미없는 곳인지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간단히 커뮤니티 사이트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커뮤니티 이름에 괜히 웃긴대학이 아닌 것이, 실제로 커뮤니티 자체가 대학인 것 같은 컨셉을 취하고 있다. 나름의 학사모를 얹은 웃긴대학 로고부터 웃대"학과," 웃긴"여대"와 같은 이름에서 보이는 것 처럼. 페이지 구성은 꽤나 단순한데, 위의 대분류와 왼쪽에 있는 게시판 소분류가 웃긴대학의 모든 게시판을 한 번에 보여주어 보다 쉽게 길을 찾아 들어갈 수 있게 해두었다.


메인 페이지에 표시되는 "베스트" 게시물들은 모두 왼쪽 게시판 분류 중 "유머"란에 해당하는 게시판 자료들만 올라오는데, 주제관련성 및 게시판 엔트로피 수준은 디씨 인사이드나 판에 비해 월등히 낫다고 평가 된다. (다만 어느 게시판을 들어가도 물씬 풍겨오는 촌스러움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정리도 잘 되어 있고, 게시판 찾기도 쉽고, 다 좋은데, 문제는 재미가 없다. 한 때는 디시와 견줄만큼의 방문자 수로 국내 최대 커뮤니티의 위용을 자랑했다고 하는데, 유머 게시판을 앞세운 커뮤니티가 재미가 없으니 당연히 한 때 바글거리던 사람들도 없다. 가슴 아픈 쇠락의 현실을 남아 있는 유저들도 아는지, 가장 크게 표시되는 "웃긴 자료" 베스트 게시물란의 1위 게시글이 "웃대가 약해진 이유"다.

1. 제재가 많다
2. 창작에 대해 인색하다
3. 애인이 없다
4. 추천이 적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이 내용이 관계 없는 짤방 하나와 함께 올라와 있는데 (싫었다곤 말 못하지만 왜 이런 사진을 선택했는지는 의문스럽다. 그래야 추천이 많아져서 그런 것 아닐까 조심스레 추측해볼 뿐이다), 사실 재미도 감동도 없는게 사실이다. 1079 개의 다소 실망스러운 추천수는 게시물 작성자의 말과 같이 추천이 적다는 것과 동시에 웃긴 대학의 트래픽이 얼마나 낮은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이쯤 되어 사이트를 잘못 정한건가 싶기도 했지만, 커뮤니티가 방문자를 잃었을 때 어떤 결과가 일어나는지에 대한 실험 격으로 계속 글을 이어가는 것으로 방향을 잡은 필자다. 


혹 필자가 방문한 날만 이런 자조적인, 유머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글이 올라온 것일까 싶어 월간 베스트 게시물을 확인해보아도 별 다르지 않은 게시글만 보일 뿐이다. (위의 사진이 월간 베스트 게시글의 전체 스크린샷이다. 아까와 비슷한 꾸리꾸리한 짤방을 보니 이것이 웃긴대학의 유머코드인가 싶기도 하다.) 다수의 웃대 유저들이 커뮤니티 쇠퇴의 현실을 줄어드는 추천수로 확인을 해서인지 유머나 신별잡기글보다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글들이 순위권을 독식하는 추세다. 한달 내내 메일 페이지에 걸려있던 이 월간 베스트 게시글이 2302개의 추천밖에 얻지 못했다는 것 또한 그저 씁쓸한 신호라는 생각이다. 처음 웃대를 방문하는 사람으로서의 감상을 말하건대, 새로 발을 들이려 하던 사람들도 이런 분위기를 본다면 "번지수를 잘못 찾았네"라며 떠나가지 않을까 싶다.


웃긴대학의 메인이 되는 게시판이라 할 수 있는 유머게시판이 이 정도라면 다른 곳들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싶어 웃긴 학과란을 들어가 보았으나, 거의 죽은 기능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웃긴학과"란 본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게시판들 대신 조금 더 친목질에 충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의도로 개설된 것으로 보이는데, 네이버나 다음 가페와 굉장히 많이 닮아있다. 다만 이제는 이런 설명이 의미가 있을까 싶을만큼 쓰는 사람이 없다. 가장 큰 규모의 "학과"가 260명의 인원 밖에 없을만큼.


웃긴대학 탐방을 마치며 


모든 역사에는 흥망성쇠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웃긴대학은 국내 최대 타이틀까지 가질만큼 흥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이제 몇 없는 유저들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곧 문을 닫아도 이상하지 않을 커뮤니티를 보며 인생사 또한 단순히 흥하는 것보다 그 성공을 유지하는 것이 더 힘든 것 아닌가 뻘 생각을 해본다. 


딱히 들어가보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기에 커뮤니티 사용시 참고할 사항을 쓰기 보다는 그저 예전 웃대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당신들의 추억이 남은 곳, 그나마 있는 사람들도 떠나기 전에 한 번 들려보라는 말만 남기고 싶다. 다음 글에서는 조금 더 젊은, 사람 득실거리는 커뮤니티에 대한 탐구로 돌아오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