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입장에서 혁신적인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다면 서로 공정하게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한 우버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혁신으로 봐야 하고 그래서 합법이다”. 이는 2014년 우버 산업에 반대하는 소송 문제에 미국 연방 대법원이 내린 판결 내용이다. 항상 퍼스트 무버 산업을 만들어오던 미국의 정신이 잘 반영된 미국스러운 결정이었다. 우버(Uber)는 일반인들도 택시 기사가 될 수 있는, 일명 면허 없이 택시를 허용하는 플랫폼이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서 이것이 불법이냐 합법이냐를 놓고 수많은 논쟁을 벌여왔다. 많은 나라에서 불법 판정을 받았지만, 미국과 같이 우버가 허용되는 국가에서는 모빌리티 사업을 장악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우버는 올해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하였고, 현재 시가총액이 약 80조 원이나 된다. 또한 우버는 자율 주행 자동차 기술 개발에 있어서도 구글, 테슬라와 더불어 선구자 반열에 올랐으며, 자율주행차가 보편화될 경우 자율주행차를 바탕으로 모빌리티 사업, 배달 사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확장시켜 몸집을 더욱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의 모빌리티 산업 상황은 어떠할까.
우선 우리나라에선 우버 엑스(Uber X)가 2014년도부터 출시되었는데, 당연히 기존의 택시업계들은 엄청난 반발에 나섰다. 당시 택시업계들은 운송 사업자가 아닌 우버가 운송 사업을 펼치고 있으니 불법이라고 주장했고, 우버는 자신들은 단순히 공유경제 서비스 사업자일 뿐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결국 서울시는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였고, 우버는 스마트 도시 추세와 매우 동떨어지는 대응이라며 이에 반발하였다. 이후 서울시와 우버의 대치는 계속 되는듯했으나 결국 우버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며 2015년에 서비스를 중단하게 된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기존 모빌리티와 배달 업계의 질서를 장악하고 시장을 확장하고 있는 우버가 이와 같이 한국에서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기존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다. 우리나라에서는 택시 노조의 영향력이 굉장하다. 택시 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만 40만 명으로 집계되는데 그들이 부양하는 가족만 생각하여도 100만 명은 족히 넘을 것이다. 정치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이 숫자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규모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치권은 택시 업계의 목소리를 더 유심히 들을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나라가 기술의 변화와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 이후에 최근 국내 모빌리티 시장에서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며 기존의 시스템에서 생겨나는 문제점들을 개선한 기업 ‘타다’ 또한 안타깝게도 앞서 말한 우버와 같이 비슷한 고전을 겪고 있다. 타다는 작년 10월 출시한 차량 공유 서비스이다. 이 논란에서도 택시 기사들의 반발이 굉장히 억세며 우버를 불법화 시켰을 때와 동일하게 운수 사업법이라는 명분 아래 반대세력과 갈등이 강력하게 빚어지고 있다. 심지어 타다가 택시 시장에 진출하려 들자 불과 몇 달 전 한 택시 기사가 그들의 사업 유입을 반대하기 위해 분신을 시도해 목숨을 잃게 되는 불상사도 일어났다. 이런 엄청난 규모의 택시 업계 영향력 때문에, 타다는 모빌리티 업계에 대한 규제가 매우 강력한 분위기 아래 우버와 마찬가지로 힘을 쓰기 어려워졌다. 이와 같이 타다를 둘러싼 논란은 현재 국내 ‘스타트업의 규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법망을 피해 갔다 한들 타다의 서비스를 규제하는 것이 옳을까.
타다의 운영 시스템은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나온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는 법망을 교묘히 피해 간 부분 때문에 편법으로 여기겠지만 타다의 서비스를 단순 이윤 추구의 목적으로만 보기에는 기존 택시산업의 문제점들을 많이 개선했다. 실제로 정부는 시민들의 계속되는 승차거부에 대한 불만으로 택시에 벌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조치를 취하곤 했지만 체감될 정도의 변화가 없었다. 타다는 이런 고객 입장에서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한 것뿐만 아니라 운전자들도 겪었던 회사에 돈을 바쳐야 하는 사납금 제도 혹은 열악한 근무 환경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앞으로는 더 다양한 라인업의 서비스를 부여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더 빠른 승차 매칭 등의 추가적인 발전을 이룩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타다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서비스로 볼 수 있는데 우버와 타다 뿐만 아니라 이런 스타트업들을 규제하는 것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방안을 포기하는 것과 같을 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런 타다의 의도를 이해하면서 동시에 시대의 흐름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세계의 많은 스타트업들이 혁신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 시국에 우리나라만 번번이 규제로 인해 혁신들을 가로막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정말 이러한 규제로 스타트업의 혁신 혹은 성장을 막는 것이 옳은 행위일까. 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4차 산업 혁명을 통한 경제 부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이에 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규제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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