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카, 위스키 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술들이 도처에 널려있지만, 한국인도 좋은 술 만들기와 술 잘 마시기로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들이다. 버클리오피니언의 세 번째 OP, 음주 Fantasy는 그런 한국인들의 술자리 문화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판타스틱한 사례들을 모아 몇 가지의 시리즈로 나누어 재구성해보고자 한다.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는 관계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사진 출처: 익명의 버클리 학생)
음주 Fantasy 시리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오랜만에 돌아온 스프링데일 인사드립니다. 이 음주 Fantasy 시리즈는 저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지만, 시작부터 현재 버클리를 졸업하신 cielographer 님의 활약으로 다음뷰 일일 베스트에 올라가기도 하는 등 세간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혁명적인 글이었는데, 여러 필진이 함께 참여해야 하는 OP (Official Press)의 특성상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 아직까지 완결을 내지 못하고 있었던 점, 전 회장인 제가 모두를 대표해서 사과드립니다. 마지막 회는 현실성을 위해 제보자들의 인터뷰를 싣습니다.
음주 판타지 마지막 글 시작합니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 사례 (제보자)
1. 술쳐먹고 피해줄려면 아예 술을 안마셨으면 좋겠어요. 여기저기 토하고 다닐꺼면 아예 봉투를 가지고 다니던지 정말. 집에 가서 그걸 다시 빨아 쳐마시든 분리수거를 하든 그건 니 자윤데, 삼원주막 앞에서 여기저기 냄새나게 길바닥에다가 토하면서 나동그라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술먹고 속얘기 한다고 누가 믿어주기라도 하나. 진짜 얼마나 자기가 힘든지를 보여주려고 환장하는 것 같아요. 술사먹을 돈으로 생수나 사서 쳐마시지 진짜 ㅋㅋ (2학년 남자)
2. 술 먹고 길바닥에 쓰러져 있는 모습들이 진짜 민폐인 것 같아요. 버클리 들어오고 나서 한국 대학과는 음주 문화가 다를 것이라는 로망이 있었는데, 초반에 클럽들 OT나 뒷풀이 가면서 제 환상은 다 깨졌어요. 난장판의 온상, 온갖 미친놈과 미친년들이 난리치기만 하고. 술에 쩔어있는 모습들, 술먹고 싸우는 모습들 등 정말 가지가지 였지요. 적당히 주량껏 먹는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일년이 지났지만 앞으로 내년에 들어오는 신입생들 중에도 저랑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겠죠? (1학년 남자)
이런 민폐를 끼치는 인간들에게 필자는 늘 "사람좀 갈구지마라," "술 퍼먹었으면 나처럼 차에 가서 혼자 자던지 아니면 좀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라," "상대방도 취하고 니도 취했는데 말좀 곱게 곱게 해라 별것도 아닌걸로 싸우고 진짜." 라는 말을 하고 친구나 후배들은 그때 그때 알았다고는 하지만 못 고치는 녀석들은 역시나 있다. 술에 취했을 때와 평상시에 각자 다른 자아가 존재하나보다. 이런 정신파탄자들아 정말.
3. 그냥 술 먹는 것 자체가 미친짓이에요. 시험 끝나서 스트레스 푼다고 마시는 건 좋은데, 허구한날 마시면서 정신 못차리고 술친구들 많아졌다고 자기가 인맥이 넘쳐나는 줄 알고, 아는 형이랑 친구들 많아지면 그게 정말 좋은 건줄 알아요. 인맥이 무슨 술자리에서만 생기는줄 아나. 늙어서 버림받기 싫으면 좀 다른 방법으로 사람을 만나는 방법도 알았으면 좋겠어요. 아는 형들 많다고 허세부리는 애들 보면 진짜 어이 없어요. (2학년 여자)
4. 위에 분들이랑은 좀 다른 이야기인데, 말 한마디 안하고 고개만 끄덕이면서 술만 마시는 분들도 좀 불편해요. 뭐 술값도 제대로 내시고 그러니깐 문제는 없는데, 이런 분들이 특히 선배면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될지 몰라서 저도 그냥 가만히 있게 되고... (2학년 여자)
무슨 사진인지는 알아서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출처를 적지만 가능하면 보지 않으시기를 추천합니다. (원본 출처: http://www.ygosu.com/editor/attach/board_yeobgi/49f83dbcddfe0.jpg)
5. 같은 친구들이 아닌 여러 그룹의 사람들이랑 함께 깡통에 간적이 있었는데요, 섞여서 앉다보니깐 제 옆에 모르는 언니가 앉았어요. 전공도 비슷하고 해서 평소에도 말을 걸고 싶었는데 다가가기가 힘들어서 그날이 친해질 기회라고 생각하고 막 말을 걸었는데, 처음부터 반말을 하신게 좀 기분이 나빴어요. 거기다가 조금 말을 트고 얘기를 하다보니깐 언니가 제 얘기는 전혀 관심도 없고 자꾸 자기 얘기만 해요. 저랑 친한 친구한테 관심이 있으셨던 것 같은데, 자꾸 걔 얘기만 하고 연락처를 달라 그러고. 제가 허락받지 않으면 드릴 수 없다 그러니깐 기분이 나빠지셨는지 잠시 후에 다른 자리로 가버리시고. (1학년 여자)
6. 술먹고 앵기고 스킨십하는 여자들좀 어떻게 해주세요. 남자는 다 스킨십 좋아하는 줄 아나 진짜 ㅋㅋㅋ 맞은 편에서 여자친구 앉아있는거 알면서도 왜 자꾸 제 몸을 더듬는지 진짜 주변 사람들도 다 보고 있어서 나중에 해명하고 여자친구한테 사과하느라 진짜 죽는줄 알았음. 제 몰래 전화번호도 가져가서 계속 카톡오는데 진짜 죽여버리고 싶었음. 카톡 오는거 제대로 안받아줬더니 저한테 미친놈이래요 ㅋㅋㅋㅋ 진짜 미친년인듯 (2학년 남자)
7. 다른 동아리랑 같이 연합으로 술자리를 연 적이 있었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뭐하지만 그 쪽에는 좀 예쁜 여자들이 없고 우리 클럽 애들은 괜찮았거든요. 어오, 근데 그 쪽에 나이 많은 형들이 자꾸 우리 애들한테 찝적대는데 너무 짜증났어요. 결국 걔네들 따로 택시 태워서 보냈음요. 애초에 연합 술자리 열자고 한 것도 이런것 때문이었나 싶네요. (2학년 남자)
남자들이여, 그리고 여자들이여. 술자리에서 새로운 만남을 꿈꾸는 것은 물론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주변에게 민폐면 그것은 나쁜 것이 맞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왜 술의 힘을 빌려서 비겁한 행동을 하는가?
8. 이건 술집에서 일어나는 일은 아니었는데요. 저랑 적당히 친한 친구가 있어요. 친하다면 물론 친한데 그 친구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각자 더 친한 친구가 있으니깐요. 가끔 술자리에서 만나면 즐겁게 얘기 나누곤 했는데, 한번은 저희 집에서 술자리를 열었어요. 재밌게 놀고나서 다들 가는데 자꾸 재워달래는 거에요. 좀 더 친해지고 싶었으니깐 재워주는 건 큰 문제는 아니었는데, 신세지는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저희 집이 버클리가 아니어서 다들 가는 분위기였는데 마치 '난 술에 취했으니 친구인 너는 날 재워 줄 의무가 있다' 라는 식으로 말을 하더라구요. 결국 재워주긴 했는데 다음 날에 일어나서 고맙다라는 말도 안하고 그냥 가버렷다구요. 재워주는게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4학년 여자)
9. 시험 끝나고 오랜만에 친구들끼리 회포를 푸는데, 갑자기 두 녀석이 한국 정치경제같은 얘기를 꺼내면서 싸우기 시작합니다. 뭐 좌빨들은 다 죽여버려야 한다느니 수꼴새끼들은 이래서 문제라느니 그러면서 분위기를 싸움으로 몰고가더라구요, 덩달에 조용히 있던 친구들도 편이 갈라져서 싸우다가 술자리가 끝났습니다. 정치 얘기하는 자리가 아니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본인들은 자기들이 되게 진지해서 인텔리해보이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은 그냥 분위기 깨져서 재미도 없는데 술값까지 나눠내야돼서 기분 나빴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이 하고 싶으면 분위기좀 봐가면서 했으면 좋겠네요. 오랜만에 만나서 할 얘기도 많아 죽겠는데 왜들 그러는지. (1학년 남자)
여러 사람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대화의 분량은 n분의 1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분량이 계량기로 잰듯이 기계적으로 정확할 필요는 물론 없지만, 2명이 있으면 평소 말하던 거의 반만 말하면 되고 4명이 있으면 반의 반만 말하면 최소한 술자리에서 중간은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2명이 잇든, 5명이 있든, 20명이 있든 자기가 90%를 말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어색한 술자리여서 분위기를 띄우려고 할 때는 참작이 가능하지만, 남들의 이야기도 못하게 하고 주도적으로 자꾸 술자리 분위기를 망쳐놓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 그런 사람들이 낀 자리에는 필자는 개인적으로 참가하지 않거나 따로 소규모 술자리를 만들어서 옆테이블로 빠진다. 어? 이것도 분위기를 망쳐놓는 행위인가?
9. 실명 거론하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제가 진짜 술자리들 다니면서 여러 미친놈들 많이 봤는데요 ㅋㅋ 이거 익명 보장 되는거 맞죠? 선후배든 남자여자든 그런거 구분 필요 없어요, 술먹고나면 그냥 애가 되는 사람들이랑 개가 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세한 얘기를 할 수는 없지만 여자 때리는 남자, 자신이 관심있는 남자가 딴여자랑 있다고 갑자기 걔네들한테 다가가서 뒤통수를 소주병으로 때리는 여자, 남자친구 있는 남의 여자 앞에서 들이대다가 결국 싸움나는 것도 봤고, 술취해서 병원에 실려가는 사람들도 있고, 친구 생일에서 싸우는 사람들도 있던데요 ㅋㅋㅋ 진짜 버클리 술자리 가면 별일 다 일어나는듯 ㅋㅋㅋ 아맞다 엠티에서 술취한 사람 끌고 다들 자야되는 방에 들어가서 문잠구고 안나오는 사람도 봤음ㅋㅋㅋ (3학년 여자)
# 그들에게 전하는 말
사실 본인이 술에 취한다면 여러가지 일들이 분명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은, 필자와 이글을 읽는 독자들 모두 인지하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또한 처음 몇 번은 술에 취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도 있으니 정말 커다란 민폐가 아니라면 주변에서 관용을 베풀어 줄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마저도 인식할 만한 술버릇을 가지고 있는 상태인 사람들이,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사람의 대뇌를 의심해 볼 수준의 지능을 가지고 있는 민폐남, 민폐녀들이다.
"주변에 저런 인간이 있으면 그냥 생물취급을 말고 인간 쓰레기라고 생각하자." - 엔하위키
음주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술먹고 깽판 치는 행동이나 마약하는거나 비슷해 보이는 모양이다. 이해 못할 행동은 아니지만, 술 잘먹는 사람이 멋진 사람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잘못된 것도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음주에 너무 관대하여 술 먹고 사고치는 일들을 미담으로 여겨 에피소드 식으로 풀어나가는 경우도 있는 정도니깐. 아무튼 자제좀 하도록 합시다 버클리 친구들.
지금은 졸업하신 한 선배의 충고를 인용하며 음주 Fantasy 5부작의 막을 내린다
필자가 즐겨보던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 의 한 장면. 사진은 본문의 내용과는 관계 없을 수도 있습니다 (?) (사진 출처: http://img.imbc.com/adams/Content/20093/128808790730468750.jpg)
# 지금은 졸업하신 한 선배의 충고
기본적으로 개념이 박혀있는 사람이라면 취기가 어느정도 올라오면 스스로를 자제해야 합니다. 누군가 데려다 줄 사람이 있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위험한 오클랜드 지역에서 혼자 남겨진다거나 그런 일들이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더군다나 말을 너무 많이 하시면 주변에 민폐입니다. 이건 술을 안먹어도 해당되는 말이지만, 왠만하면 꼭 필요한 말들만 하세요. 아, 물론 분위기 띄우는 것도 노력하셔야죠. 노래방 같은데가서 술 더 마시거나 그러면 분위기 타면서 좀 신나게 노시구요, 무엇보다 술자리에서 상대방을 도발하거나 기분나쁘게 하는 언동을 하는 것은 좋지 않아요. 다혈질인 친구들은 그런거 보면 파토내고 바로 싸우려고 하더라구요.
꼴불견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술 마시고 우는 사람들이에요, 진짜 대책 안서더라구요. 특히 여자들ㅋㅋㅋ 근데 남자들이 그러면 진짜 더 죽여버리고 싶었음. 이런 식으로 술마시면 성격 나오는 사람 조심하세요 갑자기 파토내려고 하는 녀석들 보면 정말 민폐였어요. 그런 애들한테 하지말라고 뭐라고 해도, 이미 술자리 분위기는 파토난 상태라서 더 진행을 할 수가 없어요.
어쨌든 술 자리에서의 예의는 취하게 되면 어떻게 하기가 힘든 문제에요. 그래도 후배들은 자신들을 잘 다스려서 분위기 좋은 음주가무를 이끌어서 나중의 후배들에게도 건전한 음주문화를 가르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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