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할 건 없는데 공부는 하기 싫고. 그렇다 할 취미도 없는 당신. ‘영화나 볼까’ 생각했다가 이내 많고 많은 영화 중 도무지 무얼 봐야 할지 정하지 못해 이내 무의미하게 애꿎은 시간을 죽이곤 하는 그대. 당신의 킬링타임을 조금이나마 ‘살려’보고자 추천하는 장르별 국내/국외영화. 취향에 맞게 골라 보다 보면 어느새 킬링타임은커녕, 더는 죽일 시간마저 남지 않아 급히 과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허겁지겁 초인적인 힘으로 집중하는 당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공부는 급할 때 잘되는 법이니. 뭐, 갈 땐 가더라도 영화 한 편 정도는 괜찮잖아?
인생이 달콤하지 않아 기분이라도 내보고 싶을 때,
로맨스/로맨틱 코미디영화 추천
<연애의 온도>
“우리의 연애는 달콤하지도, 이벤트로 가득 차 있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했었다.
그래서 내겐 인생에서 가장 영화 같은 순간이 되었다.”
아직도 이 영화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며 펑펑 울던 필자의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다. 첫 이별을 겪고 난 뒤 아무 생각 없이 친구 손에 이끌려 본 <연애의 온도>는 사랑의 모든 단면을 가감 없이 프레임들에 담아내고 있었다 — 그것이 설령 잔인하고 아픈 순간들일지라도. 아마 ‘사랑’이라는 단어를 낱낱이 벗겨놓았을 때 어디에선가 이 영화가 조용히 상영되고 있지는 않을지, <연애의 온도>는 당신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사랑에 대한 보고서다.
나는 이 영화가 사랑을 미화시키지 않아서 참 좋았다. 여태껏 해온 나의 사랑은 내가 상대에게 내어준 마음의 크기만큼 나를 아프게 하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영원할 것 같은 행복이 나를 휘감아도, 실제 ‘우리’라는 굴레 안에 오간 사랑은 누군가 말한 것처럼 마냥 아름답고 동화 같지만은 않았다. 눈물 흘리는 순간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을 이해하고, 그 본질에 더 다가간다. 아픔 없는 사랑은 사랑이라 불릴 수 있을까? 사랑이 주는 아픔마저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랑을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연애의 온도>를 통해 112분간 운행되는 사랑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 그래서 이별의 아픔에서 허우적거리던 당시의 내가 몇 살이었냐고? 아마 열여섯, 중3이었을 거다.
<어바웃 타임 (About Time)>
로맨틱 코미디 영화 하면 어바웃 타임을 생각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2013년에 개봉한 이 영화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 여자에게 사랑에 빠진 남자 주인공이 언제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자 하면서 일어나는 인생 스토리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시종일관 달달함이 뿜어져 나오는 이 영화는 사실 타임 리프라는 판타지와 인생에 대한 교훈까지 있어서 영화에 더 빠져들게 된다. 개봉 당시 갓 20살이었던 필자는 이 영화를 보고서 설렘이라는 감정을 크게 느꼈고 아직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괜스레 두근거린다. 벚꽃이 피는 봄날, 오랜만에 설렘을 느끼고 싶다면 이 영화를 추천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넘치는 영화가 끌린다면,
서스펜스/스릴러 영화 추천
<감시자들>
사람이 붐비는 서울 지하철 내에서 오직 감각과 기억력에 의존해 감시대상에 대한 모든 것을 보고해내는 하윤주의 모습을 그려내며 흥미진진하게 시작하는 <감시자들>. <감시자들>은 범죄 대상에 대한 감시만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다루며 범죄 상황에서의 그들의 활약을 숨 막히게 그려내는 범죄 액션 스릴러다. 서울이라는 많은 사람에게 친근한 도시를 주 무대로 하여 바삐 돌아가는 도심에서 쉴 새 없이 한발 먼저 움직이며 범인들을 추적하고 뒤쫓는 등장인물들의 모습과 그들의 사실적인 묘사는 영화에 전문성과 사실성을 고루 더하며 관객으로 하여금 더욱더 영화 자체에 몰입하게끔 돕는다. 한국영화 특유의 뻔한 스토리와 예상가는 결말은 피해갈 수 없는 듯하지만 말 그대로 이 글은 ‘킬링타임’용 영화를 추천하는바, 여느 흔한 경찰의 추격영화에 지쳤다면 이번엔 감시반의 추격영화로 당신의 심심함을 달래보자.
<프라이멀 피어 (Primal Fear)>
1996년이라는 개봉 연도와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재판이라는 주제, 그리고 누가 봐도 보기 싫어지는 포스터. 이 영화를 보기로 하기까지 수많은 걸림돌이 있다. 사실 필자도 도대체 어떻게, 왜 이 영화를 보게 됐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하지만 이 긴 영화를 총 4번을 봤다. 사실 이 걸림돌들은 리차드 기어와 에드워드 노튼이라는 이 두 명배우의 이름만으로도 믿고 볼 수 있다. 프라이멀 피어는 로마 가톨릭 대주교를 살인한 죄목으로 재판을 받게 된 한 아이의 누명을 벗기려는 당대 최고 변호사의 법정 영화이다. 에드워드 노튼의 소름 끼치는 연기력과 중간중간 있는 반전들로 순식간에 두시간이 흘러갈 테니 한번 보길 바란다.
어딘가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싶은 날이라면,
감동영화 추천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봄이 돼서 꽃이 피면 참 예뻐,
거기서 딱 그대로 멈추면 좋은데 가을되면 서릴 맞고 떨어진단 말이지. 다 헛게 돼."
안 그래도 영화를 보며 잘 우는 나는 영화가 시작한 지 3분 만에 마당을 청소하시는 할아버지를 보며 울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영화 특유의 꾸밈없는 서사와 꾸며지지 않은 피사체의 일상은 이 영화에 잔잔한 울림을 더한다. 두 노인과 그들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 그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이 어느새 관객들은 노부부와 함께 호흡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평생을 반려해온 할아버지와의 ’영원한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할머니의 모습은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이별에 대해 생각해보기를 담담히 권하는 듯하다.
떠나는 자와 남는 자로 우리를 잔인하게 나누어 놓는 죽음 — 5살 어린 아이에게나, 100살 노인에게나 죽음은 대상을 불문하고 언제나 어색한 존재. 분명 행복한 장면인데도 눈물이 나는 이유는 다가오는 이별 앞에도 한결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사랑이 진실하고 아름답다는 사실이 그저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온갖 드라마가 난무하는 진부한 사랑 이야기에 지쳤다면 사실만이 담겨있기에 더 속 깊게 다가오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를 통해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진한 사랑의 의미를 느껴보는 것을 추천한다.
<이프 온리 (If Only)>
벌써 개봉한 지 14년이 된 이 영화는 필자가 고등학교 시니어 때 우연히 보게 되었다. 화창한 주말에 시간을 때우려 침대 위에서 피자를 먹으며 네이버 추천 영화 리스트 중 한 개를 골라본 영화가 이프 온리라는 영화였다. 장르도 줄거리도 모르면서 주말의 여유를 느끼려 보게 된 이 영화는 알고 보니 뒤늦게 사랑을 느끼게 된 한 남자의 가슴 아픈 이야기였다. 단순히 로맨스 영화라기에는 이 영화가 주는 감동이 크고 슬펐던 이 영화를 보면서 필자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영화를 보면서 울었다. 피자를 먹으면서.
가족들과 함께 부담 없이 즐기기 위한 영화가 필요하다면,
가족영화 추천
<과속스캔들>
개봉 당시 8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명실상부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코미디 영화 과속스캔들. 네이버의 어느 리뷰어는 <과속스캔들>을 “딱 킬링타임용 영화”라고 단정 지었을 만큼, 비는 시간에 가볍게 웃으며 보기 딱 좋은 영화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억지웃음을 자아내려는 코미디 영화가 아닌 자연스러운 연출력과 관객들의 뛰어난 연기, 거기에다 중간중간 잘 버무려져 있는 감동 요소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내가 웃겨서 우는지, 슬퍼서 우는지를 모르게끔 작용하는 듯하다. 잘나가는 연예인이자 청취율 1위의 인기 라디오 DJ로 순탄하게 살아가고 있던 현수의 삶에 자신이 딸이라고 우기며 어린 아들과 느닷없이 등장한 정남 — 오늘 밤엔 도저히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과속스캔들>을 통해 서른의 나이에 할아버지가 되어버린 현수의 삶을 엿보도록 하자.
<인턴 (The Intern)>
앤 해서웨이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하는 이 영화는 젊은 워킹맘 운영하는 스타트업 회사에 은퇴한 남자 주인공이 인턴으로 일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실제로 필자는 이 영화를 엄마와 함께 봤는데 가족끼리 함께 보면 좋은 영화다. 서로 다른 세대에 대한 이해와 적당한 가벼움, 적당한 울림과 따뜻한 내용이 보면서 계속 옅은 미소를 띠게 한다.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보게 되는 현상들도 나와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두 눈이 즐거워지는 화려한 액션이 끌리는 날에는,
액션 영화 추천
<신세계>
“씨빠- 드루와”라는 황정민의 맛깔나는 욕설과 좁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화려한 액션신으로 유명한 <신세계>. 이외에도 “살려는 드릴게”, “죽기 딱 좋은 날씨네” 등 웬만한 대사들은 모두가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신세계>는 수많은 명대사와 패러디를 낳은 한국의 대표적인 범죄영화다. 리뷰를 쓰기 위해 오랜만에 영화를 다시 봤다. 다시 봐도 참 재미있는 영화다. 한국의 느와르 영화들은 피와 욕설이 난무하는 똑같은 조직 영화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나는 이러한 한국의 느와르 영화들을 굉장히 즐겨본다) 그 중에서도 <신세계>는 영화를 거듭해서 보고, 곱씹으며 볼수록 그 안에 존재하는 감독이 의도한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 그 이분법적 사고를 깨뜨리는 오브제 및 설정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한 영화다. 만약 도무지 이 영화가 흔해빠진 조직의 자리싸움 이야기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인지 감이 안 잡힌다면 다음의 것들에 집중하며 영화를 보도록: 짝퉁 시계, 담배, 바둑, 그리고 경찰. 당신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영화에 푹 빠져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후에도 감독이 의도한 ‘신세계’의 의미에 대해 나름의 고찰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킹스맨 (Kingsman)>
필자는 사실 B급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탄탄한 스토리와 전개, 적당한 반전, 배우들의 명연기가 있는 웰메이드 영화를 좋아한다. 하지만 킬링타임에는 또 역시 B급이 편하게 즐기기 좋다. 이 두 가지 요소를 잘 갖춘 영화가 바로 <킹스맨>이다. 화려한 액션 장면들이 가득하고 세련되고 빠른 전개가 펼쳐지는 영화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B급 영화 요소는 이 영화를 가볍고 재밌게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두 남자의 멋있는 슈트핏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탄성을 절로 자아낸다. 혹시 안 본 사람이 있다면 꼭 보기를 추천한다.
[사진출처]
[1] https://www.youtube.com/watch?v=oOvDpiWvN_A
[2] http://es.drama.wikia.com/wiki/Very_Ordinary_Couple
[3] http://www.vop.co.kr/A00000711556.html
[4] http://sisatoday.co.kr/board/today.php?board=today3&code=read&uid=20263&page=1&key=&key_1=
[5] http://www.moviepostershop.com/primal-fear-movie-poster-1995
[6] http://www.catholicbusan.or.kr/index.php?mid=board_uXaf79&document_srl=3103
[7] https://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39440
[8] https://ko.wikipedia.org/wiki/파일:과속스캔들.jpg
[9] http://tenasia.hankyung.com/archives/630138
[10] https://ko.wikipedia.org/wiki/파일:영화_신세계_포스터.jpg
[11] http://www.widecoverage.co.kr/news/article.html?no=24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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