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성 상품화와 비뚤어진 청소년의 성 의식

Posted by 희씨
2016.03.02 15:50 EDITORIAL/사회 :: Current Iss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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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소셜 미디어를 돌아다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로부터 옮겨온 충격적인 게시물을 발견했다. 바로 고등학생들이 축제를 위해 맞춘 일명 '반티' 혹은 단쳬 의상을 찍은 사진을 게시한 것이었는데, 그 의상에 쓰인 글귀들이 너무나도 뜻밖이며 자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넣자마자 74" "해 줘 82" "따먹고 15"와 같이 글과 숫자를 읽는 소리를 조합해서 티에 새겨질 문구를 만든 것은 나름 창의적이었지만, 그 조합이 은유적으로 가지고 있는 성적인 의미는 고등학생이라는 나이와 학교라는 장소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넣자마자 74"라는 문구는 넣자마자 질(내)사(정)"으로 해석이 되고, "해 줘 82"라는 문구 역시 "(섹스)해 줘 빨리" 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먹고 15"라는 문구 또한 네이버 국어사전에 등재되어 있듯이 '여성의 정조를 빼앗다'라는 뜻을 가지는 단어 "따먹는다"가 인용되어 "여성의 정조를 빼앗고 싶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이렇듯 있는 그대로 표현되어도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의 자극적인 문구를 자신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속된 언어로 치환해서 표현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문구들은 점점 심각해져 가는 청소년들의 성 문제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일 뿐이다. 아직 성숙한 성인이 되지 않은 고등학생의 신분으로서 스스럼없이 공개적인 장소에 이런 문구를 몸에 달고 나가는 정도가 되기까지 이들은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쉽게 자극적인 표현에 노출되었을까. 더욱 자세하게 들어가 보자면, 현대의 청소년들이 가지는 이 비뚤어진 성 의식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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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생각하기에 가장 흔히 제기되지만 그만큼 가장 영향력 있는 문제는 바로 연예인의 성 상품화이다. 특히나 연예인 성 상납, 스폰서 문제로 시끌시끌한 요즘, 자신들의 몸매나 성적 매력을 무기로 삼아 대중의 관심을 끌고 사랑을 받으려는 신인 연예인들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며칠 사이 또 다른 방면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신인 걸그룹 레이샤 (Leysha)의 리더 고은이다. 레이샤는 데뷔한 지 1 년도 채 되지 않은 따끈따끈한 신생 그룹으로써, 아직 인지도도 낮고 스타의 반열에 오르기엔 먼 길이 남은 아이돌이다. 그러한 와중 더 먼저 데뷔를 한 아이돌 그룹들 역시 인지도를 잃지 않으려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으며, 레이샤 이후로도 꾸준히 다른 신인 그룹들이 데뷔한다. 이런 적자생존의 틀에 박힌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신인 걸그룹이 사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자신들의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다.

    고은의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걸그룹 멤버들은 점점 짧은 상의와 그보다 더 짧은 하의를 입은 채 몸매를 과시하고, 드러난 몸매를 더욱 강조하려 최대한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짜여진 안무로 춤을 춘다. 그리고 이러한 걸그룹 멤버들의 모습이 아주 적나라하게 촬영 혹은 캡처(capture)되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고,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며 떠오르는 스타로 가는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이다. 고은과 같이 선정적인 안무와 뛰어난 몸매로 주목받게 된 일명 '대세' 연예인 중 가장 최근의 유명한 사례는 EXID의 멤버 하니와 AOA의 멤버 설현 등이 있겠다. 이토록 청소년들이 자주 보는 음악방송을 틀기만 하면 쉽게 보이고,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도 혹은 소셜 미디어를 이용하다가도 끊임없이 노출되는 연예인 관련 콘텐츠들이 성 상품화로 인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청소년들에겐 그런 모습을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러워지고, 또 그에 걸맞은 성 의식을 형성해 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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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연예인의 성 상품화는 비단 여성 연예인들만으로부터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쉽게 잊히고 끊임없이 대체되는 연예계의 특성상, 점점 자극적인 것을 요구하는 대중들의 수요에 맞춰야 하는 것은 남성 연예인들도 마찬가지이다. 그로 인해 남자 아이돌 그룹이 더욱 파격적인 컨셉과 의상, 그리고 안무를 준비해 컴백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한 일이다. 여성 연예인들이 자신의 몸매를 과시하듯이, 남성 연예인들도 충분히 몸매를 과시할 수 있고, 성적인 매력을 어필하는 안무를 출 수 있다. 그 예시로 들 수 있는 연예인은 이제는 꽤 인지도가 쌓인 남자 아이돌 그룹 빅스 (VIXX)의 멤버 레오(Leo)이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다시피, 레오(를 비롯한 빅스의 모든 멤버들)은 맨몸이 드러나게끔 안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슈트 상의를 걸치고, 목에는 야릇한 느낌을 주는 사슬을 맨 채로 무대에 올라 자극적이고 격한 안무를 춘다. 그리고 이런 공연 영상은 아무렇지 않게 가족 모두가 함께 텔레비젼을 시청할 수 있는 시간대에 방영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된다.

     이렇듯 아무런 제재 없이 성적인 매력 어필에 노출되는 청소년들은 속수무책으로 그런 문화에 적응되고 매료되며,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부적절하게 개방된 성 의식을 가지게 되는 청소년들은, 사회적으로 가지는 성에 대한 억압의 분위기에 가로막혀 폐쇄된 공간 안에서 자신의 욕구를 풀게 되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들이 가지는 성에 대한 개념은 더욱 부적절하고 피폐해지며, 처음 소개한 문구들 같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표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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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는 우남식 교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10 년간 펼쳐온 설문 조사의 결과로, 비교적 최근인 2014년만 하더라도 청소년들은 성교육 시간에 가르치는 내용의 반 이상을 이미 알고 있다.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순수하지 않고,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그런 청소년들의 성적 호기심을 성교육은 올바르게 채워주지 못하고 있고, 학교 외적인 곳에서 왜곡되고 자극적인 정보만을 얻게 만든다. 필자가 이번 글을 통해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연예인 성 상품화의 근절도 아니고, 연예 매체로부터 청소년을 단절시키자는 것도 아닌, 청소년들의 성 문화 탐구를 위한 제대로 된 공간을 마련해 주자는 것이다. 안전하고 공개적인 환경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어떤 공식적인 성적 표현이 부적절한 것인지, 또 어디까지가 적정선인지에 대한 건강하고 확실한 교육이 필요한 시기이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변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우리의 의식 개선 또한 중요하다. 이미 잘못 끼워진 첫 단추로 인해 삐뚤어지고 있는 청소년의 성 의식을 바로잡기 위해 우리는 더 이상 성에 대해 쉬쉬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성 의식과 관련하여 제대로 터놓고 소통하며 올바르게 교육하고 인도할 수 있는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다. 청소년의 성 의식이 다시 한 번 바르게 자리 잡을 기회가 곧 우리에게 찾아오기 바라며 이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



사진 출처:

[1]: https://unsplash.com/photos/1CsfTx0DuLs

[2]: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pds&number=536095

[3]: http://www.asiatoday.co.kr/view.php?key=20160123010014478

[4]: http://blog.naver.com/hnr0902?Redirect=Log&logNo=220620389775

[5]: http://www.christiantoday.co.kr/articles/276208/20141113/%EC%88%9C%EA%B2%B0-%EC%9D%98%EC%8B%9D-%EA%B0%90%EC%86%8C-%EC%A4%91%E2%80%A6-%EA%B5%90%ED%9A%8C%EB%8F%84-%EC%B2%B4%EA%B3%84%EC%A0%81-%EC%84%B1%EA%B5%90%EC%9C%A1-%ED%95%B4%EC%95%BC.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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