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3 따끈한 추억 한 그릇 다른 모든 생물에게 음식은 그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원에 불과하지만, 우리 인간은 재료를 준비하는 것에서부터 요리하고 먹기까지의 전 과정을 하나의 문화와 예술로 생각한다. 살기 위해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치고는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먹느냐, 누구와 먹느냐 등 생각보다 많은 열정과 시간, 돈을 쏟는다. 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예나 지금이나 인간의 모든 창의성과 문명은 자연히 우리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고민한 결과물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만큼 음식은 우리 인생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고, 문화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꽤 깊은 의미를 지니기 시작했다. 좋아하는 음식을 떠올릴 때면 꼭 그때 함께 먹었던 사람들이나 그 날의 에피소드, 그 장소의 분위기가 함께 생각나지 않는가. 어머니를.. 2017. 4. 22. 도쿄, 나를 잃는다는 것 비 내리던 수년 전 서울시내의 한 작은 커피숍 안,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발밑 빗물 젖은 우산을 해진 운동화 끄트머리로 툭툭 치며 바닥에 작은 물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내 맞은편에 앉아있던 과거의 친구 녀석은 노래가 좋으니 들어보라며 자신의 귀에 꽂고 있던 하얀색 이어폰 한 짝을 내게 건넸다. 고요한 분위기의, 구절엔가 아른함이 녹아있던 빌 에반스의 한 재즈곡이었다. 시끌벅적하던 주위에 괜히 머쓱해진 나는 무엇 하러 이런 지루한 음악을 듣느냐 짓궂게 물었다. 그때 상대방이 말해주었다. 일본의 가장 오래된 재즈 카페에서는 지난 오십 년간 매일 아침, 항상 첫 번째로 이 곡을 틀었었다고. 그 작은 사실도, 노랫소리도 참 멋스럽지 않느냐고. 친구는 반세기 동안이나 매일 같은 곡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전통이.. 2015. 11. 3. 원전에 대한 과신: 인류의 재앙 지난 주말 맛있는 라면을 먹을 생각으로 행복하게 재팬타운을 걸어 가다가 일본 지진피해모금을 하는 한 학생과 마주쳤다. 미래에 건강한 아이를 낳고 싶다면 당분간 일본에 방문하지 말라는 한 지인의 따끔한 조언이 다시 한번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지난 3월, 각종 매체의 탑뉴스 거의 대부분이 일본 지진 소식이었으니 일본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더나아가 세계인들에게도 일본 지진은 큰 충격과 공포를 안겨준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우연히 마주친 재팬타운의 모금 소녀는 지난 몇 달간 내 머릿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던 일본 지진여파의 심각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다 주었다. 이제 우리는 쓰나미에 따른 일본 북동부지역 원전폭발 사고 이후 적어도 수십 년, 수백년간은 그 곳이 안전지대가 될 수 없.. 2012. 2. 10. 이전 1 다음