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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RIALS/지극히 주관적인 커뮤니티 탐구

지극히 주관적인 커뮤니티 탐구 - (4) MLB 파크 편

입장 소감


이번 주에는 지인의 강력한 추천을 받아 커뮤니티를 선정을 매우 빠르게 해치웠다. 그곳은 바로 MLB 파크. 댓글을 보면 유저들 대부분이 능력자 코스프레 및 자기자랑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거란 소개에 필자는 주저 없이 접속해 보겠노라 대답했다. 야구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서 "MLB 파크"라는 야구 덕후 냄새 물씬 풍기는 타이틀에 매혹된 점도 없지 않겠다.


신기한 곳이다, 여긴


보다시피 MLB 파크, 소위 엠팍은 (역시 한국인들이 5음절이나 되는 이름에 줄임말을 만들어 두지 않았을 리가 없다) 동아일보 사이트 산하 페이지다. 신문사 페이지의 야구소식란 정도의 취지로 만들어진 곳이 이런 상당한 규모의 커뮤니티가 되었다는 게 필자에겐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다. 



커뮤니티 타이틀부터 구글 연관검색어, 심지어 사이트 메인 페이지까지 감동적일만큼 충실한 주제관련성을 보여주는 곳이라 할 수 있겠다. 신문사 산하 페이지 아니랄까봐 가장 눈에 띄는 썸네일은 모두 미 메이저리그에 관한 기사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이용자들도 많아보이고, 언뜻 보기에 야구 소식에 밝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올 것 같아 보인다. 아, 엠팍. 참 이상적인 커뮤니티가 아닐까 순간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기대는 실망을 동반한다. 사실 실망이랄 것도 없고, 필자가 무슨 자격으로 심사위원 마냥 "실망"이라는 말을 남발하겠냐만, 지극히 건전한, 하나의 주제에 대한 순고한 관심을 구심점 삼아 모인 화합의 장을 목견할 수 있을까 하는 개인적인 기대가 무너졌던 것은 사실이다 (기대치를 과도히 높여 두었던 필자의 잘못 또한 있겠다). 이유인즉슨, 엠팍 서식자들의 다수는 야구에 별 관심이 없어보인다. 메인을 장식하고 있는 수 많은 기사들과 "BULLPEN"등의 야구용어로 페이지를 꾸민 성의는 단순히 MLB소식통을 표방하는 사이트 이름에 대한 작은 배려이자 구실인가 싶은 생각이 들만큼.



투데이 베스트 게시물을 보면 야구 관련 내용은 단 하나도 없다. 며칠에 걸쳐 사이트를 돌아다녀본 필자였으나 야구관련 소식이 베스트 게시물 랭킹에 오른적은 단 한 차레도 없었다.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확고해지려는 찰나 디시 인사이드의 야구갤러리가 생각나 오히려 픽 웃음이 나왔다. 그래, 커뮤니티라는 곳이 사람들 모여 얘기하라 만든 곳 아닌가. 무슨 얘기를 하든 건전성이 어딨고 주제관련성이 무슨 상관이랴. (우리나라 사람들은 야구 얘기만 꺼내면 다른 말이 하고 싶어지는 것인가 사실 의문스럽기도 하다.)


해서 죽 둘러보는데, 투데이 베스트란에 오르는 모든 게시글은 모두 앞서 언급한 BULLPEN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글이다. 한국야구, 미국야구와 관련이 적은 게시글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도록 개설된 재유게시판 같은 곳인데, 역시나 이곳이 가장 크게 활성화 돼있던 것이다.


게시글과 댓글을 찬찬히 읽어본 감상으로는 글쎄, 지인의 소개가 그렇게 적합했는지는 모르겠다. 자기자랑 혹은 허풍이 주가 되는 댓글은 거의 찾지 못했기 때문인데, 단순히 필자가 접속한 날들에만 정상적인 댓글이 달렸다 하는 것은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다. 오히려 필자에게 새롭게, 혹은 신기하게 다가왔던 점은 커뮤니티 전반에 걸쳐 사용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굉장히 높고 (물론 어디에나 통용되는 감성자극, 유머, 섹드립 코드의 게시글도 분명 다수 존재한다) 게시글, 혹은 댓글 작성자들의 정치 성향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좌편향적으로 들어난다는 것이다. 


이게 왜 신기해? 라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면, 사이트 주소를 다시금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donga"가 당당히 박혀있기 때문이다. 문제라는 것이 절대 아니라, 보수 일간지의 대명사 동아일보 산하 사이트가 이렇게 좌편향적인 성향을 띄는 모습이 필자에겐 굉장히 새롭게 다가왔다.


보수 진영의 논리를 옹호하는 듯한 "최경환 말대로 모두 정규직화 하는건 불가능하지 않나요.."라는 게시글이 단 한개의 추천도 받지 못한 채 최다 리플 랭킹에 올랐다는 사실은 (가볍게 쓰는 시리즈글에 정치관련 내용을 많이 담고 싶지 않아 댓글란 스샷이나 필자의 견해는 생략하기로 했다) 얼마나 엠팍 유저들이 정치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또 진보성향이 강한지를 보여주는 예가 될 것 같다.


MLB 파크 탐구를 마치며


다른 말보다 신선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은 탐구였다. 플랫폼 형식부터 유저들의 주요 관심사까지 어찌보면 기형적이라 할 수 있는 구조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니까. 사이트의 인터페이스에 대한 얘기를 꺼내자면 굉장히 단순하고, 그로 인해 난잡한 면이 없지 않다. 다만 디시 인사이드, 네이트 판에 비해 적은 트래픽으로 인해 게시글 구독에 큰 장애가 된다는 인상은 받지 않았다. 카테고리 정리가 자세하지 않은만큼 일차원적이라 이리저리 눌러봐야 했던 불편함은 없었으니 득실이 있었다 하겠다. 엠엘비 파크. 야구와 정치 모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들러 볼만한 사이트라 하겠다. 다만 보수적인 정치색이 매우 강한 사람이라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임을 미리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