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입니까 정의 입니까?
세월호 사태 후 가장 힘 있게 움직인 단체를 꼽자면 세 살 먹은 어린아이도 단원고 피해자 학생 유가족 단체라고 바로 대답할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선봉에 서서 특별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고 지금도 광화문에서 농성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은 특조위를 설립하여 세월호에서 희생된 아이들을 위하여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고 어느 부분이 문제였는지를 조사함과 동시에 이러한 사고를 예방하고 앞으로 일어났을 때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말과 다르게 특조위는 결성된 시점부터 변질하여 제대로 된 기능을 할지부터 의심스러우며, 그들이 간판으로 내건 진상 조사를 위해서는 조직을 처음부터 끝까지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유가족 단체는 정치집단이 될 수 없다. 세월호 사고의 배경은 이념 투쟁도 아니며 계급 투쟁도 아니다. 이미 사고의 주원인인 이준석 선장에게는 1심 2심을 모두 통과해 범죄 혐의가 입증되어 실형이 선고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세월호 유가족은 사고의 주 책임은 정부라며 야당과 함께 정치 투쟁을 벌이고 있다. 이 와중, 요즘 들어 접해 본 소식들 속의 세월호 특조위는 정치 투쟁 혹은 계급 투쟁 단체가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코리아 연대와의 연대 활동을 보자. 코리아 연대는 지난 2011년 공동대표인 황혜로 씨가 무단 방북해 김정일을 참배해 파문을 일으켰던 단체이다. 그것뿐인가, 이 단체는 세월호 사고가 미국의 잠수함 충돌에 의한 것이라는 말도 안 되는 궤변을 주장하던 단체이다. 애당초 세월호 사고를 자신의 정치적, 이념적 도구로 활용하는 단체와 연대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를 해야 할 특조위의 목표가 무엇인지가 불투명해 보였다. 세월호 특조위가 제주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게다가 각종 노동자 시위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언급되는 것에는 아무런 개연성도 없다.
또한, 세월호 특조위는 자신들이 정치적 집단이 되는 것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매스컴을 보면 세월호 유가족이 언급된 노동자 시위 혹은 정치 투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아까도 말했듯이 세월호 사건은 원인을 규명하고 조사해야 할 사건이지 세월호 사건 자체가 정치적 입장을 가질 만한 혹은 찬성이냐 반대냐를 따져야 하는 논제가 아니다. 그런데도 민노총과 그 외 산하 기관에서는 자신들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입장을 자처하며 정권 퇴진 운동을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특조위의 목적이 의심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이들이 원하는 것이 정권 퇴진과 자신의 특권을 밀어주는 야당에 의한 정권 교체인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자식들의 죽음이 억울하지 않도록 사고를 자세히 조사 중인지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세월호가 야당에서는 호재라고 불리고 있는 사실이다.
세월호 특조위를 좋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그들이 지원받는 세금에 있다. 세월호 특조위는 911 사태 때 보다 두 배, 많게는 세배까지 더 많은 지원금을 받고 있다. 피해 액수로 보나 피해 규모, 피해 인원까지, 어느 면으로 보아도 비교할 수 없는 것이 두 사건인데, 세월호 특조위는 그 두 배 이상의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 지원금만 무려 160억 원으로, 다음 해 예산은 209억 원으로 기재부에 제출했다. 물론 기재부는 과도한 예산이라 판단하여 반액 삭감을 하였지만, 이마저도 89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하지만 이 금액도 적다, 인건비도 안 나오는 수준이라는 권영빈 특조위 진상 규명 소위원장의 인터뷰를 보았다.
물론 그 금액을 올바르게 사용하여 진상 규명을 하고 이 사태를 통해 미래에 벌어질 큰 참사를 막기 위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야 이 배의 예산을 투입한다 한들 부정적 견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그들이 제출한 예산 활용 내용은 제출할 때 진심으로 부끄럽지는 않았는지 궁금할 뿐이다. 금액이 부족하다는 권영빈 위원장의 말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다.
인건비도 안 나온다는 예산의 특조위는 민간인 직원 31명을 채용하면서 대부분 민변, 시민단체, 인권·노동계 인사로만 채우고 선박·해양 전문가는 한 명도 뽑지 않았다. 그래 놓고는 정작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는 별도 비용을 들여 외부 자문으로 해결하겠다. 발표를 했다. 특조위는 전문위원, 자문 위원, ‘외부 전문가’ 등에 대한 자문료 5억 6000만 원을 잡아 놓았다. 연구개발비 25억 원 중 상당액도 외부 용역비로 쓸 예정이다. 조사·언론·외국어 담당 직원을 채용하고서도 외국 자료 번역이나 보도 자료 검토는 외부에 위탁하겠다고 한다.
세월호 조사특위는 세월호 사고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만들기 위해 최대 1년 6개월간 한시적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그런데 민간 출신 위원과 직원들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연봉과 수당을 지급하겠다며, 각종 복리후생 혜택, 체육대회 개최 비용과 동호회 지원 예산까지 정부에 청구했다. 특조위가 기획재정부에 요구한 160억 원의 올해 예산안에는 직원 체육대회 개최 비용 252만 원, 동호회 지원 비용 720만 원, 전체 직원의 생일 케이크 비용 655만 원 등이 포함돼 있다. 또한, 민간 직원들의 배우자 등 가족 수당과 자녀 학자금 지원, 맞춤형 복리후생 비용도 담겨 있다. 1년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조사 활동에 집중해도 모자랄 판인데, 이러한 업무와 관계없는 예산을 청구해 놓고 정부에 "예산을 조건 없이 지급하라. 그전에는 제대로 된 조사가 안 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조위는 이득을 취하는 회사나 기업이 아니다. 하물며 놀기 위하여 세금을 사용하는 그러한 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예산이 부족하다 주장하는 한편 직원들의 경조사를 자신들의 사비가 아닌 세금으로 채우는 모습을 보면 그들의 주장은 전혀 개연성이 없어 보인다. 또 한 가지로는, 특조위는 31명의 4~7급 민간인 직원을 채용하면서 민변과 좌익 싱크탱크, 시민단체, 인권·노동계 인사 등을 합격시키고 선박·해양 전문가 등은 탈락시켰다. 변호사야 법률적인 부분이 많아 필요하다 이해할 수 있지만, 선박 해양 전문가들을 탈락시키고 시민단체 인권 노동계 인사들을 합격시켰다는 점은 필자를 너무나도 당혹스럽게 했다. 이러한 예산안에 대해 조대환 부위원장은 "세월호는 전리품 잔치"라고 쓴소리를 남기며 사퇴했다. 그의 말대로 그야말로 야권 인사들로 이루어진 세금 도둑이라고밖에 칭할 수 없다. 그들이 원하는 객관적이고 명명백백한 조사를 원한다면 인제 그만 피 같은 세금으로 하는 예산 잔치는 그만하고 과학적인 조사를 위해 비전문가를 배제하고 선박 전문가, 각종 공학계 인물들을 고용하여야 할 일이다. 박사 평균 연봉이 6천 천만 원이라 가정할 때 89억 원이란 돈이라면 연구비를 포함해 박사급 인력을 연간 50명은 고용할 수 있을 것이다.
유족들의 요구대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세월호를 인양하고 있고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에 대한 보상 문제 역시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 칼럼은 유가족들에게 가만히 있으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도 분명히 이 사건에 대해 할 일이 있다. 첫 번째로 그들은 세월호 사고가 어떠한 정치적 입장에 의해 왜곡되지 않도록 중립을 지켜야 한다. 정치적인 입장을 가지며 이 사건에 개입하려 한다면 특조위는 절대로 중립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두 번째로 그들은 조사를 한발 뒤에서 기다리며 자신의 아이들을 구하려다 순직하신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의 조문을 갔어야 했다. 구조 중 순직한 민간인 잠수사, 지원 업무를 하다 돌아가신 해군 소속 병사의 조문을 갔어야 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항상 세월호 유족들에 대해 비판을 하면 자신의 가족을 생각하라 하였는데 그들을 구조하려다 순직한 사람들은 그들에겐 가족으로 보이지 않는 것인지 묻고 싶다. 결론적으로 현재 여론은 특조위와 유가족 단체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인 견해이며 그리고 그들이 하는 조사에 대하여 많은 사람이 의문을 품고 있다.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세월호 사고 학생들이 안타깝지도 않으냐, 인정도 없느냐, 왜 그렇게 비뚤어진 시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말들을 포함하여 많은 따끔한 이야기를 들었다. 세월호 사고는 분명 안타깝고 나 또한 누구 못지않게 그 어린 학생들이 꿈도 펼쳐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무언가 또는 누군가의 책임에 의해 죽음까지 몰아진 어린 학생들을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들의 안타까운 목숨을 평가절하하게 하는 어른들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세월호 사고에 대하여 여러 면에서 비판을 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그들이 대한민국은 목소리만 크면 모두 다 해결된다는 선례를 남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례는 국가적으로 다시금 큰 혼란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아니 벌써 이러한 선례 때문에 일차적 원인이 행정부에 있는 것이 아님에도 돌고래호 참사나 메르스 유족 위원회가 결집하여 정부를 향해 보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세월호 사고 일반인 유가족들을 보자면 그들은 단원고 학생 유가족과 다른 행방을 보이며 인간적인 도리를 다하고 있다. 그들은 정치적이지 않았고 정부와 각종 전문가의 조사를 기다렸다. 그뿐인가, 그들은 그들을 구하다 숨진 영웅들을 일일이 찾아가 위로하였고 그들이 정부와 회사로부터 적합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목소리가 크지 않은 그들은 국민 성금, 정부 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고 결국엔 목소리가 크던 단원고 유가족과 비교하면 푸대접을 받는 수순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특조위가 지금이라도 전체적인 개편을 하여 객관적 조사를 하기를 기원하며 또다시 이런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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