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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취재 :: Reportage

다저스와 로버츠의 불편한 동행, 계속될까?



2019년 10월은 MLB 선수들과 팬들에게 있어서 최고의 달이다. 162게임의 정규 시즌 대장정을 마치고,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 10월이다. MLB 포스트시즌은 와일드카드 결정전(단판)- 디비전 시리즈 (5전 3 승제)- 리그 챔피언십시리즈 (7전 4 승제)- 월드시리즈 (7전 4 승제) 순으로 진행된다. 


필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금메달 신화를 목격한 뒤, 야구라는 스포츠에 푹 빠지게 되었다. 2008년 류현진 선수의 압도적인 투구를 보고, 류현진이라는 선수가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고, 2014년 류현진 선수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필자는 류현진의 열렬한 팬이 되었다. 이와 동시에 필자는 류현진의 팀인 LA 다저스를 응원하게 되었다. 


LA 다저스는 한국인들에게 친숙한 팀이다. 대한민국 첫 메이저리거인 박찬호 선수, 이후에는 서재응, 최희섭 그리고 2014년부터 류현진 선수가 뛰는 구단이다. 1997년 IMF 당시, “박찬호 경기는 보고 죽어야지” 등 삶의 동기를 야구로 찾는 일화만 보아도, LA 다저스가 한국인들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다. 추가적으로 33만 명의 대한민국 교민들이 LA에서 거주한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국인에게 다저스는 스포츠 그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LA 다저스는 2010년 들어서부터 명실 상부한 서부의 강팀으로 자리 잡았다. 2013부터 매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부분에서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LA 다저스는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하였다. 30개 구단의 공통적인 최종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선수 생활을 10년을 해도 우승 반지가 없는 선수들을 보면, 월드시리즈 우승은 정말이지 천운이 따라야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LAD의 마지막 우승이 1988년인 것을 보면 우승과는 정말이지 연이 없는 듯해 보인다.


현재 LAD의 감독은 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코치였던 데이브 로버츠이다. 로버츠는 2015 시즌 종료 후 3+1년 계약을 통해 LAD의 새로운 감독으로 부임했다. 로버츠 감독 부임 후 다저스는 많은 업적을 이루어냈지만, 로버츠 감독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을 달린다. 필자가 본 로버츠 감독은 정규 시즌 최강자, 포스트 시즌 최약체이다. 4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대기록은 야구사에 있어서 정말이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제일 중요한 것은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정규 시즌 우승을 했지만, 포스트시즌에는, 정규 시즌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무색해질 정도인데, 이게 바로 로버츠의 가을 야구이다. 2019년 LAD는 정규 시즌에서는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162 경기 중에 106승이라는 말도 안 되는 승률과 승수를 기록하며, 대한민국의 자랑인 류현진 선수는 2.32 평균자책점을 기록하였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와일드카드에서 올라온 Washington National's와의 시리즈에서 역전패하면서 디비전 시리즈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다. 


필자는 NLDS 시리즈 전부를 관전하지는 못하였지만, 2차전, 3차전 그리고 마지막 5차전을 관전하였다. 경기를 관전하며 들은 생각은, 과연 로버츠 감독과 다저스가 과연 다음 시즌에 동행할 수 있을까? 이였다. 필자가 본 로버트는 자신의 결정이 맞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는 고집불통 감독이다. 이를 알게 된 계기는 2017년 다저스가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을 당시, 다르빗슈라는 선수가 2차전에서 1.2 이닝 5 실점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7차전에 다시 등판시켜 1.2 이닝 5 실점이라는 수치스러운 결과가 나왔던 것과, 18년 월드 시리즈에 앞서 불안했던 매디슨을 5차전에 올려 만루홈런을 맞고, 결국 2번의 월드 시리즈에서 허무하게 패하는 결과를 맞이했다. 필자는 이러한 무능력한 선수 기용에 많은 실망감을 받았고, 결정적으로 2019년도 NLDS의 비슷한 실수가 필자가 이 글을 쓰는 동기가 되었다.


LAD는 2019년 정규 시즌 우승으로 1, 2차전을 홈에서 치를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홈 어드밴티지로는 익숙한 환경에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점과, 홈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점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1, 2차전에서 총력 다해 2승을 하고 워싱턴 원정에서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플레이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1차전은 워커 뷸러의 호투에 타선 지원까지, 다저스가 압도했다 봐도 무방한 경기였다. 하지만, 2차전에선 로버츠 감독은 정규 시즌 2.32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류현진을 기용하지 않고, 후반기에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커쇼를 올렸다. 선발투수인 커쇼는 1회와 2회에 3점을 내주며, 다저스는 경기 내내 워싱턴에게 끌려갔다. 경기 막바지에 가자 워싱턴은 위기를 느꼈는지, 팀의 에이스인 슈어저를 등판시키고, 게임을 마무리 지었다. 만일 로버츠 감독이 2차전을 승리하고 시애틀로 이동했으면, NLDS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지고 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3차전은 류현진 선수의 역투로 10-4로 경기를 승리하였고, 다저스는 4차전을 맞이했다. 3차전에서 옥의 티라 할 수 있는 부분은 켈리 젠슨의 불펜 등판 후 무사 만루의 대 화재를 일으키고 내려갔다는 부분이다. 4차전에서 노장의 역투를 보여주던 리치 힐을 퀵 훅(선발투수를 빠르게 강판시키는 행동)으로 내리면서, 불펜을 가동했고, 불펜은 이 경기를 날리며 과부하가 걸렸다. 결과적으로 6 대 1 패배. 그리고 마지막 5차전으로 넘어가서 1차전 선발 투수인 워커 뷸러가 재 등판하였다. 워커 뷸러는 3 대 1로 경기를 6회까지 끌고 갔고, 다저스는 2 점 차이를 지키기만 한다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로버츠 감독은 2차전 선발투수였던 커쇼를 불펜에 기용하는 강수를 두었다. 하지만 여기서 알아두어야 하는 사실은, 2019년 커쇼는 2014년 커쇼와 다른 사람이다. 2014년은 최대 100마일의 강속구로 타자를 윽박 지어 잡았다면, 2019년 커쇼는 그저 그런 선수이다.


옛날의 강속구는 사라지고, 이제는 제구력만 남은 투수이다. 커쇼는 8회 초에 올라오자마자 렌돈과 소토에게 백투백 홈런을 허용하고,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10회 초에는 켈리가 무사 2, 3 루의 상황에서 흔들렸지만, 로버트 감독은 이를 묵살한 채 그대로 경기를 이어나가다 상대의 만루 홈런으로 침몰하였다. 그리고 10회 말 시리즈 내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마틴을 두고 시리즈 13타수 10 삼진인 폴락을 선두타자 대타 기용을 하는 기행을 보여준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 난 같은 상황이 와도 커쇼 선택을 할 것이다!”라는 불난 팬 마음에 기름을 붓는 인터뷰를 하였다.


로버츠 감독의 5차전 패배는 자만심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워싱턴은 오늘만 보고 사는 마음으로 경기를 치른 방면, 로버츠는 벌써 NLCS를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만일 류현진 선수를 10회 초에 올림으로써 땅볼 유도를 했으면 경기 결과는 정반대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영화 아저씨의 “너희들은 내일만 보고 살지, 난 오늘만 산다.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경기 운영이었다. 


필자의 의견은 다저스와 로버츠의 인연은 여기에서 끝을 맺어야 할 듯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목표는 월드시리즈 우승인데 큰 경기에 약한 로버츠 감독은 다저스의 목표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 3년 동안 다저스를 우승이 가능한 전력으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칭찬받을 만한 부분이고,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이 바르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로버츠 감독의 제일 큰 문제점은 바로 투수 운용이다. 플래툰으로 타선을 짜는 것에 대해서는 타고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투수들을 믿지 못하고 퀵 훅을 시키고, 믿음이 부족한 야구로 팀의 사기를 저하하는 부분에서는 비난받아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다저스는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대권에 도전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할 것인가 아니면, 대권을 위해 모험을 떠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